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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겠다는 열정을 가진 의사의 삶은 더욱 행복하다
배우겠다는 열정을 가진 의사의 삶은 더욱 행복하다
  • 의사신문
  • 승인 2011.09.0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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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실천 프로젝트 - `진료 잘 하는 의사 되기' <30>

One is never too old to learn!(배움에는 늦은 나이가 없다)

얼마 전 국내 굴지의 대기업 CEO들이 모인 조찬 모임에 초청되어 강의를 하였다. 강사로 초청되어 갔지만 오히려 필자가 그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과 노력에 감동받고 더 많은 것을 배워왔다는 생각이 든다. 평균 연령이 쉰 중반 이후의 중장년층들이었지만 열정과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필자의 강의를 들으며 끊임없이 질문하고 메모하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그들은 평소 너무 바쁘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오전 일찍 모여 조찬을 들며 명사에게 강의를 듣고 배움에 대한 욕구를 채워나간다고 했다. 사실 그들이 CEO자리에 올랐다는 것은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여러 가지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현재 모습에 결코 안주하지 않고 부지런히 배우고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오늘날의 지식과 정보사회는 지식정보가 삶의 방식과 원리를 지배하는 사회다. 곧 지식 정보사회에서는 지식정보가 최우선의 가치로 대접을 받는다. 지식이 경쟁력이며 힘이 앎이요, 앎이 곧 힘이다.

실제 필자의 가족과 친분이 있는 74세 변호사는 늘 아이패드를 갖고 다니며 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정보들에 접근하며 적극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 분은 “나는 삶이 곧 배움이고 배움이 곧 삶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은퇴 후 쓸쓸한 모습으로 동네 공원에 앉아있는 동년배 분들과 대조적으로 보인다.

언젠가 신문에서 `여든에 박사… 배움에 나이 없다'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전직 교사였던 80세 김기일씨는 1986년 환갑의 나이에 생물학 석사학위를 받고 1991년 교직 은퇴 후 박사과정에 뛰어들어 4년의 박사과정을 단 한 번도 결석하지 않고 식품영양학 박사를 취득했다. 앞으로 남은여생은 다른 이들의 건강을 위해 관련 강의를 하며 즐겁게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71세의 나이에 문학가를 꿈꾸는 박할아버지 또한 “공부에 나이가 중요한가요?”라며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배움에 대한 열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당당히 이야기한다. 칠순의 나이에 손자뻘 되는 학생들과 어울려 책장을 넘기며 자신의 꿈에 도전했던 박씨는 2008년 적지 않은 68세의 나이에 배움에 대한 도전을 시작했다. 1963년에 농림부 공무원으로 들어간 이후 젊었을 때 못 다한 공부를 위해 45년만의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그가 문학가, 시인을 꿈꾸기 시작한 것은 1995년 독립운동을 했던 부친이 국립묘지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되면서 묘비를 쓴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 후 항상 시(時)의 배움에 대한 그리움 가슴 속 깊이 남아 있었고 결국 2010년 국문과 졸업 후 대학원 철학과를 진학해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잠언집 〈배움〉의 머리말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그에게 배움은 시작만 있을 뿐 끝이 없다”라고. 그렇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호흡하며 살아가는 그 날까지 모든 것은 배움의 연속일 것이다. 어느 것 하나 항상성(恒常性)을 가진 것이 없고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하기에 그러한 변화를 배우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삐삐로 소통하던 종합병원 의사들이 이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환자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필자가 교육을 담당하는 한 종합병원은 모든 의사 선생님들이 PDA를 들고 회의에 참석한다. 요즘 많은 병원에선 엑스선 촬영 때 필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의사가 내주는 검사지나 진료기록지도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의무 기록과 검사 기록은 전자정보로 입력·저장되고 실시간으로 의료진에 공유된다.

