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의학사업의 효시 - 존 시블리
지역사회의학사업의 효시 - 존 시블리
  • 의사신문
  • 승인 2011.12.0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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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진료·재활의 총괄적 지역 보건의료서비스 정립

존 시블리(John Rawson Sibley)
존 시블리(John Rawson Sibley, 한국명 손요한)는 1926년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성장하였다. 앰허스트(Amherst) 대학 재학 중 이차대전 말기에 군 복무를 하였으며, 1948년에 졸업을 하고 노스웨스턴 의과대학을 1952년에 졸업하였다. 뉴햄프셔 하노버에 있는 힛치콕 기념병원에서 병리와 일반외과 수련을 1959년에 마치고 미국 장로교선교사로 갈 것을 준비하였다.

그의 조부모(Horace and Gertrud Sibley)는 중국에서 선교사로 일하였으며, 중국에서 태어난 부친(Norman Sibley)은 목사로서 중국에서 학교를 다녔다. 1948년에 결혼 한 부인(Jean Lee Butler, Jean B. Sibley, 한국명 손진희)과는 대학에 입학하여 기독학생모임에서 사귈 때부터 선교사업을 하는데 의기투합하였다. 1960년에 한국에 와서 연세대학교 어학원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뒤에 한국의사면허를 받고 1961년부터 8년간 대구 동산병원 및 나환자병원(애락원)에서 일하면서 무의촌 진료도 하고 나환자도 돌보았다. 그러나 전통적인 의료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이에 시블리는 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WCC) 산하에 있는 기독교의료위원회(CMC)에 한국의 무의촌 중 3개면의 인구 3만명을 대상으로 의사보조인력을 활용하여 종합적인 지역사회보건시스템을 개발하려는 거제지역사회보건 시범사업(Kojedo Community Health and Development Pilot Project) 계획서를 제출, 승인을 받게 되어 세계적인 시범사업을 현지에서 1969년부터 준비하였고 1970년 말에 정식 개원하였다. 거제군 하청면 실전리에 있는 이 기관(거제건강원)을 주민들은 실전병원이라고 불렀다.

이 사업은 전통적인 병원 중심의 의료에서 벗어나서, 전체 주민을 위한 폭 넓고 총괄적인 보건의료서비스로 전환하려는 바를 강조하였다. 그래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인 거제도의 북쪽 3개면(장목, 하청, 연초)의 50여개 부락을 중심으로 하여 예방, 진료, 재활 등 전 영역에 걸쳐서 일차보건의료를 포함한 총괄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개발 시행하였다. 마을건강요원을 훈련시켜서 마을을 방문하여 예방접종, 가족계획, 모자보건 등을 종합적으로 실시하였고,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방문하여 학교보건과 보건교육을 실시하였다.

당시에 부산에서 충무행 배를 타고 2시간 반 쯤 가 칠천도에 내려서 다시 나룻배를 타고 거제도 본섬으로 건너가야 했다. 전기도 없는 낙도에다 흙벽돌로 병원을 짓고 환자를 보았으며, x-선 촬영은 발동기를 켜서 하였고, 혈액검사를 위한 원심분리기는 손으로 돌렸으며, 프로판개스로 돌리는 냉장고를 사용하였다.

진료와 함께 보건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담당할 예방의학의사가 없으니 1년 만 현지에 와서 일하여 주기를 바라기에 필자는 결혼 직후 신혼생활을 거제에서 하였다. 초창기에는 부산에 있는 복음병원 장기려원장이 격주로 주말에 이틀씩 와서 진료를 지원하였다.

이 시범사업의 시작과 더불어 지역사회의학의 개념이 확산됨에 따라서 전국의 의과대학에 지역사회의학 강좌가 개설되고 의과대학생과 간호대학생 실습의 거점이 되었으며, 보건진료원의 개념도 자리를 잡았다. 국내 최초의 농촌형 의료보험인 거제청십자의료보험조합을 만들어 성공적으로 운영하였으며, 젖염소를 키우는 등 지역사회개발과도 연계하였다.

오륙년 간 3개면을 중심으로 하던 사업을 확대하여 해외의 재정지원을 얻어서 군청 소재지(고현)에 병원을 짓도록 하였으며, 시블리는 1977년에 이 사업의 운영권을 육군의무감, 보건사회부장관, 국회의원 등을 역임한 한국인에게 넘기면서 발전시키기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그 후 부실 재단이 되어 몇 차례 운영자가 바뀌었다. 현재 거제시 고현에는 거제지역사회보건사업의 일환으로 설립되었던 병원이 확장 운영되고 있다. 옛 실전병원 터 부근에 섬(칠천도)을 잇는 다리와 공원이 조성되었는데, 시블리의 공적을 칭송하는 기념비가 있을 뿐이다.

거제도를 떠난 시블리는 도미하여 1979년에 하버드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석사를 마쳤으며, 1980년에는 타일랜드의 피난민캠프에서 보건사업을 하였고, 1983년부터는 네팔에 선교사로 일하였다. 1986년에는 은퇴하여 그의 농장이 있는 뉴햄프셔 에트나(Etna)로 돌아와서 다트머스-힛치콕 크리닉에서 일하며 이웃을 돕는 등 활동을 하다가 1993년에 은퇴하였다. 시블리는 1977년에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훈하였다.

집필 : 유승흠(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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