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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신년특집호 기념수필 - ODA·국격·의격
2012년 신년특집호 기념수필 - ODA·국격·의격
  • 의사신문
  • 승인 2011.12.2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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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수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총재>

국격 갖춘 나라 많아져 살기좋은 지구촌 빨리 오길

한광수 총재
ODA란 한 국가가 그 나라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한 정부의 예산으로 개발도상국들을 지원하는 원조를 말한다.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를 줄여서 ODA라고 하며,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유럽 국가들이 피폐해 있을 때 미국이 제공한 유럽부흥계획(European Recovery Program)을 그 효시로 꼽는다.

유럽부흥계획은 마샬·플랜(Marshall Plan)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마샬·플랜을 입안하고 주도한 마샬 장군은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지도 못했고 가난한 석탄 장수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을 군인으로 살았으면서도, 한 번도 화려한 야전 지휘관을 한 적도, 전장을 누빈 적도 없지만 두 번이나 참모총장을 지내면서 아이젠하워 장군 같은 우수한 인재들을 등용해서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명장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의 최고의 덕목은 전쟁의 폐허에서 다시 유럽이 부흥하도록 트루만 대통령과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설득해, 어쩌면 역사상 지구촌에서 가장 위대한 국제원조사업인 마샬 플랜을 성공시킨 것이다. 그러기에 그는 직업군인 출신으로서는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서울올림픽경기 개최 이후 국제적 위상이 제고된 우리나라는 올림픽 개최 이듬해인 1989년부터 OECD와의 관계가 본격화되면서 1995년 3월 OECD 가입을 신청, 1996년 12월12일에 29번째 회원국으로 정식 가입하였다. 이후 2010년까지 14년 연속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일을 많이 하는 국가'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빠른 속도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게 된 이면에는, OECD 가입을 위해 지나치게 서둘러 정책이나 규범을 선진국 기준에 끼워 맞춰 결과적으로 국익을 해치고, 곧이어 닥친 외환 위기에도 악영향을 주었다는 비판도 있다.

1997년 혹독한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빠르게 경제성장을 이룩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소위 부자나라들만 가입되어있다는 DAC(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에 2009년 11월에 24번째로 가입되어 2010년 1월부터 활동하고 있다.

DAC는 전세계 공적개발원조의 90%이상을 차지하며 회원국들의 평균 공여율은 GNP 대비 규모는 0.24%인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 절반 밖에 안 되기 때문에 더욱 분발을 필요로 한다. 2012년까지는 개발원조규모를 0.15%로, 2015년에는 0.25%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인데 금액으로는 대략 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요즈음처럼 빈익빈 부익부로 빈부격차가 커지고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어려울 때 일수록, Noblesse Oblige가 강조된다. 사회 상류층, 지배계급일수록 사회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야 하고, 때로는 생명과 재산을 바쳐 보호해야 그들의 인격(人格)을 인정받을 수 있다. 나는 국가 간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세계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표현하고 Globalization이 유행이 되었다. 여유 있는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처럼 형편이 나은 국가들은 빈곤하고 어려운 나라들을 도와야 하는 국격(國格)을 갖춰야 된다고 믿는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는 우리나라도 못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까지 돕느냐고들 한다. 선진국에서는 개발도상국들을 돕는 일이 결국은 우리 미래의 번영과 융성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라고들 한다. 2차 세계대전 후 마샬·플랜을 통해 유럽이 부흥한 `win-win'의 경험을 잊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인격을 갖춘 구성원들이 많은 사회가 훌륭하고 살기 좋은 사회가 되듯, 국격을 갖춘 나라들이 많이 나와야 `살기 좋은 지구촌'이 빨리 올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넘치는 달러로 전 세계 에너지 자원을 싹쓸이 하는 것도 모자라, 이웃나라들의 영토는 물론, 문화와 역사까지 빼앗으려는 나라들이 제정신을 차리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흉보면서 배운다고 행여 우리는 그런 나라들을 닮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

2012년에는 4월의 총선과 11월의 대선이 있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나라살림과 정치적 혼란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더구나 우리 의사들에게도 3년마다 치러지는 각급 의사 단체의 회장선거가 실시되는 해다.

우리는 역사상 수없는 난관을 거쳤어도 모두 극복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고난의 끝은 반드시 있게 마련인데 우리의 노력에 따라 좀 더 빠르고 순조롭게 극복될 것이다.

아무쪼록 임진년 새해에는 훌륭한 정치가들이 선출되고, 우리 의료계에도 유능한 지도자들이 뽑혀 국격과 함께 의격(醫格) 또한 높여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한광수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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