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0:55 (수)
파란하늘 아래 운해에 뒤덮인 가을산의 정취
파란하늘 아래 운해에 뒤덮인 가을산의 정취
  • 의사신문
  • 승인 2011.10.06 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재성 - 2011년 하계 서의산 정기산행(내장산을 다녀와서)

연재성 총무
내장산은 전라북도 정읍시 내장동, 순창군 그리고 전라남도 장성군에 걸쳐있는 산으로 남원의 지리산, 영암의 월출산, 장흥의 천관산, 부안의 변산과 더불어 호남의 5대 명산으로 손꼽히며 영은산(靈隱山)이라고도 한다. 높이 763.2m.로 노령산맥의 중간 부분에 있으며 신선봉(神仙峰:763m)을 중심으로 연지봉(蓮池峰:720m), 까치봉(680m), 장군봉(670m), 연자봉(660m), 망해봉(640m), 불출봉(610m), 서래봉(580m), 월령봉(420m) 등이 동쪽으로 열린 말발굽 모양으로 둘러 서 있다.

주요 지질은 백악기 말의 화산암류이고 주요 암석은 안산암으로 절리(節理)가 나타나 산꼭대기에는 가파른 절벽, 산 경사면에는 애추(崖錐)가 발달되어 있다. 식물은 참나무류·단풍나무류·층층나무류 등의 낙엽활엽수림이 주종을 이루고 능선에는 비자나무 등의 침엽수림이 나타난다. 신선봉·장군봉 등에 있는 굴거리나무 군락은 천연기념물 제91호로 지정됐다.

가을철 단풍이 아름다워 옛날부터 조선 8경의 하나로 꼽혔다. 백제 때 영은조사가 세운 내장사와 임진왜란 때 승병들이 쌓았다는 동구리 골짜기의 내장산성이 있으며 금선폭포·용수폭포·신선문·기름바위 등도 잘 알려져 있다. 1971년 서쪽의 입암산(笠巖山:654m)과 남쪽 백양사 지구를 합한 총면적 75.8㎢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보호, 관리하고 있다.

이미 한달전부터 인터넷사이트 www.medigate.com의 카페 `산사랑'에 공지를 했고, 서울시의사회 `의사신문'에도 네차례 산행 회원을 모집하는 공지를 했다.

그런데 지난 2주간 www.medigate.com이 사이트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하면서 문을 닫아놓아 제대로 산행에 대한 공지가 되지 않았다. 물론 아직 여름 휴가가 끝나지 않은 점도 있고, 또 지난주에는 정읍지역에 470mm에 달하는 물 폭탄이 떨어져 인근지역이 심하게 물난리를 격은 것도 이유라면 이유겠다 싶지만, 어쨌든 최근 들어 가장 적은 수의 회원(120명)이 사전 신청을 했고, 또 참석을 했다.

이번 산행은 서울에서 버스로 4시간이나 내려가야 하는 원거리 산행이면서 8월의 뜨거운 태양아래 6시간 정도 강행군을 해야 하는 쉽지 않은 산행이라 다른 때보다 한 시간 정도 이른 오전 6시에 출발을 하기로 했다. 오전 5시30분, 출발지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주차장에 도착하니 맑은 하늘 아래 벌써 많은 회원들이 보인다. 서로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5대의 버스에 분승한 후 아침식사용 김밥과 물, 기념품(접이식 의자), 등산안내문을 나누어준 후에 출발한다. 1호차에는 회장, 등반대장을 필두로 서의산 훈련팀이 탑승, 나머지는 지역별/지인별로 안배를 했다. 마지막 5호 차에는 총무가 탑승하여 경부고속도로상의 죽전정류장에서 용인시 회원들을 태워 합류한다.(2호차 버스기사가 지각을 하여 20분이나 늦게 출발한 것은 서의산 산행 초유의 사건으로 오늘 산행의 옥의 티였다. 물론 덕분에 그날 지각한 세 명의 회원들은 다행히도 버스 떠난 후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수고를 덜기도 했지만….)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천안-논산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를 경유하여 여산휴게소에서 잠깐 쉬고, 내장산 IC로 빠져나가 서래봉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니, 9시30분이다. 예정보다 30분이 늦었다,

서둘러 하차하고, 산행기념촬영을 한 후, 이재일 서의산 회장의 인사말을 듣고, 박병권 등반대장의 산행안내와 함께 엄대식 회원의 지도아래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 풀기를 했다.

