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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 - 박 인 숙(서울아산병원 교수)
파워인터뷰 - 박 인 숙(서울아산병원 교수)
  • 표혜미 기자
  • 승인 2011.11.24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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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투성이 사회를 위한 처방전을 쓰고 싶어”

병만 고치는 의사는 소의(小醫)이고, 사람을 고치는 의사는 중의(中醫)이며, 사회를 고치는 의사를 대의(大醫)라 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대의까지는 못 되더라도 중의적 소양은 갖추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박인숙 교수
하지만 중의를 넘어 대의적 소양을 갖춘,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을 갖춘 진정한 의사, 그리고 자신의 말을 스스로 실천할 줄 아는 사람. 바로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과 박인숙 교수다. 그녀를 만났다.

“요즘 `의료윤리'에 대해 강의하느라 너무 바빠요. 점점 `의료윤리'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선생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특히 대학병원 선생들도 관심을 많이 가져요. 이런 강좌기회가 많이 생겨 많은 선생들에게 전달했으면 좋겠어요”

박 교수는 `바보의사'로 통한다. 모든 사람들이 피하고, 큰일에 분노할 때 박인숙 교수는 그 일에 맞서고 작은 일에 분노한다. `바보의사' 박 교수는 다만 그 차이일 뿐이다. 하지만 그 차이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고, 누구도 따라할 수 없다.

특히 박 교수는 그 일들에 대한 마음을 글로 표현한다. 종종 전문지는 물론 일간지에도 실리는 박 교수의 글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입 바른 소리'다. 여러 모순들에 대한 지적과 그에 대한 해결책, 대안 등 박 교수의 풍부한 상식과 단어 하나하나 적절하고 효과적이며, 결국 고개를 끄덕거리며 공감하게 만든다.

박 교수는 오래전부터 개인 홈페이지(www.parkinsook.com)를 운영해왔다. 모든 글들이 박 교수의 홈페이지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어릴 적 부모님과의 사진부터 얼마 전 비추미여성대상을 수상했던 날까지.

박 교수의 홈페이지는 환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을 해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의사들과 간호사들의 필독서로 유명하고, 선천성 심장병 학계에서 교과서로 인정받은 `선천성 심장병'을 공개해 환자들과 의료관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박 교수는 지난봄부터 심혈을 기울여 지금까지 써 온 글들을 정리해 책으로 펴냈다. 누군가 `세상을 향해 쏘아댄 화살같은 글'이라 표현한다. 그만큼 아프게 내리 꽃혀지는 대목들이 많고, 한숨을 저절로 내쉬게 되는 대목이 많아 `바보의사 박인숙의 끝나지 않은 성장통 이야기'이다.

   Q. `바보의사 박인숙의 끝나지 않은 성장통 이야기' 란 책은 어떤 책인가요.

 "글쓰기가 일종의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 같아요. 성격 탓인지 세상 모든 비상식, 불의, 부정, 부패 등 보고 듣고 알게 되면 참지 못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발산해 버려야 마음이 편해지니까요. 그런거 말고도 좋은 영화나 책을 보거나 여행을 다녀오면 남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제 마음이 글쓰기에 한 몫을 하고 있죠. 복잡한 일들을 글로 정리하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해결방안도 생각나고, 지우개로 지워지듯 머릿속이 깨끗해지면서 마음이 편해져요. 게다가 이런 글들을 통한 나의 주장이 문제 해결에 미미하게나마 실제로 도움이 되는 일도 간혹 생기는 것 같아 보람도 느끼고 있어요. 정리하다보니 꽤 많은 글들이 모였고,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좋은 마음으로 더 나은 삶을 살아가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렇듯 박 교수의 지혜와 통찰과 국민건강을 위한 염원이 담긴 이 책 한권이 처방전을 대신해 멍이 들고 모순으로 상처투성이가 된 우리 사회와 의료계에 인성교육과 윤리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바보의사 박인숙의 끝나지 않은 성장통 이야기'는 강력한 메시지들로 가득하다. 어린이 심장병 외에도 의술의 이용자인 모든 국민에게 큰 관심과 우려의 대상에 대한 관심과 발견에 박 교수가 제시한 해결책과 대안에 기대를 갖게 한다. 그리고 의료현실을 전혀 모르면서 진료행정을 감시하고 제한하고 정책을 상정하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분통은 박 교수가 왜 그렇게 의료개혁에 팔 걷고 나서는가를 잘 이해하게 해준다.

