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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제8번 F장조 작품번호 93
베토벤 교향곡 제8번 F장조 작품번호 93
  • 의사신문
  • 승인 2011.09.2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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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주의 음악의 총정리편으로 평가

작곡가 베를리오즈는 이 작품을 듣고 다음과 같이 극찬을 하였다. “다른 곳에서는 도무지 그 예를 찾기 힘들고 비교할 만한 작품조차 없는 가장 예술적으로 가장 완벽한 작품 중 하나이다. 하늘에서 이미 완성된 모습으로 곧 바로 예술가의 마음속으로 떨어져 내려온 곡이다”

베토벤 연구가들은 이 작품을 `베토벤 수집가를 위한 보석'이라 칭하면서 옛 음악을 새롭게 해석해 표현한 곡의 짜임새가 출중하여 베토벤 이전의 고전주의 형식에 대해 고찰한 논문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이 곡은 당시 하이든과 모차르트를 비롯한 모든 고전주의 음악의 총정리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작품의 제2악장은 하이든의 알레그레토 악장과 비슷한 분위기이고 제3악장은 고풍스런 고전주의 미뉴에트로 진행되면서 모차르트를 연상케 한다. 베토벤은 낭만주의를 바라보면서 혁명적이고 진취적인 음악적 개혁을 실현하는 와중에서 이와 같이 온고지신을 통해 고전주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었음이 교향곡 제8번에서 극명히 들어난다.

교향곡 악보의 표지에는 `교향곡, 린츠에서 1812년 10월'이라고 적혀있는데 그의 나이 42세이었다. 교향곡 제7번이 완성된 시기와 거의 같은 시기에 작곡된 작품으로 제7번에 비해 소규모로 작곡되어 `작은 교향곡'이라고도 한다. 교향곡 제7번이 `무도의 화신', `리듬의 화신'이라 불릴 정도로 격렬한 열기와 힘이 넘치는 작품이라면 제8번은 그의 원숙기 작품답게 환희와 유머에 찬 경쾌한 선율은 기교적으로 세련되고 베토벤 특유의 음악적인 깊이가 느껴진다. 평론가 파울 베커는 이 두 교향곡을 가리켜 “교향곡 제7번은 높은 봉우리로 올라가는 기분이며, 제8번은 그 봉우리에서 내려오는 행복한 기분을 나타낸다”고 하였다.

△제1악장 Allegro vivace e con brio 당시로서는 드물게 제1악장에서 춤곡이 사용되는데 서주 없이 시작부터 주제를 제시하면서 유쾌하고 떠들썩하게 악상을 전개해 나간다. 발전 부분에서는 음악적인 희열이 지나쳐 제1주제가 가려져 어설프게 들리기도 한다. 훗날 구스타프 말러는 이 곡을 지휘할 때 이 부분을 개정하여 주제를 뚜렷하게 강조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당시 베토벤이 의도적으로 고전주의를 풍자하기 위해 역발상으로 주제의 성격을 모호하게 표현하고자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제2악장 Allegretto scherzando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느린 악장보다는 스케르초를 배치하였는데 이는 일정한 리듬과 기계조작으로 움직이는 뮤직 박스인 `오르겔'처럼 반복되는 천진스런 리듬형태를 가지고 있다. 베토벤은 당시 `크로노미터'라 불렀던 `메트로놈(현재의 메트로놈은 네델란드 빙켈이 발명하였음)'을 발명하고 자신에게 보청기를 제작해 준 멜첼에게 메트로놈의 특징을 살린 〈타타타 캐논〉이란 작은 곡을 작곡해 주었는데 이 악장에서 그 주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설이 있으나 작곡년도와 맞질 않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제3악장 Tempo di menuetto 베토벤 교향곡을 통틀어 유일한 미뉴에트 악장이다. 제1번에 사용하였던 미뉴에트는 스케르초에 가깝고 이 교향곡에서의 미뉴에트는 고전주의 교향곡에서 볼 수 있는 형태의 고풍스럽고 우아한 미뉴에트 악장이다. 석양에 목동이 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유유자적한 모습을 상상케 한다.

△제4악장 Allegro vivace 빠른 속도와 거친 유머 감각으로 벌이 윙윙거리듯 바이올린이 빠른 음표들을 연주하면서 목관악기들이 맞장구를 치고 주제선율이 점점 작아진다. 그러다 엉뚱한 음이 돌출하면서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생각지 못한 음계의 전개방식과 전조 등 베토벤의 유머 감각은 전 악장을 통해 번뜩이고 있다.

■ 들을만한 음반 : 한스 슈미트-이세르슈테르(지휘), 빈 필[Decca, 1968]; 존 엘리어트 가디너(지휘), 혁명과 낭만 관현악단[Archiv, 1992];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DG, 1976]; 브루노 발터(지휘), 컬럼비아 관현악단[CBS, 1958]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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