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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관 스텐트 개발과 나의 삶 〈1〉
소화관 스텐트 개발과 나의 삶 〈1〉
  • 의사신문
  • 승인 2011.10.20 09: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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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관 암 환자에 새로운 희망 안겨준 `스텐트 시술'

병으로 고통 받던 환자에게서 웃는 얼굴을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의사로서만이 느낄 수 있는, 작지만 최대의 기쁨이 아닐까? 나에게 그 기쁨은 매일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게 하고 또한 많은 환자치료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돌아보면,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기쁨의 아침들을 맞이하였었다. 수많은 기억들 중에서도 유독 그 날의 기억이 무엇보다 이리 소중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 소화관 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다 준 `스텐트 시술'분야에 새로운 장이 열리는 아침이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아침, 최초 내시경을 통한 담도 스텐트 삽입 성공의 날

[그림1] 폐쇄성 황달을 보이는 담도암 환자에서 플라스틱 담도배액관을 삽입한 내시경 소견
환자는 담도암으로 폐쇄성 황달 때문에 밤새 잠도 못 자고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이미 패혈증까지 와 있던 상태라 매우 위중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는 플라스틱 스텐트를 직접 제작하여 내시경으로 삽입하는 시술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하였다[그림1].

시술 후 삽입한 스텐트가 제대로 기능을 할지에 대한 많은 우려로 그날 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였다. 하지만 아침 일찍 서둘러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니 걱정과는 달리 환자의 열은 떨어져 있었고 전신 상태도 매우 호전되어 있었다. 그 동안 환자를 괴롭히던 담도 안에 가득한 고름이 빠져 나오자 밤새 상태가 호전되었고 덕분에 환자의 편안한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덩달아 밤새 뒤척임에 무거웠던 내 몸과 마음도 일순간 가벼워졌고 날아갈 듯한 그 기분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그 새로운 아침, 환자 얼굴 가득 퍼져 있는 환한 미소와 담도 스텐트를 처음으로 성공시켰다는 쾌감에 얼마나 즐거워했는지 모른다.

[그림2] 일본 마사쯔구 선생님과 함께 시술중인 필자
그 뒤로 나는 이러한 담도암, 췌장암에 기인한 폐쇄성 황달환자 등 총 여섯 예를 계속 시도하여 성공을 이루었고 그 결과를 학회에 보고하였다(악성 폐쇄성 황달에서 내시경적 역행성 담관 Drainage법(ERBD)의 경험,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추계학술대회 구연, 1986;6:88-89). 당시에는 이러한 `담도 스텐트 삽입술'이 국제적으로도 발표된 예가 매우 드물었던 탓에 `담도 스텐트 삽입술'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행하였음을 사실을 발표하자 국내 내시경학회의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다. 사실 국내 최초의 나의 담도 스텐트 삽입술은 스텐트 자체를 구하기에도 어려움이 커서 자칫 시술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 때 나에게 도움을 주셨던 고마우신 분이 바로 일본 교토 제2적십자병원의 나까지마 마사쯔구 선생님이다[그림2].

사실 그분과의 인연은 내가 1982∼83년 동안 일본 교토 제2적십자병원 소화기병센터에서 1년간 내시경 연수를 받을 때 지도교수와 연수생의 관계로 시작되었다. 내가 그곳에서 연수를 다녀온 지 1년 정도가 흘렀을 무렵 선생님께서는 담도암 환자에서 새로운 내시경 치료법인 `내시경 담도배액술'을 개발하셨던 분이기도 하다.

[그림3] 플라스틱 스텐트 제작용 긴 폴리우레탄 튜브
선생님은 앞서 적은 나의 첫 시술이 성공할 수 있도록 스텐트와 보조기구를 제공해 주셨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 많은 도움을 주셨다.

내가 플라스틱 스텐트나 일회용 긴 유도철사를 다 써버려 시술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할 때마다 “응급 상황인 환자를 위해서 꼭 시술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가능한 방법이 없겠는가?“ 하며 전화 드리면 서슴없이 “빠른 항공우편(DHL)으로 스텐트 롤[그림3]과 긴 유도 철사를 보내면 이틀 뒤에 도착하니 걱정하지 마라”고 답변해 주셨다.

[그림4] 긴 롤 튜브 안에 구리 철사를 넣고 물을 끓여 나오는 수증기에 가열을 하고 있다.
한편, 교토 제2적십자 병원의 관련 병원인 교토부립의대 가와이 게이찌 교수(나까지마 선생님의 박사학위 지도교수)께서는 1980년대 초반 당시에는 최초로 10 Fr의 굵은 플라스틱 재질의 스텐트를 담도에 삽입할 수 있는 새로운 대구경 십이지장 내시경의 제작을 올림푸스사에 의뢰하여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었다. 참고로 가와이 교수는 1974년 십이지장 유두절개술을 치료내시경 역사상 처음 시도하여 이 분야에서 독일의 Classen 교수와 쌍벽을 이룬 분이다. 내가 연수를 받고 있을 때 나까지마 선생께서는 가와이 교수가 개발하고 있는 스텐트를 환자에 직접 시술하면서 테스트하고 있었다. 당시 그 제품은 상품화에 필요한 준비를 거의 완료한 상태였으며 이러한 모든 과정들을 남다른 관심으로 지켜보아 오던 나는 연수가 끝난 이후에도 나까지마 선생님과의 인연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림 5] 직접 손으로 제작한 플라스틱 담도 배액관 (직경 10mm)
10 Fr 직경의 폴리우레탄으로 된 그 시절의 스텐트는 미리 규격화된 길이로 잘라져 시판되는 오늘날의 플라스틱 스텐트들과 달리 유럽에서 구한 긴 플라스틱 롤 튜브를 환자마다 필요에 맞게 직접 잘라 알맞게 디자인해서 환자에게 삽입하고 있었다. 나까지마 선생님의 제자인 야수다 선생(야수다 겐지로, 현재 교토 제2 적십자병원 소화기병센터장)의 역할은 바로 적당한 길이의 10Fr 플라스틱 스텐트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곁에서 눈여겨보던 나는 앞으로 이 스텐트가 장래 담도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야수다 선생한테 담도 플라스틱 스텐트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먼저 긴 롤 튜브 안에 구리철사를 넣고 물을 끓여 주전자에서 수증기를 나오게 한 뒤[그림4], 구리철사를 넣은 튜브 중간에 쐬게 되면 튜브의 가운데 부분이 뜨거워지는데 이때 약간 잡아당겨 늘리면 중간 부위가 가늘어진다. 이후 구리 철사를 당겨 빼고 긴 튜브 중간부위의 가늘어진 부분을 면도칼로 자르면 양쪽 끝이 뾰족해져서 담관에 스텐트 끝 부분이 담관의 협착 부위를 잘 통과할 수 있도록 테이퍼링이 된다[그림5].

심찬섭 <건국대병원 소화기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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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ildic 2022-11-09 10:03:48
교육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담아갑니다. 수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