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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특정기술로 직무수행하는 것 이상의 역량 필요
의사, 특정기술로 직무수행하는 것 이상의 역량 필요
  • 의사신문
  • 승인 2011.11.1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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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실천 프로젝트 - `진료 잘 하는 의사 되기'〈37〉

 ■오늘날 의사에게 필요한 역량

요즘은 사회 전 분야에서 그 일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역량(competency)'이 강조되고 있다. 역량이란 말은 1970년대 초에 의해 처음으로 소개된 말이다. 해외 공보요원선발에서 IQ 중심 선발이 개인의 업무성과를 예측하는 데 부족하다는 문제의 대안으로 제시되었으며,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수행자들의 요인과 특성을 철저히 분석한 후 핵심역량모델을 만들어 인사관리 전반에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역량은 기본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된 지식, 태도, 기술, 습관, 동기, 특성 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현재 `역량' 이라는 용어는 직업기초능력, 생애능력, 보편적 능력 등 다른 용어들과 명확한 구분 없이 사용되고 있으며, 그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직업교육이나 성인교육에서 주어진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을 의미하기도 하며, 평범한 수행자와 탁월한 수행자간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차별화된 능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곧 의사 역시 의사가 갖추어야 할 다양한 역량들을 습득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경쟁력 있는 의사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에 이번 칼럼에서는 세계 의학기구에서 제시하는 의사의 역량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사실 그 동안 의사를 양성하는 의학교육에서는 방대한 양의 사실적 지식의 전달에 주로 치중하여 왔다. 하지만 지식의 양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그 수명이 짧아지는 현대사회에서 그러한 교육방법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 의학기술은 빠르게 발달하며 그에 따라 의료 현장에서 전문의들이 습득해야 하는 지식도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단순한 사실적 지식의 습득 보다는 실제 문제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적인 능력함양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만난 의사들 중에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레지던트를 거쳐 전문의 자격증까지 획득했음에도 필드에 나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특히 환자에게 나쁜 소식을 전해야 할 때라든가 치료 결과가 생각했던 결과보다 좋지 않을 때, 혹은 불가피하게 의료 실수를 하게 되어 사과를 전해야 하거나 까다로운 환자나 클레임 환자를 만나게 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다가 초기 대응이 늦어져 더욱 일이 커지고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그 역할들을 잘 수행하고 있는 타의 모범이 되는,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의사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역량들에 관심을 갖고 배우려고 노력한다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기본적으로 문제를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 해결' 역량이 있다면 환자의 문제 역시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효과적으로 잘 해결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의사라는 직업은 일반적인 직업을 위한 특정 지식이나 기술만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 진료를 보는 임상의사라면 환자라고 하는 인간적 관계와 만남을 전제로 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에 있어 인간 및 인간의 삶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함의되어 있는 것이다. 의사가 의학이라는 지식을 적용해야 하는 대상은 다양한 성향과 특성들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필자는 `의학'이라는 지식만 공부해서는 학자나 연구자는 될 수 있지만 환자의 마음을 읽고 공감하며 진정한 문제를 읽어낼 수 있는 명의가 되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심리학, 인문학, 커뮤니케이션 등에 두루 관심을 갖고 사람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질 때만이 의사가 지닌 의학 지식 역시 몇 배로 빛을 발할 수 있다. 하루 종일 진료실에서 진료만 보는 한정된 일상일지라도 최소한 현 사회의 흐름과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 정도는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사회에 명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면 50대 직장인 환자가 스트레스성 두통을 호소하는 것을 어떻게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겠는가.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결국 환자가 가진 문제를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이다.


