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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 교향곡 2번 D장조 Op.73
브람스 교향곡 2번 D장조 Op.73
  • 의사신문
  • 승인 2011.09.29 11: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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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목관 악기로 온화한 선율 가득

장고의 노력 끝에 완성한 교향곡 제1번의 발표 직후 부담감이 사라지고 나자 브람스는 마법이 풀린 사람처럼 다음 교향곡의 창작이 너무도 순조로웠다. 교향곡 제2번은 교향곡 제1번을 완성한 다음 해인 1877년에 착수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완성되었다.

당시 건강이 좋지 못했던 브람스는 `펠차하'라는 도시에 머물렀는데 그곳의 자연이 주는 경이감과 생명력에 감동한 브람스는 새로운 교향곡의 작곡을 시작하였다. 이곳에서 브람스는 어느 때보다 가장 많은 친구들을 얻게 되었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전원의 차분한 분위기와 목관의 사용이 풍부해서 다른 작품에 비해 온화한 인상을 풍기는 이 작품은 목가적인 요소가 가득하여 브람스의 `전원교향곡'이라고 불린다.

그의 교향곡 제1번에서 볼 수 있었던 `암흑(고뇌)으로부터 광명(환희)으로의 이행'이라는 심각한 분위기와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밝고 온화함 뒤에는 애수에 젖은 듯한 쓸쓸함이 깔려있어 브람스 특유의 분위기를 내재하고 있다. 이 배경은 브람스가 선호하는 묵직한 저음이 곡 전체의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배가시키면서 이 위에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등의 목관들이 곡 전체의 목가적인 색채를 칠하고 있다.

예술의 시대적 혁신을 화두로 삼았던 독일 민족주의자 바그너에 반해 브람스는 인류 보편의 예술을 추구했다. 두 사람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바그너는 혁명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음악가이었으나, 브람스는 신고전주의자로 분류될 만큼 당시로서는 매우 고지식한 음악가였으며 베토벤의 고전주의 음악의 전통을 고스란히 계승한 작곡가이었다. 이러한 배경으로 그는 오페라는 물론이고 표제음악조차 쓰지 않았다.

또한 브람스의 교향곡은 그리 선율적이지 않다. 교향곡 제2번도 다른 곡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주제 선율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거대한 대위법 구조 속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하나의 선율 위에 여러 선율이 겹쳐지고, 다른 악기들이 서로 응답하기라도 하듯 계속적으로 변화해 나아가고 있다. 이를 쇤베르크는 “음악적 언어의 거대한 프로그레시브”라고 서술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법으로 브람스 교향곡은 통일된 조화와 절제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제1악장 Allegro non troppo 음악학자인 크레치머는 제1악장을 가리켜 “저물어가는 태양이 숭고하고 그 위에 진지한 빛을 던지는 즐거운 풍경”이라고 평하였는데, 말 그대로 평화롭고 온화한 악장으로 그 저물어가는 저녁하늘을 바라보며 홀로 상념에 젖어있는 쓸쓸한 시정을 매우 잘 그리고 있다. △제2악장 Adagio non troppo - Listesso tempo ma grazioso 우수에 젖은 듯한 사색적인 악장으로 장조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고독한 시정이 감돌고 있다. 브람스의 교향곡이 가지고 있는 우수와 정신적 깊이가 나타나 있다. 목관과 저현 악기가 중요한 역할을 하며 바이올린에 이끌린 선율이 소박하며 품위 있는 주제를 연주한다. 마지막에서 플루트에 의한 주제가 흐를 때 등장하는 팀파니의 울림은 상당히 인상적인 여운을 남기고 있다.

△제3악장 Allegretto grazioso - Presto ma non assai - Tempo I 가장 경쾌한 악장으로서 다음 제4악장의 분위기를 암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곡 전체에서 느껴지는 애수에 찬 시정도 나타나는데 제1주제가 특히 그러하다. 목가적인 악상으로 목관악기가 현악기의 피치카토를 배경으로 주제를 연주한 후, 현악기가 분위기를 바꾸어 민첩한 움직임을 보인다. 특히 제1주제가 목관에 의해 반복되는 마지막 부분에서 재현되는 그 선율의 아름다움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제4악장 Allegro con spirito 브람스 교향곡 전 악장 중에서 이처럼 찬란한 피날레는 찾기 힘들다. 어떤 설명도 이처럼 아름다우며 기쁨으로 충만한 시정을 모두 보여줄 수 는 없을 것이다. 현악기의 흥겨운 선율을 배경으로 금관과 팀파니가 가세해 마치 춤곡과도 같은 화려함을 선사한다. 역시 마지막은 밝고 열정적인 젊음과 기쁨으로 충만해 있다.

■ 들을만한 음반 : 브루노 발터(지휘), 컬럼비아 심포니[CBS, 1960];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베를린 필[DG, 1970];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DG, 1963];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빈 필[DG, 1982]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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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섭 2021-08-22 14:04:37
장려하고 심오한 곡이네요.
의사신문의 오재원 교수님의 해설이 큰 도음이 됩니다.
최고의 감상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