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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장치 없는 사물함으로 물품 도난시 병원도 책임
시정장치 없는 사물함으로 물품 도난시 병원도 책임
  • 의사신문
  • 승인 2011.12.1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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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환자 소유의 물품 도난과 병원의 책임

■사실관계
A는 2000. 3. 17. 급성폐렴증세로 B병원의 제3병동 제706호 6인실 병실에 입원하게 되었다. A는 입원 과정에서 환자복으로 옷을 갈아 입은 다음 병원으로 오는 과정에서 들고 온 옷과 핸드백 등을 침대 옆의 시정장치가 없는 사물함에 넣어 두었다. 사물함에 넣어 놓은 핸드백 속에는 A의 예금통장, 신용카드 등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2000. 3. 21. 새벽에 A가 검사를 받기 위하여 입원실을 비운 사이에 C가 A가 핸드백을 넣어 놓은 사물함에서 A의 핸드백 등을 몰래 꺼내 간 다음 A의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현금서비스를 받아 현금을 인출하거나 물품을 구입하고, 예금통장을 이용하여 예금을 인출하였다.

B병원에서는 주식회사 에스텍 시스템과 경비용역계약을 체결하여 경비원으로 하여금 병동을 순찰하게 하고 있었는데,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개개의 병실에 대하여는 순찰활동이 미치지 못하고 있었고, 면회시간은 12:00 ∼ 14:00와 18:00 ∼ 20:00로 정해져 있었으나 면회시간 외에 면회객이 출입하는 것이 특별히 통제되지는 않고 있었다.

B병원은 도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하여 입원환자에 대한 안내문을 통하여 입원환자는 귀중품과 현금을 입원실 또는 병실에 지참하지 말고, 가까운 은행을 이용하여야 한다는 사실과 어떠한 사유로든 환자 또는 보호자가 병실을 비울 때에는 간호사실에 알려 문을 잠가 줄 것을 요청해야 한다는 사실을 고지하였다.

또한 안내문에는 병실에 입원환 환자가 보관한 귀중품과 현금 등을 도난 당한 경우에는 B병원에서 그 손해를 책임질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고, A는 입원 당시 위와 같은 내용의 안내문을 받았다.

A는 핸드백을 훔쳐간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므로 우선 경찰에 도난 신고를 하였고, 도난 당한 카드와 예금통장의 사용을 조회한 결과 C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어 조사를 받게 되었고, C의 절도 및 부정 사용행위가 확인되어 C는 형사적으로 처벌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C는 신용불량자로서 가지고 있는 돈이 없어 A에게 아무런 피해배상을 해 줄 수 없어, 결국 모든 피해는 A가 부담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A는 자신이 입원하여 치료를 받은 B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A의 주장 내용
A는 B병원의 환자로 치료를 위하여 입원을 하였고, 병실 사물함에 핸드백을 보관하여 두었는데, B병원의 관리 소홀로 인하여 C에 의한 도난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B는 A의 도난 사고에 대한 과실이 있고, 따라서 B는 A의 손해를 C와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하였다.

 

사물함에 보관한 귀중품 도난으로 병원에 손해배상 청구 제기
상법 따르면 `귀중품 임치 않을때' 공중접객업자는 책임 없지만
병원, `신의칙상의 환자 보호의무' 있어 일부분 피해 보상 판결

 

■B 병원의 주장 내용
B병원은 도난 사고에 대한 과실이 없음을 주장하였고 그 논거는 다음과 같았다.
A가 입원 수속을 받게 되는 과정에서 B병원의 직원은 서면으로 된 안내문을 통하여 “입원환자는 귀중품과 현금을 입원실 또는 병실에 지참하지 말고, 가까운 은행을 이용하여야 한다” 그리고 “어떠한 사유로든 환자 또는 보호자가 병실을 비울 때에는 간호사실에 알려 문을 잠가 줄 것을 요청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고지하였으므로 이를 무시하고 입원실에 귀중품 등을 보관한 A의 잘못이 있을 뿐 B병원의 과실은 없다.

또한 A가 받은 안내문에는 “병실에 입원환 환자가 보관한 귀중품과 현금 등을 도난 당한 경우에는 B병원에서 그 손해를 책임질 수 없다”는 경고의 내용도 명백히 기재되어 있으므로 B 병원의 경고를 무시하고 귀중품을 병실에 보관한 채 자리를 비운 A의 행동은 B 병원의 과실이 개입될 개연성이 전혀 없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경우에도 상법 제151조의 공중접객업자 (극장, 여관, 음식점, 그 밖의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에 의한 거래를 영업으로 하는 자)의 고가물에 대한 책임 규정인 제153조가 적용 될 수 있다.

상법 제153조는 “화폐, 유가증권, 그 밖의 고가물에 대하여는 고객이 그 종류와 가액을 명시하여 임치하지 아니하면 공중업객업자는 그 물건의 멸실 또는 훼손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A가 B병원에게 화폐, 신용카드 등의 고가물(귀중품)의 종류와 가액을 명시하여 임치한 바 없으므로 B병원은 과실 유무에 관계 없이 A에게 도난에 의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

■법원의 판단
위 사안에 대한 재판은 대법원 상고까지 이루어졌는데, 법원의 판단은 1심부터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아래와 같이 판단되었다.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는 경우에 있어서, 병원은 진료뿐만 아니라 환자에 대한 숙식의 제공을 비롯하여 간호, 보호 등 입원에 따른 포괄적 채무를 지는 것인데, 입원환자는 입원 중의 생활을 위하여 필수용품 등을 휴대하지 않을 수 없다.

환자는 진료를 받기 위하여나 개인 용무를 위하여 병실을 비울 경우에 모든 휴대품을 소지할 수 없는 한편, 병실에는 여러 사람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출입하고 왕왕 병실에서의 도난사고가 발생하는 실정이므로, 병원은 병실에의 출입자를 통제·감독하든가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입원환자에게 휴대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시정장치가 있는 사물함을 제공하는 등으로 입원환자의 휴대품 등의 도난을 방지함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여 줄 신의칙상의 보호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를 소홀히 하여 입원환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자가 입원환자의 병실에 무단출입하여 입원환자의 휴대품 등을 절취하였다면 병원은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평가
법원은 공중접객업자와 달리 병원의 환자 보호의무를 높게 평가하고 입원 병실을 운영하고 있는 병원은 최소한 입원 환자의 귀중품, 고가품 등 용품 보관을 위한 시정장치가 달린 사물함을 제공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본 사안의 경우 B 병원이 A의 도난으로 인한 모든 피해를 배상할 의무를 부담한 것은 아니다. A가 보관을 소홀하게 한 과실을 평가하여 상당한 수준의 과실상계를 반영하였다.

만약 B병원에서 A에게 시정장치가 달린 사물함을 제공하였다 하더라도 환자에게 열쇠가 교부된 사실이 없거나 이미 열쇠가 분실된 사물함이었다면, 본 사안과 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63275 판결)

이승우<법무법인 한중 변호사(여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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