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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관 스텐트 개발과 나의 삶 〈2〉
소화관 스텐트 개발과 나의 삶 〈2〉
  • 의사신문
  • 승인 2011.11.0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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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한계 넘는 자가팽창 금속 스텐트 연구시작

당시에는 스텐트 구멍이 많으면 많을수록 담즙 찌꺼기로 인한 막힘이 없어 오래가고, 스텐트 수명이 길다고 생각했다. 또한 내경이 넓을수록 스텐트가 막히지 않고 오래 유지된다고 하였다. 위의 방법으로 옆 날개(사이드 플랩)를 만들어서 스텐트 이동을 방지하는 동시에 옆 날개의 기시 사이드 프랩 자체 부위에다가 구멍을 만들기도 했었다.

나는 이때 배운 스텐트 제작 기술을 우리나라에 빨리 보급하고 싶은 욕심에 나까지마 선생님께 일본에서 당시 개발중인 대구경 십이지장 내시경이 시판되면 한국에 우선 공급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했었다. 다행히 그 선생님을 통해 대구경 십이지장 내시경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동시에 시판되었고 나는 그것을 처음으로 구입하여 담도 플라스틱 스텐트의 삽입 시술을 국내 처음으로 할 수 있었다.

[그림6] 1986년 당시 필자가 외국에서 직접 구입하여 사용하였던 각종 식도용 플라스틱 배액관
한편, 사실 나는 국내 최초의 담도 스텐트 삽입술을 성공하기 이전부터 식도암 환자를 위한 식도 인공관 삽입술에 필요한 식도 스텐트에 관심이 많아 그러한 스텐트를 생산하는 나라에서 직접 사온 식도 스텐트로 이미 시술하고 있었다[그림6]. 식도 스텐트를 알기 위해 방문했던 곳 중에서 암스테르담 대학(암스테르담 메디칼 센터, AMC) 의공학과에서는 직접 새로운 스텐트를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고 그 스텐트 샘플까지 얻어올 수 있었다. 거기서 구한 식도 플라스틱 스텐트를 한국에 가지고와 여러 명의 식도암 환자에게 삽입하였다. 그리고 시술 경험을 정리해 학회에 보고했다. `식도 스텐트 삽입 시술'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우리나라 최초로 여러 명의 환자에서 식도 스텐트 삽입 결과를 정리한 논문이었다(식도암, 위분문부 암에 의한 악성 식도 및 위분문부 협착에 대한 내시경삽관술〈Endoscopic endoprosthesis〉의 평가, 심찬섭 등, 대한내과학잡지, 제 40차 대한내과학회 추계학술대회초록집, 1988;128:129).

■세계 최초의 담도의 피막형 자가팽창 금속스텐트 개발

[그림7] 담도배액관용 Gianturco 금속 배액관
1991년, 독일 뮌헨의 테크니컬 메디컬 의과 대학에 근무하던 노이하우스 교수는 매우 개량된 슈나이더 사의 담도용 금속(Biliary metalic) 스텐트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 스텐트가 출시되기 전에는 `담도 기안트루코'[그림7] 라는 철사망이 큰 비피막형 자가팽창형 금속 스텐트(uncovered self-expandable metal stent)가 사용되었고 시술 자체도 매우 복잡하였다. 나는 슈나이더 금속 담도 스텐트를 구하려고 노이하우스 교수를 방문하였으나 당시 슈나이더 사에서는 개인에게 스텐트를 팔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노이하우스 교수가 자신이 사용하는 것처럼 하여 다섯 개를 구입하고, 내게 다시 넘겨주는 방식으로 어렵게 구할 수 있었다.