이 몸풀기는 실제 산행시에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여, 심한 산행 후에도 신체에 무리가 가는 것을 많이 줄여주었다. 이 몸풀기를 소홀히 한 회원은 산행 중에 쥐가 나기도 하고, 산행 후에도 몇 일은 보행에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회원들에게 선두, 중간 후미를 책임질 대원들을 소개한 후에 각별한 안전산행을 부탁하며 산행이 시작됐다.

후미를 맡은 엄대식, 노민관, 박석준, 홍기석 대원에게는 단단히 부탁을 했다. 초보자가 있으니 잘 챙겨 달라고….

서래봉 탐방센터에서 서래약수를 거쳐 불출봉으로 오르는 오늘의 산행로는 처음부터 시종일관 치받아 오르는 코스다. 한 시간 정도를 숨이 턱에 차오르게 헉헉거리며 앞 사람을 따라붙는데…. 얇은 구름에 덮여 해는 없지만, 엄청 습하고 무더운 날씨에 땀이 비오듯 한다. 금방 옷이 다 젖어들고, 내뿜는 열기에 뿌연 김이 안경을 가린다. 이때처럼 안경이 싫어질 때가 없다. 너무 싫다.


불출봉 오르는 산책로 처음부터 치닫아 한시간만에 땀으로 흠뻑
오르락 내리락 바위·계단 넘어 불출봉 지나 까치봉 정상서 환호
하산길 금선계곡 보자마자 모두들 물에 뛰어들며 산행피로 풀어


뒤에선 오랜만에 산에 온 김현조 대원이 `죽겠다'를 연발한다. 산에 오기 이틀 전에 생선회를 먹고 심하게 배탈이 났었다는데, 많이 힘들어한다.

지난 6월에 이 코스로 훈련팀 14명이 답사를 왔었는데, 모두들 산행 후 한마디 했었다.

“쉽지않은 코스다” ㅋㅋㅋ.

그래도 나는 지난 8월초에 일본 남알프스 `키타다케 - 北岳'을 원정 산행하느라 매주 몸만들기를 했던 덕분인지 힘들었지만 그래도 뿌듯하게(?) 추월당하지 않고 오를 수 있었다.

서래약수를 지나 서래봉과 불출봉 사이 능선에 올라서니 발아래 내장저수지 쪽의 조망과 건너편의 봉우리들-신선봉, 까치봉, 망해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내장사도 보인다. 케이블카도 보인다.

“야! 정말 좋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그렇다. 바로 이 맛에 산에 오는 거다.

여기 안올라와 보면 누가 이 맛을 알겠는가?

12년전인 1999년, 8월 마지막주 일요일에 극기산행을 하자고 따라갔던, 무박 2일의, 힘들었던 설악산 서북주릉 종주산행(한계령 → 끝청, 중청, 대청봉, 희운각 → 양폭산장 → 비선대 → 설악동, 14시간 산행)때 대청봉에 올랐던, 그 기억이 새롭다. 그 때는 정말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었다.

정말로 죽을 힘을 다해 대청봉에 올라 내려다본 설악의 운해! 그 잊지 못할 장관! 물론 거기에다가 그 힘들었던 기억이 나를 산으로 이끌어준 장본인이지만.

오르락내리락 바위와 계단을 타고 넘어 불출봉(622.2m)에 올랐다. 오랜만에 바라다 보이는 파란 하늘아래, 능선을 타니 한결 여유가 생긴다. 건너편에 연지봉, 까치봉, 신선봉이 한눈에 들어오고 내장 저수지 쪽에서 올라오는 솜사탕 같은 운해가 능선의 오른쪽을 덮는 장관도 보인다. 오랜만에 보는 파란 하늘에 맞닿은 초록색 능선, 하얀 구름바다, 역시나 보기가 좋다.

불출봉을 거쳐, 망해봉(679.3m), 연지봉(670.6m), 아직도 가야할 산봉우리가 더 있는데…. 후미가 너무 처진다. 너무 처지면 까치봉 까지는 무리다. 중간에 불출봉에서 내장사 쪽으로 내려 보내야 한다.

후미에게 무전을 친다. “끝에서 짤라”

망해봉을 올라 조망을 하니 북으로는 정읍시가가 보이고, 왼쪽 능선은 불출봉, 서래봉이, 오른쪽 능선으로는 연지봉, 까치봉, 신선봉, 연자봉, 장군봉까지 말발굽처럼 도열해 전체 내장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뒤쪽에선 멋진 풍경을 담느라 분주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이관우, 조해석 대원이 보인다..

