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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의사회 의료봉사회 백승재 회원
열린의사회 의료봉사회 백승재 회원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1.12.29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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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에 산다, 신 인술의 현장 2012

“내가 받은 은혜와 혜택, 이젠 다른이에 갚을 뿐”

백승재 회원
2012년, 한국의 의료수준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평가받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불과 50여년만으로, 이제는 개발도상국에 의료기술을 전수하는 국가로까지 각광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 의료진이 한국을 찾아 무료 봉사활동을 펼쳤던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한국은 이제 세계 최고의 의료기술을 확보했다. 당시 받았던 사랑을 되돌려 줄 때가 됐다”며 현대 의료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는 후진국을 방문해 무료해외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이런 의료진들의 해외봉사는 각 대학병원, 열린의사회, KOICA 등의 단체들을 통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웃을 위해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다하고 있는 열린의사회 소속의 백승재 회원(명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을 만나 `봉사'로 `삶'의 보람을 느끼는 그를 들여다봤다.

■“봉사, `중독' 그리고 `기다림'…”

백승재 회원은 해외의료봉사에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그는 2010년 12월 열린의사회에 가입한 이후 인도(2번), 필리핀, 에티오피아, 리비아 등 총 5번의 해외의료봉사를 다녀왔다.

그는 휴가와 연차 등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봉사'를 위해 투자하고 있다.

`그'와 `해외의료봉사'의 만남은 2010년 12월 어깨를 다쳐 2개월간 병가를 내면서 우연히 시작됐다. 대학병원에서 환자들과의 바쁜 일상을 살던 그에게 휴식은 고통과 다름없었다. 그는 열린의사회를 알게 되면서 바쁜 인턴과 레지던트 시절 잠시 접어뒀던 `봉사'를 시작했다.

백 회원은 “병가 중 우연히 열린의사회를 알게 됐고 집에서 뭐하나 싶어 나간 봉사가 점점 중독이 돼 이제는 다음 봉사를 언제 나갈 수 있나 기다리게 됐다”며 “의술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나라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환상적 의술·기적(?)…일회성 진료의 안타까움”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리비아 등 의료분야가 취약한 국가의 의료현실은 현지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안과·이비인후과·피부과 등의 의사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환자들이 많다고 그는 말한다.

백 회원은 “어느 나라에서 진료를 해도 한국에서 온 의사라고 하면 환상적인 의술과 기적을 바라고 오는 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그들에게 현실적으로 해외봉사단이 해 줄 수 있는 건 일회성 진료 및 약 처방이라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또한 어떤 수술이나 시술을 하기에는 환경이나 장비가 열악하다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병가로 쉬는 중 바쁜 핑계로 잠시 미뤘던 `봉사' 다시 시작
일회성 봉사 넘어 의료자립 시스템 구축 지원에 동참할 것


그는 “한번 의료의 혜택을 받게 되면 그것이 지속적이지 않더라도 의료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가게 되어 있다”며 “그것이 그 나라 전체의 의료 수준 향상을 요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즉, 한번 좋은 것을 경험하게 되면 이전의 삶의 수준에는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일시적인 약물 처방을 해 줄 수밖에 없다는 것에 한계를 느끼며 특히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 질환 환자의 경우 한번 투약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관리를 필요로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이야기했다.

백 회원은 해외의료봉사가 그들에겐 가뭄에 단비일지 모르지만 선심성 그리고 일회성 진료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의료시설을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북유럽의 원조로 건립된 국립의료원을 예로 들며, 당시 북유럽 의사들이 직접 운영하다가 우리 스스로 운영할 기반이 갖춰지자 시설 및 장비, 운영 시스템을 넘겨받았던, 그러한 봉사 체계적인 접근 혹은 큰 그림하에서의 의료봉사가 활발해 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백 회원은 봉사활동을 진행하던 중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가 부스럼이 생겼다며 진료실을 찾아왔을 때 자신이 할 수 있었던 일은 충분한 음식이 아닌, 고작 항생제 몇 알 나눠 주는 것이 전부였을 때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다.

■“받은 혜택 다시 되돌려 주는 `내리사랑' 봉사”

백 회원에게 봉사는 `내가 받은 혜택을 다시 돌려주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의과대학을 다녔다면 일년에 1억원에 가까운 학비를 지불했을 것이라며 “미국보다 적은 비용을 내고 같은 교육을 받은 것은 우리 사회가 많은 부분을 부담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사회가 나에게 안겨준 혜택을 다시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며 “그 방법이 봉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외국인 선교사가 세운 학교를 졸업한 그는 “대한민국에 기부한 돈으로 의사가 됐다면 그 은혜를 보답하는 마음으로 어려운 나라를 도와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백 회원는 “내가 큰 희생을 하면서 봉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받은 은혜와 혜택을 다른 사람들에게 `내리사랑'한다고 생각한다”며 “받은 혜택을 모두 갚았다고 생각할 때까지 계속 봉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 평생을 봉사해도 다 갚지 못할 것 같다”고 봉사에 대한 열정을 말하며 “이런 부분에 대해 너그럽게 이해해 주는 가족들이 매우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홍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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