의학을 적용해야 하는 대상인 사람에 대한 이해와 소통법 중요
종합적인 문제인식 통해 실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함양 해야
치료 전문성·직업 윤리 기본…사회인식 및 관리·협업 관심을


영국 일반의사협회(General Medical Council)는 내일의 의사에게 꼭 필요한 의대 졸업생 역량으로 `학자와 과학자로서 의사', `개업의로서의 의사', `전문인으로서의 의사'를 강조했다. 이것은 의사가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자와 과학자로서의 역할과 함께 개업의사(임상의)로서 환자와 소통하고 동료들과 협력하는 능력 등을 포함하며 의료 전문가로서 직업 전문성을 갖고 직업적 윤리를 준수하는 것 등을 포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학자와 과학자로서의 의사는 의사로서 기초 의학에 대한 개념과 여러 의과학적 원리들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며 인간의 구조와 기능을 설명하고 약물의 부작용은 물론 건강, 질병 및 질병의 사회학적 개념까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또 행동 변화와 치료 준수와 관련하여 사회적 측면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하며 의료 관행 원칙, 방법 및 인구 건강과 건강의 향상에 대한 지식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임상의로서의 의사는 환자와 상담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환자와 보호자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설명, 조언, 안심 및 지원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가 가진 문제의 초기 평가와 차등 진단을 평가하는 과정을 이해해야 하며 환자와 협력해야 하고 의료 맥락에서 환자 및 동료와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정신병이나 기타 취약한 환자들과도 적절히 소통할 수 있어야 하며 의료 긴급 상황에서는 즉각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정확한 약물 기록을 수립하고 통증과 고통을 포함하여 일반적인 징후에 대한 적절한 약물 치료를 계획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전하고 합법적인 처방을 제공하며 의약품에 대한 적절한 정보를 환자에게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의약품에 대한 신뢰할만한 정보에 접근하며 환자가 받는 치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완 및 대체 요법을 사용하는 인식을 증명하고, 이러한 요법의 존재와 범위의 인식, 환자가 그들을 사용하는 이유 등을 파악해야 한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실용적인 절차를 수행하며 의료 맥락에서 효과적으로 정보를 사용해야 한다.

끝으로 전문가로서의 의사는 환자의 치료를 최우선으로 하고 임상 책임과 의사의 역할 인식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 존엄과 프라이버시를 유지해야 하며 적절한 동의의 중요성을 이해해야 한다. 또 조직원으로서 의무를 다하며 동료들과 협력하여 환자를 보호하고 관리를 향상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불확실성과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며 지속적으로 자원의 사용과 우선순위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여 관리자로 의사의 역할의 인식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와 함께 세계의학교육기구(IIME: Institude for international Medical Education)는 모든 의사가 갖추어야 할 세계 공통 최소 필수 기준으로 전문가적 가치와 태도, 행위와 윤리, 의학의 과학적 기초, 임상술기, 의사소통 기술, 공중보건과 의료체계, 정보처리, 비판적 사고와 연구 등을 7가지 내용으로 정리하고 있다.

캐나다의 CanMed 2005 역시 21세기 의사가 갖추어야 할 필수 항목으로 의료 전문가로서 치료 기술 등의 전문성, 커뮤니케이터로서 환자와 원활히 의사소통 할 수 있는 능력, 협력자로서 동료 의료진들과 함께 협동하여 일할 수 있는 능력, 관리자로서 자원을 배분하고 정보를 총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 건강 옹호자로서 환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제대로 식별할 수 있는 능력, 학자로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하며 새로운 지식을 구현하고 전략하는 능력, 전문 직업성, 프로페셔널리즘을 이야기했다.

미국 내과의사협회(American Board of Internal Medicine)에서는 의료 전문주의 헌장에서 Professionalism the basis of medicine's contract with society를 강조하였다. 또 Fundamental principles로 환자복지 최우선의 원칙, 환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원칙, 사회정의에 대한 원칙을 제시하였다. 특히 의사의 전문가적 책임으로 10가지를 제시하였는데 의사로서 전문적 능력의 배양, 과학적 지식 함양, 전문인으로서의 책임을 강조했으며 환자에 대해서는 정직할 것, 환자의 비밀 유지, 환자와 적절한 관계유지, 질 향상을 제시했으며 의료의 접근성 향상, 의료 자원 배분의 정의, 이익갈등에서 신뢰를 유지하는 것을 강조했다.

이렇게 의사에게 필요한 공통된 역량들을 적절히 참고하여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들과 비교해보고 부족한 역량들을 조금씩 채워나간다면 급변하는 의료 사회에서 역시 경쟁력 있는 의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혜범<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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