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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m의 고산, 내 발로 올랐다는 뿌듯함에 환호
3000m의 고산, 내 발로 올랐다는 뿌듯함에 환호
  • 의사신문
  • 승인 2011.09.2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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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겸 - 제9차 서의산 일본 남알프스 종주 산행기〈2-하〉

◇기타다케 정상에서 필자.

김장겸 원장
30여분이 지나서 후미와 합류한 후, 처진 후미를 앞에 서게 하고 3193m의 일본에서 2번째로 높다는 기타다케로 걸음을 재촉했다.

모두 무사히 도착하여 `인증 샷'을 서로 찍어주며 기뻐하다가 오늘의 숙소인 산장으로 가는, 오늘 처음으로 만나는 내리막을 접했다. 약 1시간을 걸어 산장에 도착하니 다시 비가 뿌리기 시작했고 늦게 도착한 관계로 2층 다락방 숙소로 올라갔다. 너무 낮아 머리를 들기도 힘들고 몇몇은 머리를 부딪혔다.

짐을 정리한 후, 8시에 모두 소등을 하기 때문에 서둘러 저녁식사를 했다. 생선도 한 토막 나오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맛있게 먹고 1000cc에 100엔 하는 물로 이를 닦고 간단하게 세수를 한 후, 서둘러 다락방으로 올라가니 소등을 한다. 밖에서는 빗소리가 들려오고 이불을 두 겹 덮어야 할 정도로 추웠다. 또한 너무 이른 시간인데다가 낯선 곳이라서 그런지 피곤한데도 잠이 좀처럼 오지 않는다. 잠깐 졸았나 싶었는데 아직도 12시다.

그렇게 뒤척이다 잠을 못자고 이튿날 새벽에 일어나 식사한 후, 출발 준비를 하는데 약하지만 여전히 비가 오고 있었다. 6시쯤 출발하는데 다행히 비는 거의 그쳤지만 안개비가 뿌려 시야확보가 잘 안된다. 아이노다케를 향해 걷다보니 비가 그치면서 오늘의 산행을 축복해주는 듯, 보기 드문 동그란 무지개가 떴다. 구름이 걷히면서 뒤로는 기타다케 산이 보이고 멀리 후지산도 숨바꼭질 하듯이 보였다 안보였다를 반복한다.

그 후 몇 시간은 너덜지대로 3200m에서 약 2800m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반복된다. 약 3시간 산행 후, 빨간 지붕의 노우토리고야 산장에 도착하니 앳된 스무 살 정도의 아가씨가 자기가 이 산장의 마스코트라면서 반겨준다. 아르바이트하는 학생인데, 일당 약 10만원이라기에 많이 받는다 했더니 여기까지 걸어와야 한단다.

다시 약 2시간을 걸은 후, 노우토리다케 근처에서 도시락을 먹고 40분 걸려 다이몬자와 분기점에 도달했다. 4∼5m 쯤 되는 노란 삼각대에 종이 달린 철 구조물이 있는데 위급 신호라든지 뒤의 일행에게 방향을 알리기 위해 사용한다고 한다. 이 종은 소화 43년(1968년)에 한 청년이 올라왔다가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조난 당한 후, 그 부모가 아들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약간의 고산증세 버티며 가타노고야산장 지나 기타다케 정상 올라
정상 등정의 기쁨 만끽 후 빗속 내리막길 뚫고 급히 산장으로 하산
동그란 무지개와 멀리 보이던 후지산이 나의 첫 해외등반 축하해


이곳부터 오늘의 목적지인 다이몬자와 산장까지는 약 1300m이상 고도를 낮추는 본격적인 하산길이다. 내려가면서 나무들은 점점 커지고 내리막 경사가 심하며, 비로 인해 질척거리고 흙도 무너져서 위험했다. 더구나 이 내려가는 길에서 통나무 외다리를 몇 개 건너야 했는데, 밑에는 급류가 흐르고 다리는 미끄러우면서도 출렁거리니 건너기가 만만찮았다.

가이드하시는 분이 스틱은 통나무를 짚지 말고, 균형만 잡고 발은 팔자로 벌려 건너는 것이 안전하다고 했다. 그렇게 조심하며 내려가던 중, 길에서 여자 회원 한 분이 미끄러지면서 나무 튀어나온 곳에 정강이를 부딪쳐 부어오르면서 통증이 심해 잘 걷지를 못했다. 그래도 괜찮다고 하면서 다이몬자와 산장까지 내려 왔는데 나중에 보니 정강이에 주먹만한 혹이 생기고 멍이 들었는데도 우리 산행이 늦어질까봐 참고 왔던 것이었다.

저녁을 먹으며 갖고 있던 소주로 이틀간의 산행도 축하하고 부상투혼에 경의를 보내며 건배를 했다. 다이몬자와 산장은 기타다케 산장보다 먹는 것이나 시설은 안 좋았지만 옆에 계곡이 흐르고 있어서 공짜로 먹을 수 있는 식수가 풍부하고 500엔을 넣으면 4분간 더운 물로 샤워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산행의 마지막 밤은 회장님이 사주신 500엔짜리 맥주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 사이 빈 맥주 캔 깡통은 쌓이고 산행의 마지막 밤은 깊어만 간다.

아침에 눈을 떠 창문을 여니 어슴푸레 해가 뜨면서 멀리 후지산이 보인다. 간단한 세면 뒤에 쓰린 속을 부여잡고 식당에 들어가니 날계란, 짠지, 김, 미소시의 아주 조촐한 밥상이 보인다. 간신히 아침 식사를 하고 짐을 챙겨 다시 나리타까지의 산행을 시작했다. 다행이 여기는 몇 개의 통나무 다리와 50m 이상으로 계곡을 가로지르는 쇠줄로 된 출렁 다리를 건너는 것을 제외하면 1600m인데도 편평한 삼림욕장을 지나는 것 같다. 시간만 있으면 웃통을 벗고 두어 시간 피톤치드를 맡으며 삼림욕을 하고 내려가면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산행을 정리하며 내려오기를 3시간. 목표 지점, 종착점인 나리타 발전소가 보였고, 기사가 나와 산행을 끝난 우리를 반겨주며 손을 흔들어줬다.

아! 나의 최초 해외 고산 원정이 마침표를 찍는다.

김장겸(중랑 김장겸이비인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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