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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에게 업무 자체로부터 즐거움을 느끼게 하자
직원들에게 업무 자체로부터 즐거움을 느끼게 하자
  • 의사신문
  • 승인 2011.11.0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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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실천 프로젝트 - `진료 잘 하는 의사 되기'〈36〉

■ 병원장 리더십 - 조직원들의 내재적 동기를 키워라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님이라면 누구나 그 병원에 봉직하고 있는 의사나 기타 병원 직원들이 열정을 갖고 열심히 일하길 소망할 것이다. 특히 리더십의 관점에서 보면 조직원들의 동기는 병원 경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직원의 동기를 관리하고 유지하는 일은 원장의 중차대한 책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필자가 의사 선생님들을 교육하다 보면 전문의를 따고 젊은 나이에 바로 개원을 한 원장님들 중에는 병원 직원들 문제로 스트레스 받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일반 기업에 근무하는 회사원들처럼 경력이 쌓이면서 리더의 자리로 올라가는 제도가 아니라 면허증을 획득하면 본인의 희망에 따라 바로 개원을 하여 리더가 될 수 있는 제도이기에 그렇다. 사회적 경험 특히 사람들을 통솔하고 이끄는 경험이 별로 많지 않은 상황에서 바로 조직의 장이 되어 간호사나 기타 병원 직원들을 통솔하려고 하니 너무 어려운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소통의 부재를 넘어 원장님이 간호사들한테 쩔쩔 매는 경우도 있고 왕따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주객이 전도된 기막힌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언젠가 친한 원장님과 점심 약속이 있어 점심시간 직전에 그 원장님 병원을 찾은 적이 있다. 병원 문을 들어서기가 무섭게 필자를 환자로 생각한 간호사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면서 “오전 진료 끝났거든요. 12시부터 점심시간이에요.”라고 퉁명스럽게 이야기했다. 필자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차트 같은 것을 탁탁 정리하면서 이야기하는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끝났거든요.'식의 말투가 커뮤니케이션을 교육하는 필자에게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간호사 한 명이 무의식중에 병원 이미지를 깎아내린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분명 원장님은 진료실에 계셔서 간호사가 환자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잘 모를 것이라는 생각에 원장님께 조심스레 간호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원장님은 깊은 한 숨을 내쉬면서 “선생님,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간호사를 구한다는 것이 참 힘들어요. 특히 우리병원은 주 2회 야간 진료를 보고 토요일도 늦게까지 진료를 보니 일하려는 간호사가 잘 없어요. 그래도 그 간호사는 그런 것을 다 감수하고 있어주니까 고마운 마음이 커요.”라고 이야기했다. 아마도 원장님은 그 간호사가 병원 환자들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야간 근무도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서 나아가 우리 병원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런데 병원을 찾아 온 환자들이 간호사의 태도로 인해 병원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게 된다면 오히려 결과적으로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필자는 전국적으로 병원을 다니다보니 간호사 한 명을 잘 뽑아서 병원이 잘 되는 경우도 봤고 간호사 한 명을 잘 못 뽑아서 병원 매출에 타격을 받는 경우도 봤다. 그 만큼 요즘은 의사가 진료만 잘 본다고 병원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다양한 조직원들이 함께 일하는 규모가 큰 병원에 비해 병원이 작을수록 간호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간호사 한 명이 일인 다역을 소화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간호사를 채용할 때부터 기본적으로 `괜찮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 여기서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은 상당히 주관적인 의미이기는 하지만 예의가 바른 사람,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갖고 책임을 다하는 간호사를 함축한다. 간호사가 환자에게 살갑게 인사만 잘 해도 환자들은 일차적으로 `이 병원 친절하네'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물론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는 병원에 대한 신뢰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사소한 것이 사소하지 않은 결과를 이끈다는 것.


불친절한 간호사 한 명이 병원 전체의 이미지 추락시킬 수 있어
승진·급여 등 외재적 보상도 중요하지만 내제적 보상 관심 필요
구성원의 비전 이해하고 열정·역량 펼치는 꿈의 무대 만들어줘야



