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차종 이야기 - BMW〈5〉
프리미엄 차종 이야기 - BMW〈5〉
  • 의사신문
  • 승인 2011.09.2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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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을 개척한 `바바리아'

BMW가 New Class라는 차종을 성공적으로 팔고 있을 때에도 고급기종에서는 벤츠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스포츠 지향성을 갖지만 럭서리 메이커로서 자리매김하려면 벤츠가 지배하고 있는 고급차종에 대한 공략이 필요했다. 이때까지 갖고 있던 엔진은 오로지 M10 뿐이었다. 몇 년 동안 4기통의 M10으로 성공적으로 컴팩트카와 준중형의 차들을 만들어 왔지만 배기량이 조금 더 큰 차종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했다.

BMW는 새로운 엔진을 설계하고 새로운 6기통 엔진을 갖는 차를 NewSix라고 불렀고 1968년부터 1977년까지 생산됐다. 세단인 E3와 쿠페인 E9 프레임에 2500cc 엔진을 기본으로 얹었다. 2.5L, 2.8L, 3.0L, 3.3L의 엔진들이 차례로 발표됐다. 2500cc의 엔진이 가장 많이 팔렸고 이 차를 BMW 2500이라고 불렀다. 이 차종이 나중에 7시리즈의 조상이 됐다.(간혹 5시리즈의 조상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미국에는 1969년부터 판매됐고 미국형 모델은 특히 바바리아라고 불렀다. 2500cc는 5000달러에 2800cc는 6000달러 후반대에 팔렸다. 차의 운동특성이나 엔진은 당시로서는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미국에서는 처음 판매되는 BMW였다. 미국에서 보아서는 신생업체가 들어오는 셈이었다. BMW는 유서 깊은 메이커가 아니라 신생업체였던 셈이다. 신생업체의 비싼 차를 팔려면 성능도 성능이지만 뛰어난 딜러가 필요했다.

다행히도 맥스 호프만(Maximilian E. Hoffman 1904 ∼ 1981)이라는 오스트리아 태생의 유명한 딜러가 있었다. 호프만은 유럽의 차들이 전후 미국에서 붐을 일으킬 것을 내다보고 있었다. 딜러로서 호프만의 안목은 매우 높았고 수준 낮은 차들은 수입하지 않았다. 폭스바겐의 초기 수입상이자 딜러였고, 포르세의 356같은 초기모델을 미국에 소개했으며, 메르세데스 벤츠 300SL을 미국에 소개했다. 이들은 모두 성공했다.

그리고 BMW를 1960년대부터 미국에 소개했다. 페라리도 소개했다. 이들은 초기에 커다란 마켓을 형성하지 않았으나 점차 그 마켓은 커져만 갔다. 그런 마켓이라면 조금 특이하고 정말 잘달리는 차,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차, 아름다운 자동차…. 이런 요구사항들에 대해 어느 정도 부합할 수 있는 자동차들이 있기는 있었다.

그러니 호프만의 안목은 대단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에 이런 메이커들은 작은 마니아집단, 컬트집단에 의해 유지되고 있었으나 집단은 자꾸 자라났다.

미국에서 바바리아는 성공적으로 팔렸다. 새로운 차, 특별하고 잘 달리는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딱 맞았다. 바바리아의 고객 중에 재클린 오나시스 여사가 있었다. 그리스의 선박왕 오나시스는 호프만의 가게에서 바바리아를 사서 선물했다. 재클린은 다른 차는 타지 않고 바바리아만을 고집했다. 당시의 미국차들은 너무 커서 바바리아는 큰 차에 속하지도 않았다. 약간 아담하고 연비가 좋았고 무엇보다도 놀랍게 운동성이 좋은 차에 속했다.

이 차들의 엔진은 Big Six 또는 Old Six라고 부르는 6기통의 엔진 M30이었다. M30은 사실상 M10을 6기통으로 만든 엔진인 셈인데 1968년부터 1994년까지 아주 오랫동안 사용된 엔진이다. 너무 오랜기간 만들다보니 이 엔진의 제어기와 연료주입장치의 변형은 아주 다양했다. 출력은 상당히 좋아서 4기통의 M10과 마찬가지로 BMW는 이 엔진으로 유럽의 투어링카 챔피온십을 몇 번이나 획득했다.

제원표를 보면 2.5L 엔진의 경우 5500rpm에서 150마력 정도를 낼 수 있었다. 토크도 좋았다. 큼직한 엔진에서 나오는 안정된 출력으로 상당한 수준의 달리기가 가능했다. 관리만 잘되면 40만킬로 정도는 충분히 달릴 수 있었다. 다른 6기통 엔진보다 부드럽기 때문에 Silky Six라는 별명도 얻었다.

넉넉한 출력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6기통이 더 좋은 선택이었다. 같은 엔진회전수에서 더 부드럽게 회전하는 엔진을 더 선호했다. 그래서 M30은 처음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4기통의 엔진이 특별히 유리할 것도 없는 미국에서는 6기통이 더 인기가 좋았던 것이다.

약간 작은 엔진도 필요했기 때문에 M20이라는 엔진도 만들었는데 1974년부터 1994년까지 생산됐다. 앞의 M30보다 크기가 작아서 Little Six라고 불렀다. 이 엔진은 M30을 대체하기 보다는 4기통 엔진이 너무 커지는 것에 대한 대안이었다고 볼 수 있었다.

세월이 지나자 M20은 다른 잘 달리는 차들의 엔진과 경쟁해야 했다. 그래서 1991년부터 M50 엔진이 나오면서 DOHC방식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평범한 DOHC가 아니라 가변흡기방식을 쓰는 것이 유리하자 BMW는 흡배길를 개선하기 위한 VANOS를 도입했다. M50 다음의 엔진이 M52로 DOHC는 물론이고 VANOS도 기본이 됐다. 나중에는 바노스가 2개인 더블 바노스도 기본이 되다시피 했다. 엔진들은 M20, M50, M52, M54 그리고 N52 등으로 발전했다.

달리기의 즐거움을 표방한 BMW는 조향성능이나 서스펜션이 벤츠와는 다른 성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충성심 높은 고객층을 많이 갖게 됐다.

그 시작에는 바바리아가 있었다. 한편으로는 생소한 업체의 바바리아 같은 차들을 선뜻 구입한 얼리 어댑터들이 있었다. 사실 제일 중요한 것은 차를 알아본 사람들의 안목이라고 할 수 있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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