때마침 뮌헨의 Classen 교수의 병원에서 열리고 있던 국제 워크숍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는 운이 좋게도 노이하우스 교수와 함께 살아있는 마취된 돼지의 담도에 직접 금속 스텐트를 삽입하는 hands-on 시술을 할 수 있었다. 이 때의 흥분된 경험은 그 당시 시술 결과를 담은 엑스레이 사진을 아직도 기념으로 간직하고 있을 정도로 내게 커다란 영감과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그래서 귀국 후 슈나이더 스텐트를 비롯한 담도 금속 스텐트를 많이 시술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비피막형 금속 스텐트를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피막형 스텐트(membrane covered metal stent)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비피막형 금속 스텐트를 사용할 경우 종양이 스텐트내로 자라 들어와서 금방 막혀 버리는 예가 많았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에서도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하여 자가 팽창성 금속 스텐트를 만들었지만, 이 역시 비피막형 스텐트여서 피막형 스텐트를 만들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간절한 필요성으로 나는 태웅 메디칼 회사의 신경민 사장에게 피막형 자가팽창형 금속 스텐트 개발을 부탁하게 되었다. 그러나 당시 국내에는 제조할 수 있는 재료가 없었던 탓에 잘 알고 지내던 일본 교수를 만나 막 부착의 방법을 물어 그를 통해 잠깐 제조하는 과정을 볼 수는 있었지만 역시 피막의 재료는 가르쳐 주지는 않았다. 결국 문헌을 통해 피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료를 찾아낼 수 밖에 없었고 일본 오오사카시에 있는 화공약품 시장에서 폴리우레탄이라는 약물 한 병을 구입하여 직접 신 사장에게 전달하고 막부착을 다시 의뢰하였다.

[그림8] 막부착형 자가 팽창성 담도배액관, 장착한 실을 잡아당겨 스텐트가 자가 팽창되는 모습을 보임.
천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자가 팽창성 스텐트에 폴리우레탄 피막을 씌운 담도 스텐트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고 계속하여 나는 여기에 알맞은 삽입기 또한 제작하였다. 삽입 방법으로는 일단 실을 감아 장착시키고 삽입 후 손으로 끝을 잡아채면 실이 끊어지면서 담도 안에서 스텐트가 자가팽창 되는 방법을 시도했다(Modified membrane-covered self-expandable biliary metal stent, Cho YD et al. Annual meeting of Korean Society of GI Endoscopy 1998). [그림8] 이 방법을 사용하여 몇 차례 삽입하는 데 성공하였으며 유럽 내시경학회지인 Endoscopy 학술지에 증례보고를 싣기도 하였다.

그런데 실이 중간에서 끊어지거나 잘 풀리지 않는 등의 여러 문제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튜브 안에 스텐트를 넣고 그것을 밀어내서 담도 내에 스텐트가 삽입되도록 하는 막부착형 금속 스텐트를 또 다시 제작하였다. 그러나 이 역시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었으며 인체 밖에서 실험적으로 집어넣을 때는 밀리는 힘에 의해 스텐트가 튜브 안에서 잘 빠져 나왔지만, 실제 인체 내 담도에 집어넣었을 때는 튜브 자체가 견고하고 매끄럽지가 않아 전혀 빠져 나오지 않았다. 물론 한두 경우는 두 세 시간 동안 힘들게 고생하여 겨우 성공한 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튜브 중간이 접히면서 빠져 나오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림 9] 1. 막부착형 자가팽창성 담도배액관(A)과 삽입기(B). 2. 막부착형 자가팽창형 담도배액관, 장착된 삽입기 튜브에서 점차 스텐트가 팽창되는 모습(C, D, E, F). 3. 폐쇄성 담도암 환자에서 담도스텐트 삽입 과정; 팽창된 담도배액관의 X-선 소견(G), 팽창된 담도배액관의 내시경 소견(H)
이렇게 실패가 연속되는 상황 속에 더 이상은 진행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결국 새로운 막부착형 자가팽창형 금속 스텐트 개발을 포기하려는 찰나, 나는 다행히도 당시 엠아이텍 스텐트사의 안성순 부사장(현 스텐다드 싸이텍 스텐트사 사장)의 도움으로 다시 시도해 볼 기회를 얻게 되었고 결국 미국에서 좀 더 좋은 튜브를 구입해 담도용 막부착형 자가팽창형 금속스텐트를 삽관하는데 성공하였다[그림9]. 다시 말해 세계 최초로 담도의 막부착형 자가팽창형 스텐트가 개발되어 시판되기 시작 했던 것이다.

이후 엠아이텍 회사의 심하나로 스텐트(Shim-Hanaro Stent), 빌리어리 스텐트는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는 스텐트가 되었다 (담도계 및 췌장암의 악성 담도 폐색에 있어서 새로운 막부착성 팽창성 금속제 담도배액관 (Covered Modified-Giantruco Biliary Stent)의 개발 및 임상성적, 심찬섭 등, Journal of Korean Cancer Association, Vol.28,No.2,1996 / Preliminary Results of a New Covered Biliary Metal Stent for Malignant Biliary Obstruction, C.S. Shim et al. Endoscopy 1998;30:345-350).

심찬섭(건국대병원 소화기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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