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7:46 (수)
대부분 "의료업 포기하고 싶다"
대부분 "의료업 포기하고 싶다"
  • 김기원 기자
  • 승인 2009.04.09 17: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적지않은 개원의들이 “천직인 의료업을 포기하고 싶다”고 응답, 개원가의 사기저하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최근 글로벌 경기 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와 맞물려 장기화되는 경영난으로 폐업 또는 휴업하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일선 개원의사들이 진료의욕 또한 극한점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펴낸 ‘의원 경영실태 조사’ 연구보고서를 통해 “의협회원 2500명을 무작위로 추출, 설문지를 발송한후 이를 회수, 분석한 결과 개원 의사들의 사기저하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수입에 대한 개원의의 현재 심정을 묻는 질문에 “의료업 자체를 포기하고 싶다”는 극단적인 의견 7.2%를 포함해 62.4%가 현재 의원수입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변했다. 의원의 미래 경영전망에 대해서도 “더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대다수인 96.2%에 달했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우선 의원급을 찾는 외래환자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의원급들이 주 6~7일 평균 55.5시간씩 진료하며 비상경영을 실시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2008년도 동네의원들의 하루 평균 외래환자 수는 58.8명으로 2007년 63.3명에 비해 4.8명가량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영난 타개를 위해 진료시간을 연장하거나 주말진료 등의 방안을 강구하기도 했지만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비 삭감 사례도 증가해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96.1%가 진료비 삭감 경험이 있다고 했는데, 이는 2007년의 95.8%보다 1.3%P 증가한 수치다.

정당하지 못한 진료비 삭감이 63.1%에 달했지만 삭감당한 진료비를 받아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는 의원은 22.6%에 불과했고 62.5%는 포기한다고 답했다.

특히 삭감 이유 중 '처방약에 대한 삭감‘이 45.4%로 가장 많았는데 2007년 30.3%보다 무려 15.1%P 증가했다. 이와 관련 연구보고서는 “처방약의 경우는 의사(의원)이 취득할 이득과 아무 관계가 없어 삭감이 정당하지 않으며, 법원에서도 건보공단(심평원)이 의사가 처방한 약에 대해 삭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개원을 위한 평균 투자금액은 5억3893만원으로 집계돼 자기자본만으로는 개원이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줬다. 응답자의 46.1%가 부채를 기록하고 있고, 평균 부채금액은 3억9159만원으로 조사됐다. 이자비용도 월평균 251만원이 발생하고 있었다.

1차 의료기관들이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의사 10명 중 7명(69.5%)이 단연 “수가제도 개선”이라고 답했다. 이어 의료전달체계(12.8%), 의사수급정책(8.3%), 의료인력의 지원(5.6%)진료비 청구 및 심사제도(3.9%) 의 개선을 꼽았다.

의료시장의 개방에 대해 개원의사들은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긍정적인 견해(35.8%)가 부정적인 견해(30.6%)보다 많았는데, 이같은 결과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정부정책의 전환을 요구했지만 한계에 부딪혀 극단적인 방법으로서 외부충격에 의한 의료시장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임금자 연구위원은 “의원의 경영난과 개원의의 진료의욕 상실은 우리나라 1차의료의 붕괴를 의미하며 그 피해는 결국 환자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현재와 같은 저수가정책의 포기를 비롯한 수많은 규제들의 철폐 또는 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기원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