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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되는 병의원은 환자의 대기시간에도 신경 쓴다
잘되는 병의원은 환자의 대기시간에도 신경 쓴다
  • 의사신문
  • 승인 2011.10.0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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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실천 프로젝트 - `진료 잘 하는 의사 되기' 〈33〉

얼마 전 필자와 친분이 있는 이비인후과 원장님이 고민을 토로해오셨다. 원장님 병원에 환자가 너무 많아 진료 대기 시간이 길어 환자들 불만이 높다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한 시간은 기다리다가 진료를 받으니 오랜 충성 환자들도 이미 많이 병원을 떠났다고 했다. 물론 환자가 없어서 고민하는 원장님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원장님의 속상한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사실 진료 대기 시간이 길면 길수록 환자들은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부터 지쳐버린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진료에도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된다. 특히 대기 시간이 길면 진료에 대한 기대 수준도 높아지기에 실제 체감하는 진료는 상대적으로 더욱 못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대기 시간이 우리 병원 환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기 시간이 긴 것은 불가피한 현실이니 그냥 넘겨야 할까? 분명 답은 있다. 진료 시간과 의사의 수는 한정되어 있지만 지금 소개하는 이야기가 답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느 백화점에 엘리베이터가 너무 느려서 고객들의 불만이 높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엘리베이터에 새로운 장치를 설치해야 해서 그 기간 동안은 엘리베이터를 운행할 수 없다고 했다. 하루도 엘리베이터 운행을 쉴 수 없는 백화점 입장에서는 고객들의 불만을 알면서도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백화점 사장이 고민 끝에 한 가지 묘책을 내놓았다. 바로 엘리베이터 안에 커다란 거울을 달아 놓는 것이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그 날부터 더 이상 고객들의 불만이 들리지 않았다. 그 동안 엘리베이터 안에서 바뀌는 층수만 바라보며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이 이제는 엘리베이터 안에 비치된 거울을 보며 얼굴도 점검하고 옷매무새도 다듬으며 바쁘게 시간을 보내게 되었기 때문이다. 곧 같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게 하느냐에 따라 상대가 그 시간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소개한 이유는 현 상황을 바꿀 수 없으면 그 상황을 다르게 볼 수 있도록 환경을 재정비하라는 것이다. 앞서 필자에게 고민을 토로했던 원장님에게도 환자들이 진료 대기 시간을 덜 지루하게 느낄 수 있도록 병원 내부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침을 드렸다. 실제 필자가 교육을 했던 병원들 중에는 병원 로비 한 쪽에 마네킹 상체와 같은 모형 유방을 설치하고 유방암 진단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만졌을 때 어떤 느낌의 몽우리가 잡히면 종양인지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이제는 혈압이나 체중계 같이 병원에 당연히 있어야 하는 장비로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기 힘들다. 그래서 어떤 성형외과는 진료 대기 시간에 원장이 직접 공수해온 원두커피를 쿠키와 함께 제공하기도 하고 원장이 수술에 들어가서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영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환자 개개인을 케어하기 힘든 종합병원들은 병원 로비 한 가운데에 대기 시간을 덜 지루하게 보내도록 커다란 텔레비전을 틀어 놓는다거나 공연 등을 열어주기도 한다.

필자는 그 무엇보다 우리 병원의 특성을 살려 환자들이 진료 대기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 병원에서 주로 보는 질환에 관해 이런저런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도 좋고 흥미로운 건강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 또한 우리병원이 위치한 동네의 특성과 많이 오는 환자들의 연령대나 특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비슷한 잡지라도 동네 아기 엄마들이 많이 찾는 병원과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병원, 중년 남성이 많은 병원은 잡지의 종류가 달라야 한다. 특히 음료와 과자를 제공하며 영상을 보여주는 것은 젊은 층이 많거나 여성 전문 병원에서는 매우 효과적이다. 반면 병원에서 하루 종일 TV 멜로드라마를 틀어놓는다거나 농담하며 웃고 떠드는 라디오를 틀어놓는 것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실제 병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병원의 이미지를 결정하고 품격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 필자가 어깨 인대가 늘어나 찾았던 정형외과는 외관상으로는 흠잡을 때 없었으나 환자들을 위해 비치해둔 물건들이 너무나 형편없었다. 화장실에 비치된 손 닦는 수건은 더러웠고 티슈는 질이 좋지 않아 가루가 날렸으며 로비에 비치되어 있는 구식 컴퓨터는 속도가 느려서 기운을 빠지게 했다. 책장에 있는 잡지는 몇 개월이나 지나서 별로 보고 싶지 않았으며 특히 로비 한 쪽에 비치된 정수기는 물이 나오는 입구가 너무 더러워 보여서 병원에 있는 정수기가 이럴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까지 들게 만들었다.