앞서 언급한 간호사를 잘 뽑아 성공했다는 병원은 간호사와 원장님이 정말 죽이 척척 잘 맞는 병원이다. 원장님이 병원을 개원한 직후부터 약 15년을 함께 일해 왔다고 하니 간호사가 그야말로 원장님의 든든한 오른팔이다. 조그만 개인병원에서 이제는 간호사도 여러 명 근무하는 그 지역에서 제법 규모가 있는 큰 병원으로 성장했지만 그 간호사가 지금까지도 그 어떤 간호사보다 큰 역할을 해내고 있다. 원장님 이야기로는 모든 병원 업무에 그 간호사의 힘이 닿지 않는 부분이 없을 만큼 병원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10년을 같이 일하다보니 원장님이 미처 못 챙기는 부분까지 간호사가 꼼꼼히 챙기고 원장님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원하는 것을 해두는 것이다. 그야말로 척이면 척이라고 할까. 사실 커뮤니케이션을 전문으로 하는 필자가 볼 때도 그 간호사는 눈치가 빠르고 사람을 참 편하게 대했다. 유순한 인상에 말투도 조근 조근 친절하지만 일 처리에서는 야무지고 꼼꼼하다. 그야말로 능력 있는 간호사 한 명이 환자들에게 호감을 주어 진료 잘 보는 원장님의 능력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병원 간호사도 `괜찮은 간호사'로 만들 수는 없을까. 적절한 동기부여와 보상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다. 특히 조직에서 제공하는 보상은 크게 내재적(intrinsic), 외재적(extrinsic) 보상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내재적 보상이란 특정 행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내적인 만족을 뜻한다. 곧 행동(업무) 그 자체가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간호사가 환자에게 친절하게 행동하며 스스로 즐거움을 느낀다거나 원장의 오른 팔이 되어 병원에 큰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자긍심과 갖는 것이 바로 내재적 보상이다. 이러한 보상은 개인의 능력에 대한 믿음,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자기 결정력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반면 외재적 보상은 다른 사람, 특히 조직의 리더 같은 보다 힘을 가진 사람에 의해 부여되는 것으로 승진, 급여 인상과 같이 특정 과업의 결과로 얻게 되는 보상을 뜻한다. 돈을 벌고, 명예를 얻고, 칭찬을 받는 것과 같이 외적으로 부여되는 자원을 획득하기 위해 동기가 부여되는 것이다.

원장이 환자들이 투표하는 친절한 직원에 뽑히면 월급을 올려 준다고 해서 환자에게 친절하게 행동한다면 그것은 외재적 동기부여가 된 행위이다. 이와 함께 보상은 전사적(system-wide), 혹은 개별적(individual) 방식으로 주어질 수 있다. 전사적 차원의 보상은 조직 내 모든 구성원들에게 동등하게 부여되며, 개별적 보상은 동일한 조직에 있으면서도 그 보상이 개인에 따라 다르게 부여되는 것이다. 보상의 범위와 성격에 따라 네 가지 종류의 보상을 상정해 볼 수 있는데 먼저 외재적이며 전사적인 보상은 조직 내 모든 구성원들이 활용할 수 있는 보험 또는 휴가 같은 것이 그 예이다. 반면 내재적이면서 전사적인 보상은 구성원이 성공하는 조직에 공헌함으로써 느끼는 자부심 같은 것이다. 외재적이면서 개별적인 보상은 승진이나 성과급같이 개인적 성취에 따른 차별적 보상을 이야기할 수 있으며 내재적이면서 개별적인 보상은 일을 하면서 개인을 동기화시키는 자기 충족감 같은 것이 될 수 있다.

실제 갤럽 조사에 의하면 리더들이 구성원들을 몰입시키고 높은 열정을 유지하게 하는데 급여나 승진 같은 외재적 보상은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구성원들이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곧 진정한 리더십은 풍족한 자원과 보상을 활용하기보다 특별히 내재적 보상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발휘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업무 자체로부터 내재적 보상(즐거움)을 느끼는 구성원들은 높은 열정과 에너지를 유지하며 그 속에서 자신이 중요한 사람으로 느끼게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외재적 보상을 넘어 이러한 느낌을 받기 원하며 그 순간 탁월한 성취를 이루게 된다. 따라서 리더의 역할은 진심으로 구성원들을 배려하고 그들이 일을 하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최상의 성과를 얻어내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이 말은 외재적 보상을 무시해도 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외재적 보상의 참된 가치는 내재적 보상의 결과일 때 가장 값지기 때문이다.

끝으로 리더가 내재적 보상을 제공하는 방법에 대해 정리해본다. 리더는 기본적으로 조직이 추구하는 이상과 가치에 몰입하여 이를 살핌으로써 현재의 일이 가진 중요성과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 구성원들의 꿈과 비전을 이해하고, 그들이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일을 창안함으로써 직장이 꿈의 무대가 되도록 해야 한다. 구성원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시험하고 그 속에서 성장과 개발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나아가 탁월한 성취에 대해 함께 기뻐하고, 그를 통해 지속적인 모험과 성장이 일어나는 지원적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이번 한 주는 우리 병원 간호사나 직원들에게 이러한 내재적 보상감을 높여주길 바란다.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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