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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학 및 열대의학의 모퉁이 돌 - 소진탁
기생충학 및 열대의학의 모퉁이 돌 - 소진탁
  • 의사신문
  • 승인 2011.10.2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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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위생환경 개선 및 기생충 퇴치·관리 한평생

소진탁(蘇鎭琸)
행원(杏園) 소진탁(蘇鎭琸)은 광복 전후와 한국전쟁 후의 참담한 환경에서 농촌위생환경개선과 기생충관리, 그리고 교육과 연구에 몸을 담아 이후 이를 위해 평생을 바친 분이다.

선생은 1921년 전라북도 익산군에서 태어나 전북 고창고등보통학교를 거쳐 1941년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로 건너가 1942년 정풍원(淨風園)병원, 1943년부터 1944년 귀국 때까지는 도쿄대학 전염병연구소에서 결핵균과 살모넬라균을 주로 연구하였다. 귀국 후 전주도립병원, 수원결핵요양원, 1948년 전북 개정농촌위생연구소 등에서 결핵관리, 환경위생개선, 기생충관리에 심혈을 기울였다. 1956년 미국 튤레인(Tulane)대학 열대의학 및 공중보건대학원에서 1년간 기생충학을 연구, 1957년에 귀국하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의 강사가 되고 1958년에는 기생충학교실을 창설하여 1986년 정년퇴임 때 까지 후학의 지도육성, 기생충병의 연구와 관리, 이와 관련된 사회봉사활동에 큰 업적을 남긴, 우리나라 기생충학과 열대의학 분야의 큰 모퉁이 돌이다.

선생은 학생교육에서 튤레인대학의 새로운 교육방식을 도입하고, 대학원에 기생충 관련 교과과정을 개설하여 인재육성에 진력한 바 선생의 연구실에서 배출된 각급 대학의 교수는 30여명이고 이중 E-H Kow(말레이시아 국립의대)와 P. C. Fan(대만 국립양명의대)는 외국인이다. 선생은 의과대 학장 등의 보직을 역임했다.

일본에서 귀국 후, 1949년 농촌 아동의 손톱에서 기생충 충란 검사, 1951년 김치 내 기생충 또는 충란의 생존여부, 1954년 토양성분과 십이지장충유충의 발육과의 관계 등을 발표하여 기생충학의 실험이론과 실제를 제시했고, 유학 중에는 각종 양념에서 충란과 유충의 운명에 관한 연구를 심화시켜 미국의 저명한 의학잡지에 3편의 논문이 실리는 쾌거를 이루었다. 귀국 후 전국적으로 만연되어 있는 회충, 구충 등 토양매개기생충의 퇴치 및 관리를 위해 복합구충제 메벤다졸의 개발에 참여하고, 분리식 변소의 개발과 그때 생산된 메탄가스의 활용 방안 등을 제시했다. 국내에서 개발된 프라지칸텔(Praziquantel)을 간흡충 환자에게 투여한 국내 첫 임상실험은 이 약제의 효능과 상품성을 입증함으로써 간흡충 관리에 큰 발전을 이뤘다. 선생의 연구실은 원충병의 연구분야, 특히 이질아메바와 톡소포자충감염에서의 면역학적 진단법의 개발과 임상적용은 기생충감염 진단법의 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선생은 서병설, 이병도, 주일 등과 함께 대한기생충학회를 설립하여 1959년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같은 해에 발족된 기생충예방대책위원회의 전문위원이 되어 기생충병의 기초조사, 학술연구, 예방 및 치료에 관한 사업을 수행하였다. 선생이 젊은 시절부터 가졌던 농촌위생환경개선에 대한 생각은 1958년 강영선, 소진탁, 이주식, 조복성, 주인호, 황종현 등 6명의 발기로 사단법인 한국위생동물협회를 창설하여 쥐와 기생충 박멸사업으로 이어졌다. 이 협회는 이후 선생이 부회장으로 오랜 동안 재임한 한국기생충박멸협회-한국건강관리협회로 발전했다.

선생은 기생충학만큼 열대의학도 그 중요성을 강조하여 1968년에 연세대학교 열대의학연구소를 설립하고 매년 국제규모의 열대의학세미나를 개최하여 열대의학과 관련되는 기생충학, 미생물학, 감염병학, 영양학 등 많은 분야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WHO는 이 연구소를 연구협력센터(WHO Research Collaborating Center for Parasitic Diseases)로 지정하고 1980년 당시 최신 면역진단법인 ELISA기법 연수회를, 1981년에는 분자생물학의 Hybridoma기법 연수회를 지원했다. 선생은 이어 1984년 한국패류학회를 창립하여 초대회장에 취임함으로 패류매개기생충인 간흡충과 폐흡충 연구를 가속화했다. 1991년에는 국제패류학회회장에 취임하였고 현재도 국제회의 자문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한편 선생은 1970년 한국전자현미경학회를 결성하고 1972년 제2대 회장에 취임했다. 그 외에도 대한감염병학회, 대한면역학회, 한국의학도서관협의회(회장역임), 한국농촌위생원(이사장), 한불의료인친선협회(회장역임) 등에 관여했다.

집필 : 민득영(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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