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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를 지나 위룽쉐산서 히말라야를 보다
차마고도를 지나 위룽쉐산서 히말라야를 보다
  • 의사신문
  • 승인 2011.09.1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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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성 - 이상향을 찾아가다 〈상〉- 히말라야 위룽쉐산(5600m)

노순성 회장
비행 중 하늘 위에서 내려다본 중국 위난성(雲南省) 샹그리라 주위(1950년 중국의 티벳 침공 합병 전에는 위난성, 쓰촨성, 칭하이성, 깐쑤성 지역의 상당부분이 티벳 영토였음)의 빙하로 장식된 눈 덮인 해발 5∼6000m의 산맥들(위룽쉐산 玉龍雪山, 합파설산, 메이리설산 등)이 반쯤은 미쳐버린 천재의 붓으로 그려진 인상파 그림의 배경을 방불케 하는 험악하기 짝이 없고 야한 색조를 나타내는 석양의 지평선과 융합하고 있었다. 스위스의 융프라우를 몇 겹으로 겹친 듯한 순백색의 절벽이 장려하고 눈부실 정도의 산맥들이, 산 정상부의 백색의 피라미드들이 아득히 먼 지평선 위로 마치 개 이빨처럼 장려하게 굽이쳐 지나가고 있었다. 기나긴 계곡을 따라, 깎아 세운 듯 한 암벽 옆구리를 따라 낭떠러지 위에 만들어진 길(차마고도)은 급경사를 이루며 계속 되었다. 좁다란 작은 길은 이따금 폭이 2피트(60cm)도 안 되는 곳도 있었다. 이름 모를 빛나는 계곡의 강바닥(진사강 金沙江), 희박한 공기, 외계로부터 오염되지 않고 독자적인 문화가 번영하고 있는 곳.

이상은 1933년 영국작가 제임스힐턴의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 소설 본문내용의 일부를 소개한 것이다.

유난히도 무덥고 비가 많았던 여름. 광복절 연휴를 이용하여 5박6일 휴가여행으로 중국 남서부 위난성(雲南省) 지역의 나시족의 성산(聖山), 위난성의 알프스라 하는 위룽쉐산(玉龍雪山, 5595m)등산과 차마고도(茶馬高度)의 백미이자 세계 3대 트레킹코스의 하나인 진사강(金沙江) 후타오샤(虎渡峽) 트레킹을 다녀왔다.

최근 세계 1의 인구13억 중국은 미국을 위협하는 경제대국 G2로 급성장 하였다. 중국은 세계에서 면적이 세 번째로 큰 나라(남북 5500km, 동서 5200km)이다. 약 240만년 전 히말라야 산맥과 티베트고원의 융기로 약 5만6000km의 빙하빙이 형성되었고 티벳트 남부, 쓰촨(四川), 위난(雲南)지방은 해양성 몬순 빙하다. 대륙의 남서쪽 히말라야산맥, 티베트고원, 쿤룬산맥 등이 시짱티벳자치구, 신장위구르자치구, 칭하이성(靑海), 쓰촨성(四川), 위난성(雲南)에 집중되어 있다.

중국 전국토의 2/3가 고원이나 산악지대며, 전체면적의 1/4정도가 해발 3000m이상 고지대다. 칭하이-티베트고원 지대는 평균고도가 4000m 이상이다.

중국은 제일 높은 쓰촨성의 궁가설산(7556m)을 비롯한 수많은 5∼6000m급 전인미답의 처녀봉을 보유하고 있다. 위난성 리지앙시(麗江 해발 2600m)서북쪽 끝의 위룽쉐산(玉龍雪山 5595m)과 샹그리라쪽의 하파설산(5395m)과 메이리설산(6700m 윈난성 최고봉) 사이에 형성된 협곡을 따라 진사강(金沙江)이 흐른다.

16km 구간의 대협곡 구간을 호도협이라 하며 세계 3大 트레킹코스(페루의 마추피추, 뉴질랜드의 밀포트)라 하여 세계 각지에서 고산원정등반, 트레킹탐방, 오지탐험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위룽쉐산(玉龍雪山)!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이 옥황상제에게 벌을 받아 500년간 갇혔었다는 산. 히말라야산맥 줄기의 동쪽 끝에 길이 34km, 폭 13km 평균경사 40도의 거대한 산. 산정(山頂)에는 1년 내내 녹지 않은 만년설이 쌓여있는 13개의 봉우리 하나하나가 마치 옥으로 빚은 듯 玉龍이 누워있는 모습이다. 최고봉은 산쯔더우(扇子徒, 5595m). 정상부근은 항상 구름이나 짙은 안개 또는 비 때문에 가까이서는 구경하기 힘들다. 기후변화가 무쌍하고 초목이 무성하고 각종 고산한대식물과 꽃이 자라고, 희귀한 식물이 많아 빙하박물관, 식물박물관이라 불리고 있다.

정상(頂上)은 부식이 잘 되어 사람이 올라갈 수 없는 지질구조를 갖고 있어 처녀산으로 남아있다.

첫째 날 인천공항 출발 야간비행. 둘째 날, 셋째 날 차마고도 8시간 트레킹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넷째 날 호텔 조식 후 버스를 타고 30km를 30분 이동하여 주차장이 있는 설천청지(雪泉淸池)에서 하차. 출발지인 나시족(納西)마을 위주칭티엔(玉柱敬天, 해발 2700m)에 도착하니 입구에서 나시족들이 환영인사를 한다. 우리 일행 수만큼 말과 마부가 대기하고 있다가 순서대로 태우고 오전 8시에 전죽림을 향해 출발.