환자 많아지면 대기시간 길어져 진료에 부정적 영향 끼칠수도
단순히 T V·라디오 틀어놓는 것은 병원의 격 떨어뜨릴 수 있어
주요 고객의 니즈 고려한 읽을거리·건강프로그램에 관심 갖길



물론 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정신없이 진료를 보기 때문에 이런 자잘한 부분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환자들은 의료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것은 우리 병원에서 최신 의료 기기들을 청결하게 사용하더라도 당장 로비에 있는 정수기나 화장실 수건이 더러우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 눈에는 의료 기기보다는 친숙한 물건들이 눈에 더 잘 띄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것들은 가능하면 우리 병원을 대표할 수 있는 것, 설명할 수 있는 것들로 채우길 바란다.

필자의 연구소에서 개인 코칭을 받았던 원장님이 운영하는 산부인과는 분만을 전문으로 하기 때문에 담당 선생님이 갑작스럽게 분만실로 들어가는 경우에는 환자들이 예상치 못하게 많이 기다리게 된다. 언제가 더운 여름에 그 병원을 찾았다가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병원에서 미니 팥빙수를 나눠주는 것을 보며 미소를 지었던 기억이 난다. 병원에서 직접 만든 팥빙수였는데 얼음과 팥만 들어 있는 수수한 팥빙수였음에도 빙수를 받아든 환자들 얼굴에는 기대하지 못한 선물을 받아서인지 모두 웃음이 묻어났다. 그렇다. 대기 환자가 많다고 현실을 탓하며 넘길 것이 아니라 현재 환경을 재정비하여 최적의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날씨가 너무 더운 날에는 냉방을 시원하게 해두고 시원한 주스라도 제공해주고 비치된 컴퓨터 속도가 너무 느리면 속도를 빠르게 바꿔주고 소파 옆 오래된 잡지,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책들은 미련 없이 정리하고 환자들이 관심을 갖고 보고 싶을 만한 읽을거리를 제공하자. 우리가 긴 비행시간이 그나마 덜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시간 동안 끊임없이 식사나 간식, 커피를 제공해주고 음악을 감상하거나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배려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는 그 무엇보다 창의성이 중요한 시대다. 창의성이란 구체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거나 발견해내는 능력으로 어떤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안, 새로운 방법이나 고안, 새로운 예술적 대상이나 형태 등으로 설명될 수 있다. 곧 과거 경험의 재생에 의하지 않고 그와 다른 방법에 의해 문제 해결을 하는 방법이나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다양한 심리학 연구에 의하면, 창의적인 사람은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아주 민감한 감수성을 가진 지적 지도자의 경우가 많다. 자신감과 자율성의 정도도 높으며 남을 압도하는 힘이 있고 비교적 내적 갈등이나 구속 등을 받지 않는다.

또한 지적 호기심의 범위가 넓으며 도전적인 일을 좋아한다. 실제 창의적인 사람들을 여러 명 조사해보니, 창의성이 발동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독창성 또는 독특함이었다고 한다. 특히 창의성의 하위 구성 요소인 민감성(주변 환경에 대해 민감한 관심을 보이고 이를 통해 새로운 탐색 영역을 넓히는 것), 유창성(특정한 문제 상황에서 가능한 한 많은 양의 아이디어를 산출하려는 것), 융통성(고정적인 사고방식이나 시각 자체를 변화시켜 다양한 해결책을 찾아내려는 것), 독창성(기존의 것에서 탈피하여 참신하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산출하려는 것), 정교성(다듬어지지 않은 기존의 아이디어보다 치밀한 것으로 발전시키려는 것)에 노력을 기울이면 창의성이 향상될 수 있다.

병원 역시 누구나 생각하는 평범한 병원에서 우리 병원만의 독창성, 참신함을 갖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때 현재 갖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으며 더욱 경쟁력 있는 병원이 될 수 있다. 수술 당일 자택까지 리무진을 제공해주는 성형외과, 거동이 불편한 입원 환자들에게 퇴원 전 머리를 감겨주는 여성 병원, 동네 아주머니들이 자유롭게 수다 떨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둔 피부과, 맞벌이 부부들을 위해 일요일도 진료를 보는 소아과, 점심시간에 진료를 보는 비즈니스 타운 내과 등은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니드를 정확히 파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창의성 시대에는 그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하다. 우리 병원 환자들의 니드에 맞는 독창성을 찾아 발전시킬 때 환자들과 소통할 수 있으며 독창성 역시 최상으로 빛을 발할 수 있다.

이번 한 주는 우리 병원만의 독창성을 찾아 좀 더 관심을 기울이면 좋을 것 같다.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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