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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 피아노사중주 제3번〈베르테르〉C단조, 작품번호. 60
브람스 피아노사중주 제3번〈베르테르〉C단조, 작품번호. 60
  • 의사신문
  • 승인 2011.11.2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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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어질수 없는 열렬한 짝사랑을 노래

이 작품의 부제는 `베르테르'다. 브람스는 이 곡의 제1악장을 친구인 테오도르 빌로트에게 보내며 동봉한 편지에 괴테의 소설 `베르테르의 슬픔'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절망적인 자살을 택한 한 청년의 이야기를 음악적으로 묘사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슈만의 부인이자 천재적인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가 있었다. 당시 슈만은 정신분열증으로 자살을 시도한 후 정신병동에 격리되어 있었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클라라에게 브람스는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 그녀와 가족을 돌보고 있었다. 당시 브람스는 연상의 그녀에 대해 짙은 연모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스승 슈만에 대한 존경심, 사회의 도덕적인 규율 속에서 내성적이고 보수적인 브람스의 일방적 사랑의 감정은 억눌려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그것은 `대답 없는 사랑'이 되고 만다. 브람스는 클라라에게 이러한 사실을 말하지 않았으나 그녀는 이 곡의 제1악장을 보고 그의 마음을 알았다고 한다. 이 곡에는 슈만에 대한 비극적인 인상과 클라라에 대한 열렬한 짝사랑 그리고 북독일의 극단적인 우울함 등이 베르테르의 감정을 연상시키고 있다. 이것이 이 작품이 `베르테르 사중주'라고 불리게 된 이유이다.

이 곡은 브람스가 생애 최초로 작곡한 피아노사중주였으나 20년이 지난 다음에 다시 수차례에 걸친 치열한 수정을 거쳐 출판하게 된다. 그래서 작품번호 60번, 피아노사중주로는 제3번이 되었다. 당시 브람스는 1875년 8월 작곡자가 출판업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작품에 담긴 자신의 속마음을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악보의 속표지에 자신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그려 넣으면 좋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이 음악에 관한 하나의 개념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이 목적을 위해서 당신에게 나의 사진을 보내겠습니다. 푸른 연미복, 노란 바지에 장화를 입혀도 좋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컬러풀한 인쇄를 좋아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또 한 사람의 베르테르'가 써내려 간 짙은 고독과 슬픔의 사랑 노래, 이것이 바로 브람스의 피아노사중주 제3번인 것이다. 결국 이 작품은 앞 번호를 가진 두 곡보다 먼저 구상에 들어갔으나 완성은 1874년에, 초연은 1875년 7월에 되었다.

브람스가 남긴 3곡의 피아노사중주곡은 모두 4악장으로 구성된 공통된 고전적인 양식을 갖고 있지만 그 성격은 뚜렷이 다르다. 그 중심에는 피아노가 복잡하게 연주되면서도 현의 따스함과 함께 융화되어 충실하게 균형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피아노사중주 제1번과 1863년에 작곡된 제2번은 함께 한 쌍을 이루고 있으나 제1번은 비애감이 넘치는 단조인데 비해 제2번은 장조로 화려하고 역동적인 악상으로 그 성격은 대조적이다. 이들 모두에서 보여주는 화성과 선율의 다양성은 브람스 중기의 걸작으로 극치를 이루고 있다.

△제1악장 Allegro ma non troppo 심장을 옥죄는 강렬함으로 시작하면서 악기 네 대로 만들어내는 화음이 너무 격렬해서 어리둥절하기까지 하다. 불안한 후반부에서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소음에 깜짝 놀라게 한다. △제2악장 Scherzo. Allegro 교향곡 제1번처럼 음의 상승에서 오는 숨막히는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다. 한 단계, 한 단계 움직임으로도 짜릿한 뭔가가 서려있다. △제3악장 Andante 잠시 휴식을 갖는 듯 첼로가 그리는 서정적인 선율과 함께 우아하면서도 강렬한 감정처리는 도발적인 바이올린과 함께 내면으로 승화된 애절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제4악장 Finale: Allegro 상냥하게 시작하지만 악상은 차츰 무거워진다. 마치 다음을 기약하듯 어둠으로 돌아가 침잠하듯 브람스의 마지막 피아노사중주는 막을 내린다.

■ 들을만한 음반: 외르그 데무스(피아노), 바릴리 사중주단[Westminster, 1956]; 아르투르 루빈스타인(피아노), 과르네르 사중주단[RCA, 1964]; 로마 사중주단[DG, 1965]

오재원〈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클래식이야기 전편은〈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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