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6 17:18 (화)
브람스 교향곡 제3번 F장조 작품번호 90
브람스 교향곡 제3번 F장조 작품번호 90
  • 의사신문
  • 승인 2011.10.06 10: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정적 선율로 사랑의 기쁨과 그리움 노래

브람스는 평생 4개의 교향곡만을 작곡하였지만 각기 개성이 뚜렷하여 그만의 걸작들을 탄생시켰다. 교향곡 제3번은 그 구성과 표현이 비교적 간결하고 각 악장의 주제 선율들이 뚜렷하며 불필요한 요소가 없어 그 스스로 작은 교향곡이라 불렀다. 초연을 지휘한 한스 리히터는 이 작품을 브람스의 교향곡 `에로이카'라고 칭하였는데, 다른 작품에 비해 극히 남성적인 이 곡의 특성을 잘 대변하고 있다.

이 곡은 베토벤처럼 초인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영웅이 아닌 강한 의지의 고독한 인간으로서의 영웅을 그리고 있어 서정적이고 고고하기만 하다. 음악학자 나겔은 이 곡이 브람스의 작품 중에서 가장 독백적이고 순수하다고 하였다. 베토벤 이후 어느 교향곡보다 이 곡은 각 악장마다 선율을 서정적으로 신선하고 분명하게 그리고 있어 많은 호평을 받게 되고, 브람스를 유럽 최고의 작곡가로서 명성을 얻게 해준다.

교향곡 제3번은 1883년 비스바덴으로 여름휴가를 갔을 때 작곡을 시작한 후 그해 10월 빈에 돌아와 완성하게 된다. 당시 50세에 접어든 브람스가 예년과 같이 피서지가 아닌 비스바덴에 머물게 된 것은 젊고 매력적이면서 지적인 알토가수 헬미네 쉬퍼스 때문이었다. 그녀는 독일 가곡, 특히 브람스 가곡에 대해 깊은 공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브람스의 인품을 알게 되면서 한층 더 깊은 애정으로 그의 가곡을 접하게 된다.

브람스는 그녀와 행복에 젖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그녀에 대한 그만의 사랑은 새로운 교향곡을 쓰도록 자극하였다. 이러한 배경으로 이 작품은 4개월 만에 완성하게 된다. 브람스는 비스바덴의 고요한 숲속에서 산책을 하면서 악상을 떠올리며 이 작품에 사랑의 열정적인 기쁨과 동경의 꿈을 빚어 넣었다.

`Goodbye again'은 프랑소와즈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이다. 주인공 필립(앤소니 퍼킨스)은 바람둥이 애인 로제(이브 몽땅)가 있는 15살 연상의 여인 폴라(잉그리드 버그만)를 음악회에 초대하면서 원제이기도 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며 첫 데이트를 청한다. 이 영화의 주제는 `연상의 여인에 대한 사랑'이다. 마치 브람스가 클라라를 사랑한 것처럼…교향곡 제3번의 제3악장은 비가 내리는 초가을의 파리가 무대인 이 영화에 너무도 어울리게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와 영화 속 그 장면이 오랫동안 머리에서 떠나지 않게 한다.

다시 이 주제는 실의에 빠진 필립이 들른 재즈바에서 혼자 위스키를 마시는데 그곳의 여가수(다이앤 캐롤)에 의해 재즈로 불려진다.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말이지만 아무 의미도 없지요. 사랑은 노래하기 위한 말에 지나지 않지요…” 그리움과 애수가 깃든 멜로디가 풍성한 하모니에 싸여 필립의 상심과 고독마저 전염돼 오는 듯하다.

△제1악장 Allegro con brio 서주는 관악기에 의한 강렬한 상승화음으로 시작하면서 현악기가 뒤따르게 된다. 그 3음계는 F-Ab-F인데 독일어로 `Frei aber frohl(자유롭게 그러나 즐겁게)의 머리글자로 브람스가 젊은 시절 즐겨 외치던 말이었다. 뒤로 갈수록 고조되면서 거대하고 진한 유화를 그리듯 클라이맥스에서는 강렬하고 정열적인 선율이 `영웅'적 주제로 느껴진다. 14살 연상의 클라라를 향한 사랑의 감정과는 또 다르게 격정적으로 쉬퍼스에 대한 그의 감정을 표현하는 듯하다. △제2악장 Andante 목가적 서정과 고독이 묻어나는 악장이다. 격정적이었던 브람스 자신의 마음을 쓸어내려하지만 감정은 그리 쉽게 가라앉지 못하고 있다. 서정적인 선율이 클라리넷과 바순에 의해 표현되고 이를 현악으로 브람스 특유의 낭만적인 감정으로 표현하고 있다.

△제3악장 Poco Allegretto 첼로의 선율이 가을처럼 우수에 차면서 감미롭고 서정적으로 흘러나와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며 낭만의 극치를 이룬다. 이어 바이올린과 목관에 의해 그 감정은 더욱 골이 깊어진다. 브람스는 마저 못 다한 지난날의 추억을 쓸쓸히 독백처럼 이야기하며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이 곡과 함께 클라라에게 보낸 헌사에서 “산은 높고, 골짜기는 깊고, 나는 당신에게 천만 번의 인사를 보냅니다.”라고 적고 있다. △제4악장 Allegro 더욱 강렬하고 열정적으로 힘차게 솟구쳐 오르면서 서주가 시작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폭풍우 뒤 맑게 게인 가을하늘의 무지개처럼 아름답고 풍요로운 모습을 되찾는다. 이젠 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와 마음의 안정을 찾은 듯 격렬했던 주제는 먼 추억처럼 어렴풋이 간간히 들리면서 고요하게 사라지고 곱게 물드는 노을을 바라보듯 조용히 막을 내리고 있다.

■ 들을만한 음반 : 브루노 발터(지휘), 컬럼비아 교향악단[CBS, 1960]; 빌헬름 후르트벵글러(지휘), 베를린 필[DG, 1954];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DG, 1964]; 칼 뵘(지휘), 빈 필[DG, 1975]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