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9:45 (목)
복약교육, 약사가 알아서 해주겠지하는 생각은 금물
복약교육, 약사가 알아서 해주겠지하는 생각은 금물
  • 의사신문
  • 승인 2011.09.22 1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1 실천 프로젝트 - `진료 잘 하는 의사 되기'〈31〉

 환자 교육하기 1 - 복약교육

“환자 교육은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시키는 데 요구되는 환자의 지식, 태도와 기술의 변화를 유발시키고 환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 과정은 사실적 정보를 전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지만 각 개인의 건강 상태에 도움을 주는 태도나 행동 변화를 가져오기 위하여 그 정보를 해석하고 통합하는 것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환자 교육은 과학적인 사실 분야뿐만 아니라, 심리학, 사회학, 행동 과학, 문화 인류학과도 밀접하게 서로 관련되어 있다.” (The Society of Teachers of Family Medicine, 1979)

언젠가 TV에서 파킨슨병을 주제로 다루면서 기막힌 사연을 하나 보여주었다. 만성 소화불량을 겪고 있던 한 중년 남성이 몇 년 전 소화불량 약을 병원에서 처방받아 복용한 후에 속이 편해지자(의사의 지시 없이) 3년 동안 스스로의 판단 하에 그 약을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복용하였는데 약 부작용으로 파킨슨병이 발병한 것이었다. 그 남성은 그 약에 대한 부작용이나 과다 복용 시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의사에게 전혀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 남성 입장에서는 너무 기막힌 일이지만 그렇다고 의사를 탓할 수도 없다. 의사 역시 환자가 의사 허락 없이 그 약을 3년이나 복용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며 의사 허락 없이 그 약을 장기 복용한 것은 전적으로 그 사람의 잘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가 안타까운 것은 그래도 의사가 그 약을 처방해주며 몇 가지 주의사항을 얘기해준다거나 최소한 “이 약은 장기 복용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니 드시고 속이 나아지시면 더 이상 드시지 마세요”라도 이야기해주었으면 어떨까.

사실 의사 입장에서는 바쁜 진료에서 소화 불량 약의 장기 복용 시 나타나는 부작용까지 나열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또 어쩌면 약에 대한 설명은 당연히 약국에서 약사에게 들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세한 설명은 생략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약에 대한 적절한 설명과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약으로 기대할 수 있는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물론 앞서 소개한 사람처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에 반드시 그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실제 약사가 약을 조제하고 환자에게 주더라도 병을 진단하고 그 약을 처방한 사람은 약사가 아니라 의사다. 환자 역시 청진기로 자신을 직접 진찰했던 의사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약 복용에 대한 설명을 점점 더 많은 의사들이 약국의 약사에게 책임을 유보하고 있다. 진료가 바쁘기도 하고 약에 대해서는 약사가 알아서 잘 설명해주겠지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정작 약국에 가면 의사가 처방해준 전문 약의 부작용에 대해 정확히 설명해주는 경우도 드물고 연고 같은 경우는 약사 역시 설명서를 꺼내 보면서 성분이나 부작용에 대해 설명해주는 경우도 많다. 약사 역시 너무 많은 약을 다루고 있기에 자주 다루는 약에 대해서는 너무 잘 알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잘 모르는 것이다. 그것은 곧 약사 역시 현실적으로 모든 환자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주기 힘들다는 것이다.

약 복용은 환자가 그 중요성을 정확이 인식하고 어떤 식으로 복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어야 잘 챙겨 먹을 수 있으며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약에 대한 설명이 많이 부족하다. 혈압 약 복용의 중요성을 몰라 고혈압 환자가 약을 수시로 거르기도 하고 당뇨 환자가 처방받아 온 당뇨 약이 떨어졌다고 오랫동안 당뇨약 복용을 쉬기도 한다. 혹은 다른 약을 스스로의 판단으로 대신 먹기도 한다. 필자의 지인 중에는 철분약과 카페인 음료를 같이 먹으면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을 미처 몰라서 늘 식사 후에 철분약을 먹고 바로 커피를 마셨던 경우도 있다. 특히 약 중에는 함께 먹으면 부작용이 일어나 건강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고 일일 섭취량을 초과하거나 적절한 간격을 두고 먹지 않으면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걸 자세히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환자는 약사보다 직접 자신을 진찰했던 의사의 말에 귀 기울여
의사가 생각하는 것 보다 약에 대해 무지할 수 있다는 것 염두
약 처방시, 정확한 복용법 및 부작용·오남용시 문제 꼭 알려야



