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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피해구제-의료분쟁 조정 법률에 대한 소고〈중〉
의료사고 피해구제-의료분쟁 조정 법률에 대한 소고〈중〉
  • 의사신문
  • 승인 2011.10.3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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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한정형외과학회 법제위원

감정위원은 의학적 전문성 갖춘 자로 제한해야

김필수 법제위원
3. 감정위원 및 조사관의 임무에 대한 문제

시민단체의 의견처럼 `일반' 검사나 판사를 감정인에 포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감정과 조정의 역할 분담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시행령, 시행규칙을 잘못 만들면 감정과 조정에 대해서 혼동한 법률이 되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반드시 조정과 감정을 유기적으로 연결은 하되 역할의 분담은 분명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상 감정단은 검사 판사의 참여를 원하고 있다.(법 제26조 제7항) 자격요건에서 의학적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감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의사들로 감정위원을 구성하고, 법률전문가는 조정위원을 하는 것이 좋다. 조정과 감정은 조정안을 마련하는데 필수 불가결하게 협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법원에서 의료기관 특히 대학병원에 감정신청을 보내면 대학병원 의사는 오로지 자신의 의견만 표출하고 그 밖에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토론의 과정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새로운 입 법제정시 `감정단'에 검사 판사의 개입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의료분쟁은 사실상 매우 모호하고 증명자체가 불가능한 사안이 많다. 같은 의사라도 자신이 전공하지 않은 분야에 대한 감정에는 아주 서툴 수밖에 없다. 물론 현재 검사 판사 중에서도 의사면허증을 소지한 채 법원, 검찰에서 일하는 분이 10여명 있다. 그래서 이 분들의 활약이 이번 조정중재원의 구성원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하위법령에서는 이점을 규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감정은 해당분야 전문가가 하는 게 원칙인데, 아무리 의사면허증을 소지한 검사, 판사라 할지라도 해당 전문 의료분야에 감정을 잘 하기 어려운 일이다. 같은 전문의라도 해당 질환에 대해서 심도 있게 계속된 연구를 하지 않으면 새로이 발전된 치료방법이나 신약에 대한 정확한 감정을 내어 놓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100명이내의 감정위원으로 의료영역의 모든 부분을 해결하기는 어려운 점이 발생할 수 있다. 신 의료기술이 변화무쌍하여 100명이내의 감정위원 중에서 그 어느 누구도 해당 사고를 잘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이때에는 추천위원회에서 추천받은 `임시감정위원'을 선임하는 제도도 마련되어야 새로운 의료 사고의 유형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정단과 관련하여 행정절차, 감정단의 전문성의 정도, 감정단의 구성에 검사, 판사의 의료지식 수준의 범위, 감정단의 회의방식 및 의결방식(예를 들어 다수결) 등에 대한 세부시행령을 자세하게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칙적으로 법원에서는 이 조정중재원 소속 감정인에게 감정신청은 하지 않도록 하는 규칙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법원에서의 감정신청은 기존에 하던 대로 대학병원으로 의뢰 하는 것이 옳다. 조정 중재원은 해당 사건에 대해서만 감정을 수용해야 할 것이고 법원 등 외부에서의 온 감정신청은 회피하여야 한다. 이 점 또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감정과 조정에서의 다수결에 대한 문제이다. 조정에서는 다수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감정에서는 객관적사실과 과학적 근거를 그 토대로 감정위원의 의견의 일치를 보아야 한다. 즉 다수결이 어울리지 않다. 의료사고에는 `과실' 유무가 쟁점이다. 다시 말해 과실에 대한 다수결의 원칙은 적합하지가 않고 `객관적 귀속'에 대한 부분은 다수결의 원칙에 의한 감정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가치가 있다. 즉 과실이 있어서 악결과가 생겼다고 하여 전부 민형사상 책임을 지는 것으로 하위법령을 규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과실은 의료영역에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고 그로 인한 원치 않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이 결과에 대해서 “만일 과실이 없더라도 이러한 결과가 발생하였을 것이라는 개연성이 있으면 그 결과에 대한 귀속을 `운명'의 탓으로 돌려야지 `피의자'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로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 시술을 하다가 실패해서 과실이 추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환자의 나이, 동맥경화의 정도 등으로 볼 때 스텐트 삽입 시술이 바로 결과에 대한 책임으로 귀책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객관적 귀속과 인과관계의 문제를 깊이 논의하는 것은 배제한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 제28조 제3항에는 의료분쟁 발생 시 사실조사 등을 담당할 `의료사고 감정단'과 조사관이 의료기관에 출입하여 관련 문서 또는 물건을 조사/열람 또는 복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조사관의 법적지위가 문제 될 수 있다. 아울러 현장조사라고 명명한다면 이에 대한 성격이 규명되어야 한다. 현장조사는 행정법상, 행정조사에 해당한다. 행정조사의 개념에 대해 학계에 이견은 있으나 현장조사의 성격이 행정조사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 제84조의 현지실사와 유사하다고 주장하나 조정의 특성상 언제든지 조정을 포기할 수 있고 조정을 포기한다면 더 이상의 현장조사를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법 제84조의 현지실사와는 다른 개념이라 할 것이다. 현장조사 때에도 역시 적법절차의 원리가 적용되므로 하위법령을 제정할 때는 절차에 의해 기본권이 침해 받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현장조사에 대해 거부 등을 하면 벌금을 처하도록 한 조항은 조정제도 전체적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아 위헌의 논란이 있다. 현장조사 단계에서도 언제 조정제도를 기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고 벌금 조항은 곤란하다. 현행법의 해석상 논란이 있는 부분이다. 조사관의 행정법상 지위는 공무수탁사인에 해당하여 역시 적법절차의 원리가 존중되어야 한다. 장을 바꾸어 부연 설명한다.