오늘 산행의 정점인 까치봉(717m)에서 드디어 선두인 박영준 대원과 만났다.

일행을 기다리면서 배낭을 열고 가져온 먹거리를 푼다. 고기전을 부쳐온 김장겸 대원의 도시락이 단연 인기다. 여기에 박상호 대원, 강원경 대원, 전명숙 대원, 박영준 대원, 아들과 함께 온 양대원 대원, 그리고 박병권 대장, 이재일 회장 그리고 일반 회원들….

모두들 주섬주섬 내어놓은 떡과 과일, 도시락을 나눠먹는다. 조금 늦게 올라온 공준택 대원의 김치전 또한 인기 만점이다. 물론 여기에 정상주도 한잔이다. 크! 이 맛에 올라올 때의 힘 듬이 모두 풀린다. 아! 좋다!

답사 때는 신선봉을 찍고, 연자봉을 거쳐서 케이블카타고 하산(8시간) 했는데, 시간적으로 무리가 있어서 정기산행은 까치봉 까지만 오르고 금선계곡으로 하산하는 짧은 길(6시간)을 택했다. 까치봉에서 내려서는 길은 급경사로 많은 조심을 필요로 했다.

지난주에 내린 비로 인해서 걸을 때에 뽀얗게 먼지기 일어나지는 않아서 좋았지만, 반면에 많이 미끄러워서 더욱 힘든 산행이 되었다. 망해봉에서 연자봉 쪽으로 내려설 때에는 `알바' 뛰고 서두르다가 미끄러운 바위에서 미끄러지면서 대형 사고를 칠 뻔 하기도 했다. 배낭 덕분에 머리가 깨지는 것은 면했는데, 팔뚝엔 아직도 그 상처가 생생하다.

금선계곡으로 내려서니 우거진 숲 사이로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가 우렁차다. “야호, 물이다” 누구랄것도 없이 등산화를 벗고, 양말 벗고 물에 뛰어든다.

이번에 나눠준 의자를 깔고 앉아 계곡물에 `알탕'을 하니 30초도 안되어 `아드드드드! 발이 언다. 눈이 시렵고, 오금이 저리고, 이빨이 부딛힌다. `알탕'을 잘 해주면 산행에 의한 피로감이 확 줄어든다.

산위에서 바라다봤던 내장사를 거쳐 일주문을 지나 내장산 매표소까지 길 양쪽으로 단풍나무가 즐비하다. 가을에 오면 `내장산 단풍'이란 말이 실감나겠다. 너무 그래서인가? 단풍시즌을 제외하면 내장산엔 등산객이 별로 없단다. 40여분을 걸어 내려와 식당에 도착하니 닭볶음탕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남도답게 밑반찬도 푸짐했으며 맛깔스런 씀바귀나물과 매실장아찌가 인기를 끌었다. 나는 도토리묵이 맛있더만, 다들 시원한 맥주 한잔과 막걸리를 곁들여 산행의 여독을 풀고 있다.

한참 맛있게 맥주 한잔과 더불어 남도의 맛을 만끽하고 있는데, 후미로부터 급전이다. 한 회원이 부상을 당해 도저히 제대로 하산할 수가 없다고…. 식당의 사장님께 부탁하여 차량하나를 섭외, 직접 운전하여 내장사까지 올라갔다. 이리저리 후미대원들과 회원을 찡겨 태우니 모두 여덟 명이 탑승했다. 산행 12년 만에 하산 길에 차량으로 공수한 건 처음이다. 다행히 부상했다던 회원의 상태는 매우 양호했다. 그 동안 전혀 산을 타 본적이 없어서 무리를 했던 거다. 역시나 산에 오를 때는 몸을 만들어 와야 하는 것을.

오후 5시15분에 인원 점검 후 출발, 다행히 귀경상태가 양호하여 오후 9시경에 출발지로 돌아올 수 있었다. 모두들 지친 몸을 버스 안에서의 달콤한 단잠으로 만회하며 피로를 푼다. 하지만 나는 돌아오는 내내 너무나 시리도록 파랗고 푸른 우리 산하를 감상하느라 한숨도 잠을 청하지 못했다.

압구정에서는 다음의 정기산행 -10월23일 포천의 왕방산-을 안내하며 또 뵙기를 바라면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헤어졌다.

연재성 <서울시의사산악회 총무, 서대문 항미소외과의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