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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순응도 주의깊게 관찰하고 든든한 조력자 되자
환자 순응도 주의깊게 관찰하고 든든한 조력자 되자
  • 의사신문
  • 승인 2011.09.2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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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실천 프로젝트 - `진료 잘 하는 의사 되기' 〈32〉

 환자 교육하기 2 - 환자 교육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당장 체중감량 하라고 하는데 체중감량이 말처럼 쉽나요? 요즘은 매일 같이 야근이라 운동은커녕 잠 잘 시간도 없어요. 식사 양이라도 줄이려고 했는데 밥을 제대로 못 먹으니 기운이 없어서 일을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병원에 가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의사는 그저 말 안 듣는 사람 취급하면서 앞으로 저에게 닥쳐 올 수 있는 합병증 이야기만 늘어놓아요. 답답할 따름이죠.”

“의사 선생님이 가급적 빵을 먹지 말라고 했어요. 당뇨 환자에게 밀가루 음식이 좋지 않다고요. 그래서 빵 대신 떡을 먹을까 생각 중이에요.”

“혈압 약이랑 혈당 약이랑 관절약이랑 먹어야 할 약이 많다보니까 꼭 하나는 잊어버리고 안 먹게 되요. 바빠서 식사를 거르는 날에는 약도 잊어버리고 못 먹어요.”

순응도란 의사의 처방이나 충고에 대하여 환자의 행동이 얼마만큼 일치하는가를 보고자 하는 개념이다. 즉 환자가 의사와 약속한 진료 시간을 잘 지키는 것부터 처방된 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것, 생활 습관을 변화시키고 식이요법을 잘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물론 환자가 순응도가 높을수록 치료 효과가 큰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인지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가 순응도가 낮으면 안타까운 마음이 가장 크고 답답한 마음까지 든다. 그러나 막상 환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순응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의사가 내가 돌보는 환자가 왜 순응도가 낮은지 정확한 문제를 파악하고 현실적인 도움을 줄 때 환자 역시 자연스레 순응도가 높아질 수 있다.

명의는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차트를 보기 전에 인간을 바라보는 의사, 환자를 객관화시켜 일괄적으로 처방하기 보다는 내 앞의 환자의 상황을 살펴 문제점을 파악하고 현실적인 처방을 내리는 것이 진정한 명의다. 똑같은 의학적 문제를 지닌 환자일지라도 현재 각기 처한 상황이나 식이 습관이 다를 것이며 성향이나 지적수준, 의지력 등도 많이 다르다. 그것은 의사가 개별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갖고 치료 순응도가 높아질 수 있도록 적극성을 발휘해야 함을 뜻한다. 대기 환자가 많은 병원이라 진료 시간 자체가 3분 이내로 짧더라도 그 시간만큼은 환자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환자가 순응도가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의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환자들은 그 중요성을 제대로 간과하지 못해서다. 의사는 초기 당뇨를 방치해두면 나중에 무서운 병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또 혈압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혈압에 문제가 생겨 큰 일이 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약을 잘 챙겨 먹으라고 하고 식이요법을 하라고 강조하지만 환자는 그 심각성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 오랜 세월 담배를 피우다가 독한 마음으로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 중에는 의사의 권고에 의한 경우 보다는 친한 사람 중에 담배 피우다가 암에 걸린 사람이 있다거나 실제 본인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경우가 가장 많다. 스스로 그 위험성이 느껴지기에 오랜 세월 끊지 못했던 담배를 끊고, 체중을 감량하고,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환자와 소통하는 것은 환자가 의사가 생각하는 만큼 그 중요성을 정확히 느낄 수 있도록 환자의 지적 수준에 맞춰 적절한 정보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한 아주머니께서 의사가 빵을 먹지 말라고 했으니 빵 대신 떡을 먹어야겠다고 이야기한 것은 의사가 이야기한 내용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경우다. 의사가 밀가루 음식을 줄이라고 한 것은 밀가루 음식이 혈당을 급속도로 올리는 탄수화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유까지는 생각지 않고 무조건 빵, 국수 등 밀가루 음식만 멀리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밀가루 대신 흰 쌀로 만든 떡은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쩌면 환자 스스로는 빵을 떡으로 바꿔 먹으면서 의사의 말을 잘 듣고 있다고 본인이 착한 환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의사 말을 듣긴 듣는데 의미를 잘 못 파악한 경우다. 실제 의외로 많은 환자들이 의사의 지시 사항이나 권고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 이야기를 자세히 듣다보면 순응도 낮은 나름의 이유 있어
객관·일괄 처방 보단 환자의 상황 살펴 현실적인 처방 내려야
지적 수준 맞춰 정보 제공·환자의 감정에 지속적인 반응 중요



