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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시 의학수준·의료조건 등 고려 판단
사고 당시 의학수준·의료조건 등 고려 판단
  • 의사신문
  • 승인 2011.12.1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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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에서 의료종사자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과 판단 기준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의사의 과실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2011. 9. 8. 선고된 대법원 판결에서 사망사고에 대한 인턴의 `주의의무'를 제한하는 해석론이 전개되었다. 의료사고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누적된 사안을 기초로 의사에게 기대할 수 있는 `합리적인 주의의무'의 범위를 찾아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소사실
 검사는 “○○병원의 인턴인 A는 응급실로 이송되어 온 익수 환자 갑을 담당의사 B의 지시에 따라 구급차에 태워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산소통의 산소잔량을 체크하지 않은 과실로 산소 공급이 중단된 결과 갑을 폐부종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내용의 범죄사실로 00병원 인턴 A를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공소제기 하였다.

■1심 법원과 항소심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은 00 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A가 위 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익수 환자인 갑을 위 병원 응급의학과장 원심 공동피고인 B의 지시에 따라 구급차에 태워 △△의료원으로 이송함에 있어, 구급차에 비치된 산소통의 산소잔량을 체크하지 않은 과실로 이송 도중 약 18분간 산소 공급이 중단된 결과 갑으로 하여금 폐부종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유죄를 인정하였다.

   1. 즉, 위급환자인 갑을 구급차로 이송하는 과정에 원심 공동피고인 B의 지시에 따라 의사로 동승하게 된 A로서는, 갑이 산소 공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익수 환자였으므로 이송 도중 환자에게 산소 주입이 원활히 되고 있는지, 산소통에 산소잔량이 있는지 여부를 체크하였어야 한다.
 2. 그러므로 산소가 떨어질 염려가 있는 경우 인근 병원이나 119 구급대에 연락하여 산소통을 교체하는 등 환자에게 주입되는 산소가 떨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환자에게 투여되도록 하여 환자를 안전하게 이송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이 산소부족으로 몸부림을 치고 동승한 갑의 모가 산소가 떨어졌다고 이야기할 때까지 산소통의 산소량이 얼마나 있는지에 관하여 관심을 기울이지 아니함으로써 갑에게 주입되는 산소통의 산소가 소진되어 산소 공급이 중단되게 한 것은 A의 업무상 과실로 인정된다.
 A는 1심 판결 결과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또한 1심 법원과 같은 이유로 A의 항소를 기각하였고, A는 다시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대법원의 판단(결론)
 1. 대법원은 공동피고인 B에게서 이송 도중 갑에 대한 앰부 배깅(ambu bagging)과 진정제 투여 업무만을 지시 받은 A에게 일반적으로 구급차 탑승 전 또는 이송 도중 구급차에 비치되어 있는 산소통의 산소잔량을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2. 다만 A가 갑에 대한 앰부 배깅 도중 산소 공급 이상을 발견하고도 구급차에 동승한 의료인에게 기대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면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나, A가 산소부족 상태를 안 후 취한 조치에 어떠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볼 수 없는데도, A에게 산소잔량을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인정한 항소심의 판단에 응급의료행위에서 인턴의 주의의무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
 3. 위 논거에 따라 원심(항소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파기 환송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논리
 1. 의료사고에 있어 의료종사자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료종사자가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예견하거나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 인정되어야 하고, 그러한 과실의 유무를 판단함에는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보통인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야 하며, 이에는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 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6도294 판결,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도10104 판결 등 참조).
 2. 인턴은 의사 면허를 받은 사람으로서 일정한 수련병원에 전속되어 임상 각 과목의 실기를 수련하는 사람인데 인턴인 A가 구급차에 탑승하면서 담당의사인 응급의학과장 원심 공동피고인 B로부터 지시 받은 것은 앰부 배깅(ambu bagging)과 진정제 투여가 전부로서 그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였다.
 3. 인턴 A는
 가. 그 밖에 이송 도중 산소통의 산소잔량을 확인하라는 지시는 받은 바가 없다.
 나. 산소통에 부착된 압력 게이지 및 산소 유량계에 나타난 수치를 통하여 산소잔량 및 산소투입 가능 시간을 예측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
 다. 의과대학 교육 및 인턴 과정에서도 산소잔량 및 산소투입 가능시간 예측에 대한 교육은 실시하지 않는다.
 라. 산소통은 환자의 이송 및 그 과정에 필요한 응급의료행위를 위하여 구급차에 상시적으로 비치·사용되는 물품이다.
 마. A는 산소부족 사태를 알게 된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한편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구급차를 운행하도록 하였는데, 이러한 사후 조치에 부적절하거나 무슨 과실이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
 4.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담당의사인 원심 공동피고인 B의 지시에 따라 이송 도중 갑에 대한 앰부 배깅과 진정제 투여의 업무를 부여 받은 인턴인 A에게 일반적으로 구급차 탑승 전 또는 이송 도중에 구급차에 비치되어 있는 산소통의 산소잔량을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5. 다만 A가 구급차 내에서 갑에 대한 앰부 배깅 도중 산소 공급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하고서도 구급차에 동승한 의료인에게 기대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면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나, A가 산소부족 상태를 안 후에 취한 조치에 어떠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볼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정리
 과실을 판단하는 기준인 `주의의무'를 판단하기 위하여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 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만약 이 사안에서 B가 A에게 이송 도중 산소통의 산소잔량을 확인하라는 지시를 하였거나, 또는 의과대학 교육 및 인턴 과정에 산소잔량 및 산소투입 가능시간 예측에 대한 교육이 실시 되고 있음이 소명되었다면 사안의 결론은 `주의의무'가 있다는 쪽으로 내려졌을 가능성이 높다.
 본 판결은 인턴은 담당 의사 또는 전문의 보다 낮은 수준의 `주의 의무'를 갖고 있다는 것으로  인턴을 지휘하여 의료행위를 하는 `담당 의사'는 인턴의 의료 행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승우<법무법인 한중 변호사(여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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