또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교수들의 직선에 의해 의대 학장에 오른 박 교수의 `진정한 의사라면 환자 보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되며 국내 의료·의학계의 현실을 바꾸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는 의대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에 대한 현실과 열망에 대한 박 교수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

 Q. 다양한 저서가 있는데, 그 중 `선천성 심장병' 책은 어떤 책인가요.

 "`선천성 심장병'은 30년 이상 모은 자료와 진료지침을 집대성한 의료인들의 필독서예요. 이 책은 3000개가 넘는 컬러 사진과 그림을 통해 복잡한 선천성 심장병을 이해하기 쉽게 표현해서 그 어떤 책 보다 더 도움이 될 거예요. 지금 영문판 작업을 하고 있는데 요즘 강의와 진료 때문에 너무 바빠서 내년 초까지 미뤄지게 됐어요"

박 교수의 `선천성 심장병'은 자식과도 같은 책이라고 한다. 그림 위주로 쉽게 쓴 책이라 심장 수술을 하는 전문의들에게 크게 도움이 될 거라 한다. 박 교수가 말한 영문판 작업은 번역 작업이 아니다. 영어로 다시 쓰는 작업이라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 네 개의 chapter가 남았다며 흐믓해 한다.

 Q. 여성으로서 이겨내기 쉽지 않았을 수많은 장벽과 편견을 극복하면서 의료계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남들보다 더 부지런해야 했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고, 또 다른 경험과 지식을 통해서 얻은 통찰을 적용해야 했지만. 결국 똑같이 행동하고 경쟁하게 되요. 하지만 제일은, 친정어머니와 세 딸의 이해와 사랑 덕분이었지요"

언제나 당당하고 솔직한 박 교수의 가슴은 누구보다 따듯하고 깊다. 한국 사회에서 전문성을 갖춘 여성으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산다는 것은 굉장한 어려움이 있다는 것에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것이다. 많은 여의사 후배들에게 박 교수는 여성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증명했다.

박 교수는 `명의'이면서도 뛰어난 실력의 피아니스트다. 지난 2003년부터 개최한 음악회 횟수도 여러 번, 이 음악회를 통해 선천성 심장병 환우에게 전달된 후원금도 어마어마하다. 지금까지 멋진 실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어릴 적부터 친구이자 위안이 되었던 피아노였다. 현재 박 교수는 여러 의학단체는 물론, 한국음악협회 명예이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겉으로 드러난 병뿐만 아니라 마음의 병까지 위로하고 보살피는 팔방미인이다.

 Q. 여의사들, 그리고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성공이란 단순한 완성이 아니라 꿈을 이루어가는 하나의 과정이예요.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하고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에서 모든 여의사들이 성공의 꿈을 가슴에 품고 마음껏 높이 비상하기를 기원합니다"

언제나 위풍당당하고 카리스마가 넘치지만 인자하고 부드러운 표정에 서글서글한 인상이 매력적이다. 내숭도 없고 걸음걸이도 씩씩하다. 그리고 맺고 끊음과 싫고 좋음이 분명하다. 또 무척 꼼꼼해 나라에서 권장하는 성격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계에서 박 교수를 탐내나보다. 특히 박 교수는 어떤 속셈이나 꼼수, 계산적이지 않은 순수한 그 자체에서 묻어나는 솔직함 때문에 지금 박인숙 교수의 모습 그대로가 비결이 아닌가 싶다.

성공한 여성교수로 존경받는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인숙 교수. 항상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가 기반이 되어야 앞날에 도움이 될 것이라 후배 여의사들에게 말한다.

박인숙 교수로 인해 2만명의 여의사를 위한 사회적 배려, 그리고 한국을 이끌어 가야 하는 사회적 여성이 아낌없이 자기의 전문 분야만 생각하는 시대가 곧 오리라 기대된다.

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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