한편 환자 스스로는 이제 운동도 하고 식이요법도 하면서 열심히 건강관리를 하고 싶으나 불가피하게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매일 늦은 시간에 퇴근을 하기에 도저히 운동할 시간을 내기 힘들다거나 본인 의지대로 술자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인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이들은 의사가 말 안 듣는 자신을 혼내면서 앞으로 생길 수 있는 합병증을 이야기할 때마다 억장이 무너지지만 현실을 탓하면서 흘려버린다. 의사 말을 듣고 중요성을 의식하긴 하지만 실천을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 할까? 앞서 언급했듯이 이들이 순응도가 낮은 것은 의사의 설명 부재 혹은 설명방식에 아쉬움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미 그 중요성은 알지만 불가피하게 실천이 힘든 사람에게 합병증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겁을 준다거나 의사의 말을 가볍게 넘기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사람에게 자율성을 준다면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못한다. 그러므로 환자의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환자가 치료에 잘 따라올 수 있도록 환자가 걱정하는 부분 혹은 힘들어 하는 부분,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 등을 정확히 찾아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가 치료에 잘 따라오지 못하는 것에는 분명 원인이 있다. 단순히 환자가 `고집이 세다', `말을 안 듣는다'라는 이유로는 부족하다. 필자가 교육했던 지방의 한 병원에서는 그 병원을 찾는 당뇨 환자들을 위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가정용 운동기구를 개발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담당 선생님이 운동 기구 개발을 위해 트레이너와 미팅을 하고 필자에게 환자들을 효과적으로 교육시키는 방법 등을 상의하시는 모습을 보며 환자들에 대한 관심과 열정에 감동했다. 필자가 걷기나 뛰기 등 여러 가지 운동이 있는데 굳이 병원에서 가정용 운동기구까지 만들 필요가 있느냐고 질문을 하니 그 선생님은 이렇게 답했다. “우리병원에는 연세가 많으신 당뇨 환자 분들이 많아요. 걷기나 달리기, 계단 오르기 등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운동들은 관절에 무리가 가서 못하세요.

그나마 관절에 무리가 덜 가는 수영은 동네에 수영장이 없는 경우에는 현실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고요. 환자 분들 중에는 농사를 짓는 분들도 계시고… 일부러 운동할 시간을 내시는 것이 어려운 분들이 많으세요. 그래서 그 분들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운동 기구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운동은 효과적으로 될 수 있는 기구 말이에요.” 환자들이 운동을 안 한다고, 못 한다고 안타까워하는 것에서 나아가 환자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한편 환자들의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환자 가족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환자 가족들이 식이요법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협조해주지 않으면 환자 혼자서 식이요법을 지키기 힘들다. 그러므로 치료에 불 순응하는 환자일수록 환자에게 더욱 인간적으로 관심을 갖고 환자는 물론 환자 가족들과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혹시 환자가 의사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있다면 환자 가족들이 환자의 치료 불 순응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줄지도 모른다. 환자가 지속적으로 치료를 거부할지라도 환자가 가장 효과적인 치료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치료에 대한 이해를 위해 힘닿는데 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호자 교육을 할 때는 환자 가족들 중에서 환자의 치료를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대표 한 명을 선정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 보호자에게 보호자 역할의 중요성과 앞으로의 할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일방적인 대화를 강요하면 의사는 환자의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연구에 의하면 의사는 환자가 이야기를 시작하고 나서 8초 정도 후에 환자의 말을 끊고 끼어든다고 한다. 존스홉킨스대학의 로터교수는 의사가 던지는 질문의 방식이 환자의 답변 방식을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적절한 질문을 던져 환자의 순응도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순응도의 문제를 진단하고 환자의 감정에 반응하여 지지하고 협력하며 존중하는 것. 나아가 환자에게 약속의 말을 이끌어낸 뒤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환자의 의지와 재방문을 확인하고 환자의 감정에 대해 계속적으로 반응하는 것 역시 기억해야 한다.

이번 한 주는 환자의 순응도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환자가 지닌 순응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보면 어떨까.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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