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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브람스 〈독일 레퀴엠〉작품번호 45
요하네스 브람스 〈독일 레퀴엠〉작품번호 45
  • 의사신문
  • 승인 2011.12.0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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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서 살아남은자의 슬픔을 위안

“그러므로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이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도다.” “그러니 참으라. 형제들아, 주의 강림까지. 보라, 농부가 땅에서 나는 귀한 열매를 바라고 길이 참아 이른 비와 늦은 비를 기다리나니 너희도 길이 참으라.” - 〈독일 레퀴엠〉 제2부 중에서

1867년 비엔나에서 곡 일부분이 초연되었을 때 브람스의 종교적 신념과 개인적인 동기 부여 등에 대해 비평가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곡의 내용은 조물주의 힘과 인생의 무상함, 심판의 공포, 죽음에의 운명, 위안, 남은 자들의 슬픔, 그리고 부활의 희망을 다루고 있는 점에서 모차르트나 베르디의 레퀴엠과 유사하였다. 그러나 논쟁의 핵심은 전통적인 방법에 따른 레퀴엠의 라틴 가사가 아닌 브람스 자신이 선택한 독일어 루터 성경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는 데 있었다. 결국 이 곡은 진혼미사를 위한 곡이라기보다는 죽음에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위안하기 위한 곡으로 죽음이 이승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신이 계신 그 곳에 가는 것임을 조용하면서도 강한 확신으로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작곡에 대한 동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가 있었다. 브람스 전기 작가 칼벡은 브람스의 어머니 죽음에 의해 영감을 받았고 곡의 일부는 슈만의 죽음과도 연관이 있다고 말하였다. 브람스는 1865년 2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슬픔을 이기기 위해 곡을 쓰기 시작하였다. 남편과 헤어져 혼자 살고 있던 그의 어머니는 갑자기 중풍으로 쓰러졌는데 이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간 그는 식어가는 어머니의 손과 헤어진 아버지의 손을 잡게 해주었다. 어머니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얼마 후 세상을 떠났다. 이때 브람스는 슬픔에 잠긴 채 제1부와 제4부를 완성하였다.

한편 제2부는 1954년 슈만이 정신분열로 자살을 시도하였을 때 클라라를 돌보기 위해 뒤셀도르프로 가는 길에 작곡하였던 악상으로 슈만의 죽음에 대한 감정이 이 곡에 일부 동기 부여를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곡을 듣고 클라라는 깊은 감동을 받고 “저는 당신의 레퀴엠에 진정으로 매혹되고 말았습니다. 그 곡이 지닌 힘은 듣는 이를 감동시키고야 맙니다. 장엄하고 시적인 그 음악에는 사람들을 감격시키기도 하고 차분히 가라앉히기도 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는 보기 드문 걸작입니다.”라는 편지을 보냈다.

완결판의 초연이 그의 나이 33세인 1869년 라이프치히에서 초연되고 얼마 후 비평가 한슬릭은 “가장 순수한 예술적 수단, 즉 영혼의 따스함과 같이 새롭고 위대한 관념, 그리고 가장 고귀한 본성과 순결로 일궈낸 최고의 작품이며 바흐의 〈b단조 미사〉와 베토벤의 〈장엄미사〉와 어깨를 겨눌 수 있는 위대한 곡이다.” 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1부 슬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위로받을 것이다(마태오 5:4). 눈물을 흘리며 씨 뿌리는 자, 기뻐하며 거두어들이리라(시편 126:5, 6). △제2부 그러므로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베드로전서 1:24), 형제여 참고 기다리라(야고보 5:7). 주께서 찾으신 사람이(이사야 35:10). △제3부 주여, 알려 주소서 며칠이나 더 살아야 이 목숨이 멈추리까?(시편 39:4-7) 의인들의 영혼은 하나님의 손에 있어서(지혜서 3:1). △제4부 만군의 주 계시는 그곳 얼마나 좋으신가!(시편 84:1,2,4) △제5부 지금은 너희도 근심에 싸여 있으나(요한 16:22), 눈을 바로 뜨고 보아라(집회서 51:27). 어미가 자식을 달래듯이 내가 너희를 위로하리라(이사야 66:13). △제6부 이 땅 위에는 우리가 차지할 영원한 도성이 없다(히브리 13:14). 내가 이제 심오한 진리를 하나 말하노니(고린도전서 15: 51-2, 54-5). 주님이신 하나님은 영광과 영예와 권능을 누리실 만한 분이십니다(요한 계시록 4:11). △제7부 주님을 섬기다가 죽는 사람들이 행복하다(요한 계시록 14:13).

■들을만한 음반 :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군둘라 야노비츠(소프라노), 에브하르트 베흐터(바리톤), 베를린 필[DG, 1964]; 존 엘리어트 가디너(지휘), 혁명과 낭만 관현악단[Philips, 1990]; 필립 헤레베헤(지휘), 라 샤펠 루아얄, 샹젤리제관현악단[Harmonia Mundi, 1996]

오재원〈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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