평소 이러한 안타까움이 있었던 차에 얼마 전 한 케이블 TV 프로그램을 보고 그 안타까움은 극에 달했다. 그 프로그램은 평범한 지구인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특이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화성인'이라고 부르며 그들의 생활을 엿보는 프로그램이었다. 한 20대 여성이 약을 맹신하며 하루에 백 알이 넘는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물론 모두 스스로의 판단 하에 먹는 약들이었다. 피부과 약, 콧물 약, 두통 약, 변비 약, 관절 약, 알레르기 약, 비타민 등등 수십 가지 약을 하루 세 번 여러 알씩 복용하다보니 하루에 백 알이 넘는 약을 복용하게 된 것이다. 의사가 아닌 필자가 봐도 안타까운 마음이 큰 데 의료 전문가인 의사 입장에서는 그러한 모습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으로 보이겠는가. 그러나 의외로 우리 사회에서는 무조건적으로 약을 맹신하며 의사 허락 없이 약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므로 의료 전문가인 의사들이 좀 더 책임을 갖고 환자들의 약 복용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선 약을 설명할 때는 환자가 그 약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질환자가 늘 먹던 약을 받아가는 것이라면 긴 설명이 필요 없겠지만 새로운 약을 복용하게 되거나 약을 바꾸는 경우에는 약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환자는 의사가 생각하는 것 보다 약에 대해 무지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혹시 이 전에 비슷한 약을 복용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처음이신가요?” 식으로 간단한 질문을 던져 환자의 지식수준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그 다음 그 약을 왜 먹어야 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인지시키면서 약 복용에 대한 동기를 부여해주어야 한다. 의사가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환자는 그야말로 목숨 걸고 약을 챙겨 먹을 수도 있고 대충 대충 생각날 때만 먹을 수도 있다. 약을 복용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했다면 다음은 약을 어떤 식으로 복용해야 하는지 먹는 방법과 시간, 용량 등을 설명해주어야 하는데 아침에 먹는 약이 있고 자기 전에 먹는 약이 있으며 식전에 먹는 약과 식후에 먹는 약이 있다. 그러므로 시간을 맞춰 먹어야 하는 이유를 함께 설명해주어야 혼돈하지 않는다. 물론 추후에 약사가 다시 한 번 설명해줄 수도 있겠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환자에게는 의사가 직접 설명하는 것만큼 믿음이 가고 확실한 교육은 없다.

약복용이 중요한 만큼 되도록 의사가 책임감을 갖고 설명해주는 자세가 요구된다. 특히 약을 설명할 때는 영어로 된 약의 이름을 부르는 것보다 약의 크기나 색깔 등으로 알기 쉽게 구분 지어주는 것이 더 쉽게 각인될 수 있다. 아울러 환자가 약을 복용하기 힘든 이유라든지 약 복용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 등은 적절한 질문을 던져 찾아 해결해주어야 한다. 약 복용이 힘든 경우 왜 힘든지를 밝힌 뒤에 적절한 제3의 제안을 제시하는 것도 좋다.

일례로 아침과 저녁에 고혈압 약과 고지혈증 약을 각각 따로 복용하기 힘든 노인 환자라면 하나로 합쳐진 약을 하루에 한 번만 복용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 환자가 약 복용의 기간이나 효과 등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설명해주어 즉각적인 약 효과를 기대했다가 실망한다거나 약을 과다 복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약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그 비율과 원인, 부작용 모습, 대책 등을 설명해주어 환자가 필요한 약만 복용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환자들 중에는 과거에 그 약을 복용한 뒤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거나 괴로운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처방된 약에 대해 혹시 꺼리거나 따로 원하는 약이 있는지, 약 복용에 대해 걱정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어 두려움이 없도록 자세히 설명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때로는 환자가 모르는 신약을 권하거나 환자가 오랫동안 먹던 약을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 때는 근거 있는 데이터 자료나 다른 환자의 성공담을 들려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환자가 약을 잘 복용하지 못하더라도 무작정 말 안 듣는 환자로 몰지 말고 계속적으로 인내심을 갖고 환자가 약을 챙겨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약 복용의 중요성을 정확히 알리고 환자가 약을 쉽게 복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약에 대한 효과를 수치 등으로 자세히 알려주는 것은 환자가 약을 잘 복용할 수 있도록 의욕을 북돋을 수 있다. 의사가 의사 입장에서 설명하고 교육하는 것에만 집중하면 약 복용의 중요성을 환자에게 제대로 각인시키기 힘들지만 의사 입장이 아닌 환자 입장에서 설명하면 환자의 고민을 이해하고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

약 복용이 중요한 만큼 이번 한 주는 그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길 바란다.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