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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5개국 7명 해외환자에 `사랑의 인술'
세브란스, 5개국 7명 해외환자에 `사랑의 인술'
  • 김동희 기자
  • 승인 2011.10.13 2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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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

◇세브란스병원은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체리티사업'의 일환으로 해외 빈곤환자 7명을 초청 수술, 글로벌 사랑나눔을 실천했다. 사진은 선천성 심장기형 환아들이 수술 후 놀이공원 나들이 모습.
마다가스카르 인 진 로저(48세). 그는 웃지 않는 사람이었다.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을 피해 숨어 살았다. 신경섬유종 환자인 그는 오른쪽 얼굴에 큰 종양이 있었다.

종양은 울룩불룩 거대해져 얼굴을 뒤덮고 축 늘어졌다. 사람들은 호기심과 동정, 무관심이 뒤섞인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는 늘 상처 받았다. 사람들은 그 병을 `신의 저주'라고 했다. 아내와 가족도 모두 등을 돌렸다. 그는 마을 밖에 은신처를 두고 홀로 살아가는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진 로저 씨에게 새 희망이 생겼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이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체리티(Global Severance, Global Charity)' 사업을 통해 그를 무료로 수술해 주기로 한 것.

진 로저 씨는 지난 5월 한국을 찾아 무사히 수술을 마쳤다. 수술은 붓기만 빠지면 사람을 만나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그는 부푼 희망을 안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세브란스병원은 작년 창립 125주년 맞아 이번 사업을 준비하고 지난 2월부터 마다가스카르, 케냐,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등 5개국 7명의 해외 빈곤 환자를 초청해 수술했다.

지난 2월 케냐의 섀드락(3세)은 선천성 심장기형인 팔로씨4증후군으로, 페이스(12세)는 역시 심장질환인 양대혈관우심실기시로 함께 한국을 찾았다. 이후 반타이(36세, 베트남) 씨가 다발성 간내담관결석, 솜퍼(16세, 캄보디아)는 결핵성 관절염으로 인한 족부 기형, 락스메이(13세, 캄보디아)가 뇌성마비로 인한 기형으로 3월 입국했다. 4월에는 단다르바타르(36세, 몽골) 씨가 고관절염으로 수술 받았고 5월에는 진 로저 씨가 마지막으로 수술을 받았다.


글로벌 세브란스 체리티 사업 전개 해외 환자 초청 수술
신경섬유종·선천성 심장 환자 등에게 인술과 사랑 나눠
박용원 원장 “7명으로 시작 더 큰 열매 맺도로 노력” 밝혀



특히 솜퍼 양은 수술을 해도 하지마비가 불가피한 상황이었고, 수술 후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할 정도의 힘든 수술을 받았음에도 꿋꿋하게 모든 치료 과정을 이겨내고 제일 마지막으로 퇴원했다.

솜퍼 양은 지난 6월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의료 봉사팀이 캄보디아를 찾았을 때 크게 호전된 모습으로 봉사팀을 맞았다고 전해졌다.

세브란스병원은 환자들의 진료비뿐만 아니라 항공편, 국내 체류비를 포함한 모든 경비를 지원했고, 수술 후에는 나들이를 통해 한국을 소개하고 추억을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또 기념품과 함께 의료진, 같은 병동 환자들의 응원이 담긴 메시지도 전달해 환자들을 격려했다.

또 의료진은 한국에서의 수술뿐만 아니라 이후의 예후에도 신경 써 다리에 철심을 박은 락스메이가 캄보디아에서는 철심 제거가 불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캄보디아로 찾아가 철심을 제거하기도 했다.

환자들도 역시 손수 적은 감사 편지 등으로 세브란스병원과 의료진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진 로저 씨는 “그동안 늘 숨어서 살았는데 이제 웃음 지으며 바깥세상으로 나가려 한다”면서 “밥을 안 먹어도 배고프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박용원 세브란스병원장은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며 “7명으로 시작했지만 더 큰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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