세계 3대 트레킹코스로 유명…길이 34km 평균 경사 40도의 위엄
차마고도 지나 구비구비 고갯길 올라 하늘 속 선자두봉으로 발걸음
위난성에 자리잡고 있는 또다른 알프스·베니스 풍경에 흠뻑 취해


고급전원주택처럼 깨끗한 기와집들, 담, 벽 모두 돌로 쌓아 지었고, 바둑판같은 골목길은 100% 포장되어 있는 나시족마을 옥주경천을 지나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야생화공원이다. 도랑으로 실개천이 흐르는 곳곳에 패인 자갈밭 길을 3∼40분 지나면서부터 비탈길로 접어들어 꼬불꼬불 구절양장같이 `U' 자로 휘어진 진흙과 자갈밭 길을 오르다 보니 점점 경사가 심해진다. 추적추적 비는 내리고 말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가다 서다를 계속하며 틈만 나면 노변의 잡초를 뜯어 먹기를 반복하여 말 탄 손님이나 마부의 속을 태운다. 얼마나 힘이 들면 여기저기서 숫말은 앞으로 암말은 뒤쪽으로 오줌을 싸거나, 소화가 채 되지 않은 시퍼런 똥을 무더기로 싸면서 낑낑대고 올라갈까? 말은 물론 말 탄 사람도 전생의 무슨 죄와 악연으로 이렇게 곤욕을 치러야 하나 좌불안석 마음고생이 크다.

말이 꿈틀거릴 때마다 회음부 치골에 통증이 온다. 땅위에서 또는 나무위에서 악명 높은 말거머리가 말 엉덩이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다는 마황패(馬蝗 3500m)를 지나 고갯길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드디어 옥룡설산 베이스캠프인 전죽림에 오전 11시에 도착. 화살로 쓰일 만큼 곧은 대나무가 많다고 하여 붙여진 전죽림(箭竹林 3670m).

지금은 대나무는 보이지 않고 야생화로 가득 채우고 있다. 날씨가 좋으면 하늘을 수놓은 까마귀떼, 야크들이 풀을 뜯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데 안개가 깔리고 비가 내리니 볼 수 없어 아쉽다.

말에서 내려 진창길을 조심조심 걸어서 마구간 또는 헛간 같은 곳에 들어서니 나시족 가이드가 준비된 김밥이 들어있는 작은 플라스틱 통 1개, 오이·당근·사과, 1회용 커피스틱이 들어있는 봉지 1개 그리고 컵라면(辛)에 뜨거운 물을 부어 건네준다.

적당한 휴식과 점심을 마치고, 과일은 남겨 마부에게 선물하고 11시30분 본격적인 옥룡설산 트레킹을 시작하여 4100m 유사파, 4500m 충초명, 4900m 녹설해를 거쳐 5100m 표지의 망설봉, 대협곡(大峽谷)에 다다랐다. 정상을 향하는 길은 완만한 긴 능선, 때로는 가파른 하얀 바윗길 또는 흙먼지 날리는 모래 섞인 자잘한 자갈길을 미끄러져 가며 일진일퇴 진도가 빨리 안나간다. 입은 마르고, 호흡은 거칠어지고, 머리는 띵하지만 쉬지 않고 잘 올라갔다. 단지 중간에 잠깐 쉬어도 호흡회복이 잘 안 되는 것도 고산증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신없이 오르다 보니 눈앞에 커다란 비석처럼 양옆으로 갈라져 세워진 붉은 글씨로 망설봉(望雪峰), 대협곡(大峽谷) 5100m라고 쓰여진 암봉이 나타난다. 바로 앞에 5595m 선자두봉 정상이 보이지만 더 이상 올라 갈수 없다. 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급히 하산. 모래·자갈로 두텁게 깔린 경사면을 스키 타듯 미끄럼 타듯 빠른 속도로 하산하였다. 말 타는 하산 길 2시간은 소나기를 만나 더욱 힘들다.

말 타고 왕복 5시간, 걸어서 왕복 4시간 30분, 휴식 30분 모두 10시간 소요되었다. 나중에 말 타는 값이 1인당 왕복 5시간 동안 1500위안(한화 25만5000원)이라는 말을 듣고 또 한 번 놀랐다. 회사에서 그 돈을 받아 혹사당한 말이나 마부에게는 얼마나 돌아갈지…?

옥룡설산 만년설에서 흘러내린 물이 호수를 이룬 흑룡담(黑龍潭)공원이 려강(麗江 리지앙)시내에서 10km 떨어진 곳에 있다. 리지앙에는 164개 골목(전체가 대리석으로 포장됨)길과 354개의 맑은 수로가 있어 수초 가득 잉어들 물고기들이 많이 살고 있다. 위난성의 베니스 세계에서 가장 낭만적인 도시. 유럽의 스위스 같다는 찬사를 많이 들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석식 후 전신마사지를 받고 일찍 자고 다섯째 날은 여강고성, 재래시장, 흑룡담공원 등을 관광하고 비행기로 여강 출발 성도공항에 도착. 여섯째 날 새벽 1시30분에 성도공항 출발 오전 6시경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금년 말에 말레시아의 키나발루산(4100m)에 이어, 8월에 중국의 옥룡설산 망설봉(5100m) 등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음에 감사와 기쁨을 느끼며 6000m급 트레킹을 꿈꿔본다.
 

노순성<성북구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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