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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헝가리 무곡집〉
브람스〈헝가리 무곡집〉
  • 의사신문
  • 승인 2011.10.13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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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의 애환·애수 흥겨운 선율로 그려

브람스는 북독일 항구인 함부르크의 가난한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려서부터 놀라운 음악적 재능을 발휘하여 5살 때부터 호른과 베이스 연주자였던 아버지에게서 바이올린과 첼로를 배웠고, 오토 코셀에게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지 4년만인 10세 때 이미 공개 연주회를 가질 정도였다.

브람스의 부모는 미국으로 건너가 천재 신동인 브람스를 이용하여 돈을 벌려 했다. 그러나 코셀의 극렬한 반대로 이는 결국 성사되지 못한다. 코셀은 자신을 가르쳤던 스승 마르크센에게 브람스를 보내 작곡법과 음악이론을 배우도록 하였고 브람스는 11살 때부터 작곡을 시작했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브람스는 결국 학교를 중퇴하고 집안 살림을 위해 연회장, 술집 들을 전전하며 피아노 연주를 했고 합창단을 지휘하고 합창음악을 편곡하였다. 이 경험은 브람스의 음악세계에 있어 후일 훌륭한 합창음악을 만들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19세 되던 해 비로소 그에게 행운의 손길이 찾아든다. 헝가리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에드워드 레메니와의 만남은 브람스의 음악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브람스보다 3살 연상인 그는 20대 초반에 이미 유럽 순회공연을 할 정도로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 있었다. 집시 선율의 레메니 연주에 매혹된 브람스는 그와 친교를 나누게 되고 그의 피아노 반주를 자청하면서 이듬해에는 그와 함께 유럽 각국으로 연주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는 이 여행을 통해 요아힘, 폰 뵐로우, 리스트, 슈만 등 당대 최고의 음악가들과 사귀게 되고 그들의 도움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는 바로 〈헝가리 무곡집〉이다. 레메니와 유럽 여행을 하는 동안 브람스는 그로부터 헝가리의 민요와 춤곡 그리고 집시 음악 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세세히 배우면서 이를 정리하여 나름대로 곡을 편곡하여 연주회 때 발표를 하기도 하였다. 레메니와 헤어진 뒤에도 계속 다른 지방의 멜로디를 수집하였다. 그 후 브람스는 슈만을 만날 즈음에 〈헝가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썼고 훗날 자신의 바이올린 협주곡 마지막 악장에는 헝가리의 집시선율을 사용하였고 〈성악사중주〉와 〈피아노를 위한 집시의 노래〉 등을 작곡하는 등 이 헝가리 선율은 그의 일생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1869년 집시 특유의 리듬과 헝가리 민속춤인 차르다시 형태의 마자르 선율을 바탕으로 10곡을 피아노이중주 〈헝가리 무곡〉 제1, 2집으로 출판한다.

이 작품이 의외로 큰 인기를 얻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면서 레메니를 비롯한 헝가리 음악가들이 표절이라고 브람스를 고소하였으나 출판당시 편곡으로 명시하였기 때문에 승소하게 되고 이어 1880년에 브람스 자신의 창작 작품 제11번, 14번, 16번도을 포함하여 제3, 4집을 출판하여 총 21곡의 〈헝가리 무곡집〉을 완성하게 된다. 이 작품은 헝가리 무곡이지만 브람스 특유의 작품집으로 탄생된다.

〈헝가리 무곡〉은 소외된 자들의 음악이다. 당시 유럽에서 소외된 집시들을 `신농민' 혹은 `신헝가리인'으로 불려 브람스도 `헝가리'라는 제목을 붙였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 〈위대한 독재자〉에서 이발소 장면에서 채플린의 몸짓과 함께 〈헝가리 무곡〉 제5번이 흘러나온다. 소외된 서민 유대인과 집시를 절묘하게 오버랩하여 전혀 소외와 고통의 흔적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세상을 통렬하게 풍자하고 있다.

애수에 가득 찬 느린 서주로 시작하여 빠른 리듬으로 돌입하게 되는 차르다시와 집시의 애환과 우수가 깔려 있는 특유의 흥겨운 선율로 인해 대중적인 인기를 독차지한 이 작품집에서 브람스는 제1번, 제3번, 제10번을 골라 관현악 버전으로 편곡하여 발표하였다. 훗날 나머지 작품들도 드보르자크, 슈멜링, 팔로우, 할렌 등 여러 음악가들이 편곡하였고 오늘날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완성되어 지금까지도 많이 연주되고 있다.

■ 들을만한 음반 : 이반 피셔(지휘), 부다페스트페스티벌 교향악단[Philips, 1998];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빈 필[DG, 1982]; 프리츠 라이너(지휘), 빈 필[Decca, 1960]; 쿠르트 마주어(지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Philips, 1981]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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