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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상 세포로 면역제 치료·질병예방 연구 헌신” 
“수지상 세포로 면역제 치료·질병예방 연구 헌신” 
  • 의사신문
  • 승인 2011.10.13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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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선- 내가 본 랄프 스타인만 교수와 노벨생리의학상

강영선 교수
■가장 안타까운 노벨상 수상자
 이번 2011년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신 스타인만 교수님은 선천성면역과 적응면역을 연결시켜 면역체계를 조절해 주는 수지상세포를 발견하여 면역체계에 있어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신 분입니다. 또한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암과 염증, 감염에 대한 치료와 예방법들을 새롭게 창안해 내신 분이기도 합니다.
 저는 2002년부터 2006년 까지 4년 동안 박사후연수생(포스닥)으로 스타인만교수님의 지도를 받았었습니다. 이때 부터 스타인만 교수님은 그동안의 연구업적으로 노벨상 수상자 후보 명단에 여러 차례 올랐었습니다. 그런데 수상이 확정된 2011년 10월 3일에는 4년 동안 앓아온 췌장암이 심하게 전이가 되어 혼수상태에 빠져 계셨고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생명을 연장시키고 계셨다고 합니다. 따라서 본인은 결국 노벨상 수상 소식을 알지 못한 채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그 어떠한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남겨주고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100년 역사의 노벨상 역사에서 이 보다 더 안타까운 노벨상 수상자의 이야기는 단연코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더욱이 스타인만 교수님은 4년 전 췌장암 판정을 받은 후 자신이 직접 발견하고 설계한 면역제 치료법을 자신의 몸에 적용시켜 가며 생명을 연장해 오셨고 좌절하지 않고 더욱 수지상세포 연구에 몰두해 오셨기 때문에 그 안타까움은 배가 됩니다.


36세때 교수직 포기 후 평생 연구 찾다가 스타인만 교수 만나
췌장암 판정에도 연구 몰두…수상소식도 못듣고 세상 떠나


고 랄파 스타인만 교수
 ■끈질긴 성실과 집중력 배워
 슈타이만 교수를 만나 받게된 영향 : 저는 많이 늦은 나이 (36살)에 너무 무모하게도 제안 받은 대학교수직을 포기하고 미국행을 선택하였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제가 평생 헌신해서 연구할 수 있는 어느 특정 과학분야를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2002년도에 면역학계의 대가이신 락커펠러 대학의 스타인만 교수님의 실험실에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타인만 교수님을 락커펠러 대학의 실험실에서 처음 뵈었을 때, 냉철하고 지적인 면역학계의 큰 과학자라고 느끼기 보다는 정말 자상한 옆 집 할아버지 같다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게 늘 자상하신 분이셨습니다. 그러나 실험에 있어서는 엄청난 집중력과 지식, 또한 과학적 혜안을 가지고 계신 분이셨습니다. 스타인만 교수님과의 인연을 통해 저는 드디어 우리 몸의 선천성면역 체계를 평생 연구하고자하는 결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스타인만 교수님으로부터 배운 것들은 너무 많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라 한다면 자기 분야에 대한 끈질긴 성실성과 집중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스타인만 교수님 방에 처음 합류하여 다른 연구원들이 다하고 있는 사람 수지상세포를 연구하지 않고 특정 탐식세포의 수용체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2년 동안 연구한 결과들을 묶어 2편의 논문을 완성시킨 뒤 저는 더 이상 동일 수용체의 기능에 대해 연구할게 없다라고 섣불리 판단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사람 수지상세포 연구를 하고자 제안 하였으나 스타인만 교수님은 제가 하고 있던 일에 더욱 집중하기를 강조하셨고 이러한 연구주제에 대해 의견차이와 뚜렷한 연구방향 설정의 부재 등으로 인해 너무 힘든 1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스타인만 교수님의 지도에 따라 집중에 집중을 더한 결과 드디어 탐식세포의 세포막에서 작동하는 4번째 면역보체활성화경로를 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그 결과를 Cell지에 보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타인만 교수 지도·격려로 면역보체활성화경로 세계 첫 발견
암·면역 질환 정복할 선청성면역연구 가속 치료제 개발 박차


■선천성면역 연구의 중요성
 면역기전은 진균, 세균, 바이러스 등의 병원체가 생체 내에 침입할 때 이를 감지하고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생물체에 존재하는 가장 정교한 신호전달 체계 중 하나입니다. 면역체계는 크게 선천면역(innate immunity)과 적응면역(adaptive immunity)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선천성면역은 병원체가 침입한 직후부터 적응면역이 작동하기 직전까지 작용해 병원체의 체내확산을 막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만약 선천성면역체계가 무너질 경우 사람들은 수 일 내에 사망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면역계에 관한 연구는 적응면역 연구에 집중 돼 왔으며 선천성면역 연구는 그리 많은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해왔습니다. 그러나 선천성면역 연구분야가 이번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분야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보다 많은 연구투자와 연구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선천면역 연구는 병원균 감염은 물론 암이나 자가면역질환을 정복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최근의 눈부신 선천성면역 연구를 통해 각종 감염질환과 암 치료제 개발 및 류마티스 질환과 루푸스와 같은 자가면역질환을 치료제의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스타인만 교수님이 발견한 수지상세포의 다양한 기능을 이용한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전립선암 치료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을 정도로 유용성이 입증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저는 스타인만 교수님 실험실에서 4년 동안 사람 수지상세포 표면에 발현되는 DC-SIGN수용체의 생쥐 유사수용체인 SIGN-R1의 작동기작 연구에 전념하였습니다. 이 기간의 연구를 통해 SIGN-R1은 비장 주변부 탐식세포와 림프절 탐식세포에 특이적으로 발현하며 폐렴균을 특이적으로 인식함을 발견하였고, 특히 폐렴균이 침입하였을 때 SIGN-R1발현 탐식세포의 세포막 위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면역보체활성계를 세계 최초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발견은 세포의 세포막 위에서도 특정수용체가 면역보체계와 긴밀하게 협동작용을 하고있음을 입증하였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스타인만 교수님께서 이리도 일찍 운명하시고 나니 교수님과 함께 발견한 이 미개척 선천성면역 연구가 교수님께서 저에게 선사해주신 무언의 선물이자 사명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앞으로의 연구계획
 2007년도 건국대학교 의생명과학과에 재직한 이후 미국에서 수행하던 세포막발현수용체와 면역보체계의 협동작용에 관한 후속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비장 탐식세포의 수용체에 의해 조절되는 선천성면역 기작에 대한 보다 세밀한 기초연구가 집중적으로 수행되고 있고 이를 통해 얻어진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폐렴백신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 연구가 한창 진행 중에 있습니다. 향 후 결핵백신, AIDS치료제, 동물용백신개발 연구 등을 수행해 나갈 계획하고 있습니다.

■후배들에게 주고싶은 메세지
 어떠한 일을 함에 있어 `선택과 집중' 만큼 중요한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무엇을 선택 함에 있어서는 신중함, 현명함, 결단력,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왜 그것을 선택하게 되었나에 대한 정확한 의미의 파악 또한 필수적일 것입니다. 집중함에 있어서는 목표 달성을 위한 지치지 않는 성실성과 돌파력, 그리고 끊이지 않는 무모하리 만큼의 도전 정신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러한 큰 원칙에만 충실한다면 어떤 일을 하든 모든 분들이 정말 훌륭한 일들을 이루어 내고 또한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 후학들 중에서도 많은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강영선 <건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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