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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차종 이야기 - BMW 〈13〉
프리미엄 차종 이야기 - BMW 〈13〉
  • 의사신문
  • 승인 2011.12.0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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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디자인과 달리기 성능을 갖춘 `E34'

요즘 차들을 정리하고 있다. 한 대는 친구에게 주기로 하고 또 한 대는 폐차 예정이다. 차들을 없애면서 부품들도 정리하고 필요한 부품을 더 구입하고 두 대만 남기기로 했다. 앞으로 점차 더 바빠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일 년에 한 번도 안타는 차들을 어찌할 수가 없는 것이다. 대신 두 대는 향후 20년간 더 타기로 했다.

이런 상황이니 지인이 BMW 5시리즈 구형인 E34를 헐값에 준다고 해도 많이 망설여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E34와 그 다음 차종인 E39는 상당한 실용성도 있고 언젠가 타보고 싶었다. 문제는 시간이다. 완벽에 가깝게 유지한 차를 준다면 정비시간도 짧고 부품도 구하기 쉬우니 고민이 되겠지만 대부분 기증에 가까운 가격으로 받는 차들의 상태가 그 다지 좋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34의 디자인은 매우 매력적으로 보인다. 필자에게 오면 별로 타지도 않으면서 세금만 낼 것이 확실하지만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마 호기심 때문일 것이다. 같은 시기의 라이벌인 W124가 도입 우선순위가 높지만 요즘은 W124도 그냥 포기하고 던지는 사람들이 많다. 두 차종 모두 1990년대 중반까지 최고 수준의 중형 세단이었다.

결국 차들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차 시트에 오래 앉지 않는 매니아는 자격부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MW의 E34와 E39는 언젠가 한번 꼭 타보고 싶은 차종이다.

W124와 E34 중형급에서 핸들링은 최고 수준이다. 요즘의 같은 차종보다는 작지만 필자는 이 차들의 단단한 핸들링을 잘 기억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수동차종을 몰아보지 못하여 엔진의 완전한 리스폰스를 느껴보지는 못했지만 자동에서도 둘 다 만족스러웠다. 이런 차들을 몰 때 너무 엔진에 연연하면 안된다.

프리미엄 차종이라 비싸다고 해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 스포츠 세단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준중형보다 고급의 장비와 달리기 성능을 가진 정도라고 보아야 한다. 일반적인 세단이지만 벤츠와 BMW에서 가장 중요한 세그멘트이기 때문에 메이커는 심혈을 기울였다. 몇 년 이상 생산되고 개발되는 주력 차종이기 때문에 판매가 부진하면 메이커는 큰 고생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S클래스나 7시리즈는 프리미엄이라기 보다는 럭셔리로 분류되고 유지비와 가격 모두 너무 비싸고 저렴한 C클래스나 3시리즈는 너무 작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중간에 있는 중요한 세그멘트가 5시리즈다. 우리나라에서도 5시리즈가 제일 많이 팔린다.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5시리즈를 사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 중요하다.

E34 시리즈의 주력 엔진은 M20이나 M50이다. 간혹 오래된 M30도 있었다. 엔진은 아직 바노스가 적극적으로 사용되기 전이어서 고 RPM 엔진의 특성을 많이 갖고 있었다. M30은 원래의 레이싱 엔진의 특성을 갖고 있지만 M20이나 M50은 그냥 상용의 엔진이다. 엔진을 몰아붙이면 조금 가랑가랑하는 느낌의 소리를 낸다. 0 → 100Km도 자동변속기의 경우 525의 경우 10초대로 기억하고 있다. 최고 속도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일반적인 차들보다는 고성능이지만 그다지 인상적인 그 무엇은 수치상으로는 없다. 시내에서는 토크가 저RPM에서는 약간 낮게 나오기 때문에 불편할 수도 있고 수동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그러나 적당한 속도를 내는 구간에서 차의 핸들링과 엔진의 반응은 상당히 좋다. 차의 후륜의 서스펜션이 구형이라고 해도 워낙 잘 세팅된 탓에 안정감을 잃지 않는다. 엔진은 요즘차에 비하면 힘이 달리지만 가랑가랑하는 느낌이 들면서도 잘 받쳐준다. 전반적인 달리기의 느낌은 상당히 안정적이다.

당시의 E34에 스프링을 바꾸어 로워링도 하고 앞뒤의 쇽업소버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구경하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세대가 지난 5시리즈가 길거리를 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요즘 외국의 트랙에서는 이 차로 드리프트를 연습하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전자화되기 직전의 고전적인 BMW의 모습이다.

1990년대만 해도 달리기의 지존에 가까웠던 차들이 요즘은 고물에 가깝게 취급되는 것이 안타깝지만 세월은 어쩔 수가 없다. 어떻게 보면 마지막 고전적인 디자인의 BMW는 E34와 E30 정도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헤드라이트와 전반적으로 각이 진 디자인은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E30도 그렇고 E34도 마찬가지로 본넷을 열면 앞쪽으로 열린다. 앞에서 보면 본넷의 힌지가 범퍼쪽에 있어서 거대한 망토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요즘차들과는 반대인 셈인데 옛날의 유럽차들은 이런 방식의 본넷을 많이 썼다. 요즘 차에서는 거의 안 보이는 방식이다.

E34는 아직도 가끔 볼 수 있으며 동호회 활동도 활발한 편이다. 완전 전자화에 들어가기 전의 마지막 차량이라 수리만 잘하면 재미있게 타는 것은 문제가 없다. 1990년대 초중반에 나온 차들이 아직도 잘 달리는 것을 보면 신기할 정도다. 필자는 M30엔진을 장착한 535i를 한 대 갖고 싶었으나 포기했다. 이 차를 갖고 올 수도 있었으나 복원할 시간이 없다. 535i가 아니면 같은 시리즈의 M30엔진을 단 530을 수집하고 싶었다. 535i의 차체에 s38엔진을 탑재하여 M5를 만들었다고 한다.

필자는 너무 단순한 사람이라 차의 가장 강력한 디자인 아이덴티티와 달리기 성능 밖에는 잘 평가하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E34는 간결하며 핸들링이 좋고 달리기 성능도 좋은 편이다. 디자인적 특성도 아주 강력하다. 그래서 수집목록에는 언제나 들어있다. 부품은 구하기 쉽고 차들도 많지만 시간과 자금이 문제다. 하지만 이 차를 구입하거나 소유하지는 않더라도 기회가 되면 한번 타보기를 권장한다. 요즘차들과는 다른 그 무엇, 특히 386이나 그 이전 세대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그 무엇이 있다.

안윤호 〈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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