법률전문가는 조정위원으로 한정 유기적 협조체계 마련해야
현장 조사, 적법절차 적용 및 기본권 침해방지 하위규정 필요


4.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위배 문제

헌법 제12조 제3항은 “체포 구속 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영장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영장주의는 형사절차에 적용되는 특징이 있으나, 의료사고에 있어서도 얼마든지 형사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영장주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즉 수사의 개시가 발생한 사건이라면 반드시 감정단의 출입은 제한되어야 할 것이다. 감정단도 애초에 수사권을 발동할 정도로 명확한 과실관계가 인정된다면 형사 고소를 진행하게하고 감정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조사관의 법적지위는 공무원 내지 공무수탁 사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무수탁사인제도는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 공무수탁사인의 행위도 행정기관의 행위로 의제되므로 반드시 적법절차가 지켜져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하위법령에서의 규정이 자세히 있어야 할 것이다. 압수란 물건의 점유를 취득하는 강제처분을 말하는 것이다. 수색이란 압수할 물건을 발견할 목적으로 주거에 대해서 행하는 강제처분이다. 통상 압수수색영장으로 발급된다. 이는 엄격한 법집행에 의하지 않을 경우 개인의 행복추구권, 재산권, 재판청구권 등의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법에서 의료기관에 출입하여 관련 또는 물건을 조사·열람 또는 복사할 수 있다는 것은 수색에 해당할 수도 있다(영장주의는 강제수사에 한정되는 데, 벌금조항까지 고려한다면 강제수사로 볼 수도 있다.) 그래서 만일 이에 대해 추후 형사고소가 진행되게 되면 이 조사 행위 자체가 영장주의에 반할 소지가 있다. 그러므로 강제 수사권을 발동할 때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 이미 영장이 발부되었다는 말은 범죄 피의자에 대한 수사가 개시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영장주의는 임의수사에 대한 반대개념으로 강제수사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감정위원 및 조사관이 하는 행위가 자칫 영장주의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영장주의는 `당사자의 협력이 궁극적으로 불가피한 측정방법을 두고 강제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는 헌재 판례에 따르면 현지 조사는 궁극적으로 피신청인의 동의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영장주의에 위배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형사사건화가 된다고 한다면 임의 수사로서 증거능력은 인정된다. 그러므로 시행규칙을 제정할 때 조사권의 발동요건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피신청인의 동의조항을 넣어 주어야 하고 확실한 과실과 객관적 귀속이 인정되는 형법 제 268조에 해당하는 범죄(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해당한다면 수사기관에 통보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경우에 조사관 중 일부는 사법경찰관으로 임무를 하는 것이다. 형법상의 업무상과실치사상의 죄목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에 대해 감정단원 또는 조사관이 의료기관에 출입하여 문서 등을 조사한다고 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명백한 과실에 해당하는 사고로 판단되면 사실상 고소를 통한 수사권을 발동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영장주의 및 무죄추정의 원칙,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발생한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형사절차에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법 절차에서 적용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견해다. 그렇다면 조사관이 파견되자마자 판단을 해야 할 것인데, 조사관은 사건을 수사 의뢰할 것인지 판단해야한다. 초동 때 바로 결정하여야 용의자의 권리를 해하지 않게 되는 것인데 현실에서는 복잡한 문제이다.


5. 조사 등에 거부의 자율성과 벌금조항의 문제

또한 법 제53조 제3항에 보면 정당한 이유 없이 조사 등을 거부하면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벌금은 형벌이다. 의료기관이 정당한 이유 없이 조사관의 처분에 응하지 않으면 형벌을 가하고, 처음부터 조정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하면 조정은 불성립된다. 과연 피신청인이 조정에 동의를 할까? 조정 불성립이라면 다른 ADR을 모색하지 않는 한 분쟁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료기관이 조정에 동의하고서 조사관의 조사에 거부하려고 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애 처음부터 조정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내막을 잘 안다면 결국 의료기관이 애초에 조정이란 절차를 포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조정이란 언제든지 당사자 일방이 스스로 불리하다고 판단하면 조정을 포기하고 재판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정은 자율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조정의 대원칙과 과도한 처벌조항의 모순사이에 의료기관들은 조정이란 제도 자체를 아애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대해 시행령, 시행규칙에서 의료기관을 `조정판'으로 잘 끌고 오는 법 기술이 필요한데 어려운 부분이다.

김필수 <대한정형외과학회 법제위원, 대한정형외과개원의협의회 이사> bone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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