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6:54 (금)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제2번 Bb장조 작품번호 83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제2번 Bb장조 작품번호 83
  • 의사신문
  • 승인 2011.10.20 1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봄날 이탈리아의 눈부신 자연을 노래

“획기적인 사고나 생각은 단순히 하늘이 주신 영감일지도 모른다. 나에게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잘 한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다. 열심히 일해서 내 것이 되기까지는 격멸해야 하는 선물이다. 빨리 얻으려고 서두를 필요도 없다. 악상은 마치 씨앗용 옥수수처럼 우리하곤 상관없이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싹이 틀 것이다…” 브람스는 자신의 일기에 이런 글을 남겼다.

1878년 4월 브람스는 봄날의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 그 눈부신 자연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겨 피아노협주곡 제2번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완성하지는 못했고, 1881년 다시 이탈리아를 찾아갔을 때 비로소 완성한다. 브람스의 후기작품인 이 협주곡은 그의 내적인 영혼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깊은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이 작품은 피아노협주곡 제1번을 작곡하고 20년도 더 지나 완성되었다. 이런 장고의 세월의 기다림은 브람스의 인생관과 음악관을 잘 보여주는데, 이러한 배경은 이 곡의 깊이를 더 파고든다. 교향악적인 구성은 더욱 견고하게 하면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와의 관계는 마치 조밀하게 짜인 거대한 태피스트리처럼 `피아노를 위한 교향곡'으로 탄생하게 한다.

당시 유행하던 기교적인 독주를 뽐내는 다른 협주곡들과는 달리 이 협주곡은 피아노 독주 부분의 기교적인 어려움과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독주의 돌출함이 없이 오케스트라와 완전한 조화를 이뤄 그 자체가 하나의 교향악과 같은 격조를 지니고 있다. 전통 고전주의를 충실히 따른 훌륭한 교향악적인 협주곡에다가 스케르초풍의 제2악장을 덧붙여 제4악장으로 만들면서 그 형식을 교향곡에 접근시킴으로서 협주곡을 교향곡화 하였다. 이렇듯 브람스는 당시 고정된 협주곡의 변화를 추구하였다.

이 곡을 쓸 당시 브람스는 창작열이 가장 왕성했던 시기였다. 1876년에는 교향곡 제1번이 초연되었고, 1877년에는 그의 전원 교향곡이라 불리는 교향곡 제2번이 완성되었다. 1878년에는 바이올린협주곡과 바이올린소나타 제1번을 발표했고 이듬해인 1879년에는 브로츨라프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 수여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대학축전서곡〉을 작곡하였다. 1883년에는 교향곡 제3번, 1885년에는 교향곡 제4번이 완성되었으며 1890년까지 브람스는 〈비극적 서곡〉, 현악오중주 등을 작곡하게 된다.

△제1악장 Allegro non troppo 저 멀리서 들리는 아련한 호른소리가 울리면서 그에 대답하듯 무거운 피아노의 선율이 낮게 흘러나오면서 주제를 노래하기 시작한다. 차분한 분위기가 사라지면서 갑자기 피아노가 중후하면서도 예리하게 폭발하듯 카덴차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이런 피아노의 선율의 뒤를 따라 산맥 위에 깔리는 구름의 그림자처럼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울림이 한꺼번에 몰아닥친다. 이에 피아노의 초절기교적인 어두운 불길이 뿜었다가 다시 하강하듯 회오리가 몰아치면서 악장을 마친다. △제2악장 Allegro appasionato 피아노는 시작부터 정열적으로 과감하게 일어선다. 반면 현악은 애처로운 듯 한숨을 쉬며 흔들거린다. 피아노는 피를 토하듯 격렬하게 건반을 누르면서 음의 입자는 선명한 윤곽을 가지고 흘러나오면서 서로 엉키고 뒤섞인다.

△제3악장 Andante piu adagio 첼로 독주는 마치 우아한 여인의 자태처럼 아름다움 그 자체다. 이에 현악의 음색이 흐르면서 응축된 이슬이 꽃잎에서 떨어지듯 피아노 솔로가 잔잔히 응답을 한다. 오케스트라는 피아노의 물방울 소리에 놀란 듯 흠칫 몸을 떨며 마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애무하는 듯 나른한 선율을 자아낸다. △제4악장. Allegro grazioso 느린 악장이 사라지듯 막을 내리면서 짧은 순간 뒤 눈부신 작은 수정 같은 빛으로 변한 피아노 선율이 쏟아지듯 질주를 하면서 느린 악장의 여운은 사라진다. 마지막 종결부에서 문을 활짝 열어 오케스트라를 양팔 벌려 껴안으면서 행복의 절정을 이루게 된다.

■들을만한 음반 : 빌헬름 박하우스(피아노), 칼 뵘(지휘), 빈 필[Decca, 1967]; 에밀 길레스(피아노), 오이겐 요훔(지휘), 베를린 필[DG, 1972]; 마우리치오 폴리니(피아노),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베를린 필[DG, 1991];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피아노), 로린 마젤(지휘), 파리 오케스트라[EMI, 1969]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