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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과 농가에서 땀흘리며 행복한 웃음 가득”
“갯벌과 농가에서 땀흘리며 행복한 웃음 가득”
  • 의사신문
  • 승인 2011.11.0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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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 영등포구의사회 창립기념 가족동반 야유회 후기

조성은 원장
영등포구의사회에서는 해마다 봄가을로 예능프로 1박2일처럼 평범하지만 혼자서는 쉽게 잘 가지 못하는 곳을 찾아 일요일 하루 여행을 간다. 특히 가족들을 위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어, 평소 일 끝나고 혼자만의 시간들(운동, 음주 등)로 인한 가족들로부터의 원성을 잠재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맘때 쯤 되면 약속 스케줄을 조정하며 새로운 곳에 대한 1일 여행을 매우 기대하는 편이다.

이번 가을 여행지는 당진 왜목마을, 도비도이며 갯벌체험, 고구마 캐기가 예정되어 있단다. 의사회 야유회를 여러 번 가보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채집활동이다. 무의도 갯벌을 다녀왔던 기억을 더듬으며 옷이 엉망이 될 것이고 조개를 한보따리 주워 오겠지 하고 즐거운 상상을 해보았다. 거기다가 고구마까지. `이거 너무 짐이 무거워지는 거 아냐' 하며 캔 조개를 잔뜩 들고 있는 나를 상상해 본다. 전에 무의도에서는 그랬으니까…

몇 년째 참석해 보아도 비오는 날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번에도 날씨는 여행에 적당했으며 구름낀 날씨는 너무 덥거나 햇볕에 타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8시까지 서둘러 약속장소인 현대백화점 주차장으로 향했다. 단풍철이라 등산객들 버스가 주위에 많았고 돌아올 때 차량정체를 약간 걱정하게 만들었다. 다른 때보다 참석인원이 많아서 빈자리가 없이 빽빽하게 채워졌고, 특히 어린이들이 많이들 보였다.

오락담당 정원석 원장님의 강동구로의 이전으로 분위기가 어떻게 바뀔 것인가 궁금했는데 정원석 원장님과 가족도 여느 때와 같이 보였다. 반가웠다. 몸은 강동구로 가셨어도 마음은 영등포구에 계속 계신 것 같았다. 덕분에 우리집 두딸들도 버스안 퀴즈 맞추고 쵸콜렛이나 마이쮸(이건 특히 어느 부회장님이 좋아하신다.) 받아 먹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막힘 없이 주행하여 처음 도착한 곳은 갯벌체험이 예정된 도비도.

원래 섬인데 육지와 연결된 곳이란다. 그런데 이 갯벌은 진흙이 아니라 바닥이 딱딱하고 바위들이 많은 형태로 되어 있었다. 물 빠진 1시간 반 동안 조개, 고동, 굴, 게 등을 잡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예상과 다른 갯벌이라 어떡할까 고민하는데 옆에 어떤 중년의 여자분이(전문가의 포스가 느껴지는 분이셨음) 바위에 붙은 굴을 캐고 계셨다. 송곳같이 생긴 전문장비로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게 빠르셨는데 꺼내진 굴은 너무 작아서 부피가 쉽게 늘지 않았다. 호미로 바위에 붙은 굴 한 두개 깨서 먹어보니 바닷물 때문에 짜기는 했지만 마트에서 사다먹는 양식굴과는 차원이 다른, 상큼한 바다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조개는 별로 보이지 않고, 물은 계속 밀려들어오고, 굴은 맛은 있는데 캐고 까기가 불편하고, 까도 부서진 껍데기 조각이 섞여서 먹기 불편하고, 결국 까지 않은 굴만 70∼80개 정도 주워서 나왔다.


영등포구의사회, 매년 봄·가을 가족 참여 1박2일 여행 떠나
이번 가을엔 당진 왜목마을에서 갯벌·고구마 캐기 체험 진행
모처럼 진료실 떠나 회원·가족들과 유쾌 상쾌한 시간 보내


12시쯤 나오니 횟집에 식사자리가 마련되어 있었고 자연산 회를 맛볼 수 있었다. 원래 와이프는 회를 거의 안먹는다. 그래서 다 내차지가 될 수 있었지만 초등학생 딸들도 회를 좋아해서(애들은 회 맛을 아는지, 초고추장의 달콤함으로 먹는지 잘 모르겠다) 회의 양이 충분치는 않았다. 평소에 가끔 회가 땡길 때가 있어서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서 회를 뜨고 산낚지를 사다가 집에서 먹는다. 이 때문에 우리 어린이들도 회를 먹게 되었고 특히, 산낙지를 좋아한다. 만지고 놀다가 아빠가 다리를 하나씩 잘라주면 참기름에 찍어서 게눈 감추 듯 먹어버린다.

식사 후 왜목마을에 들러서 인증샷만 한 컷 찍고 바로 고구마 캐는 장소로 떠났다. 왜목마을은 원래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이라 하나 그 외에는 볼 것도 없고해서 사진만 찍는다는데 그래 보였다.

다음은 고구마 캐기. 어느 농가의 야산 고구마 밭으로 갔다. 잠깐 가서 캐는 것도 허리가 아프지만 놀러왔으니 즐겁게 캐긴 했다. 역시 돈 주고 사먹는 것이 제일 쉽다. 뿌리식물인 고구마가 뿌리사이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모습을 신기하게 관찰했다. 캐는 도중 호미에 고구마들이 상처가 나서 이건 상품으로 팔수는 없을 듯 했다. 끝나고 나니 노랗게 잘 익어서 김이 모락모락나는 군고구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참으로 달콤했다. 역시 뭐든 집에서 사먹는 것보다 산지에서 직접 먹는 것이 더 맛있다.

고구마 한봉다리를 들고 이제 집으로 고고씽∼!!

버스기사님의 운전실력 덕분에 비교적 안 막히고 잘 돌아올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도 정원석 원장님의 퀴즈는 계속 되었다.

집에 오니 숙제가 하나 있다. 가져온 굴까는 문제. 전에 무의도 때도 그랬지만 주울때는 즐거운데 집에 오는 순간부터 귀찮아진다. 조개는 뻘을 빼는 해감 문제였는데, 굴은 이걸 다 까야 되니…

8시 뉴스를 보며 까기 시작했는데 이걸 언제 다 까야하나 답답했다. 까도 양은 얼마 안되고 쓰레기만 잔뜩 나올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버리자니 먹지도 않을 거면서 잘 살고 있던 굴만 죽이는 꼴이 되고.

근데, 까다보니 이것도 요령이 있었다. 요령을 터득하니 한없이 걸릴 것 같던 굴을 생각보다 빨리 정리할 수 있었다.(혹시 궁금하신 분은 연락주시면 기꺼이 전수 가능함) 굴이나 고구마를 직접 까고 캐보니 새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밥상에 오를 음식들에 수고하시는 농촌, 어촌에 계신 분들께 고마움이 느껴졌다. 다음날 아침 초장에 찍어먹은 자연산 굴은 여전히 향긋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진료실에서 환자 보는 중간중간에 글을 쓰고 있지만 그때 즐거워하던 가족들을 회상하니 흐뭇해진다.

조성은(한가정 신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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