의무 기록이 디지털화 하면서 대형 보관소나 관리 직원들이 줄어들어 병원 운영의 효율성도 크게 높아졌다. 종이와 필름의 디지털 전환이 1단계 병원 정보화였다면, 이제 세상은 유선 컴퓨터 환경이 무선으로 바뀌는 2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병원 내 어디서나 의료정보에 접속해 신속하고 편리한 진료를 가능하게 만드는 환경이 갖춰지고 있는 것이다. 곧 세상의 변화에 편승하여 다양한 미디어를 백 퍼센트 활용하는 것 역시 정보화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인 것이다.


중년 이후 진료 노하우와 경제적 안정으로 삶에 안주할 수 있어
현재에 안주하고 배움에 대한 열정 잃어버리는 순간 활력도 잃어
환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주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배움 도전하길



얼마 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지 발표회장에서 인상 깊은 프레젠테이션을 보여주었던 나승연 대변인은 한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유치 활동을 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조양호 유치위원장,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이건희 IOC 위원, 김진선 유치 특임대사 등 평소 만나보기 어려운 인사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는데 이들에게 똑같이 공통점이 있었다고. 그것은 자신이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바로 물어보고, 또 조언을 받아들일 줄 안다는 것. 그러면서 나 대변인은 “모두 아쉬울 것 없고 성공한 사람들인데 모르고 모자라는 부분은 거리낌 없이 조언을 달라고 하고 따라줬다”며 이들에게서 받은 인상을 전했다. 그녀는 또 “이 분들은 너무 부지런하다. 잠이 없다”면서 “하지만 여유가 있다. 일 할 때는 아주 열심히 하고 여유 시간도 잘 즐긴다”고 덧붙였다.

이런 특징은 나 대변인이 만난 IOC 위원들도 마찬가지였다고 전했다. 나 대변인은 “IOC 위원들은 2∼3개의 직업을 갖고 온 세계를 돌면서 정말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라며 “구닐라 린드베리(스웨덴) IOC 조사평가위원장이 나를 볼 때마다 이야기한 것도 `Work hard!(열심히 해라)'였다. 그 말을 새겼다. 그분들이 본보기 된 것 같다”고 밝혔다.

2011년 올 해 필자는 사법연수원 사법연수생 커뮤니케이션 교육 강사로 위촉되어 “법조인과 의뢰인과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담당했다. 특히 갑군, 을군, 병군 각 군마다 200명이 넘는 연수생들에게 교육을 하며 한 가지 느꼈던 것은 사법연수생들의 나이가 과거에 비해 굉장히 낮아졌다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고시공부에 매달렸던 과거에 비해 이제는 대학 재학 중 혹은 대학을 갓 졸업하고 고시에 패스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삼십대 중반을 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그러던 중 마지막 군을 강의할 때 맨 앞에 앉아 가장 열심히 듣는 중년의 남성분을 발견했다.

다른 연수생들의 아버지뻘 정도 되어 보이는 분이셨는데 온화한 인상과 강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워낙 인상 깊어 교육을 모두 마치고 개인적으로 잠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알고 보니 그 분은 어린 시절부터 법조인을 꿈꿨지만 가정 형편상 고시공부를 지속하지 못하고 은행에 취직을 하여 오랜 시간 바쁘게 살다가 쉰이 넘어서야 잃어버린 꿈을 찾아 다시 고시 공부를 시작하였고 마침내 합격했다고 한다. 눈빛과 표정에서 열정과 행복함이 묻어나왔다.

사실 필자의 지인 중에는 꽤 많은 분들이 높은 나이에도 불구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계신다. 치과의사면서 성악 수업을 받는 분도 계시고 의대 교수면서 문학 수업을 받고 아마추어 시인으로 왕성히 활동하는 분도 계시고 기업 CEO이면서 연극 수업을 받는 분도 계시다. 뒤늦게 자신이 못 다한 꿈을 위해 열정을 갖고 배우는 것이다. 물론 그 분들의 공통점은 세월이 무색할 만큼 점점 더 젊어진다는 것이다.

췌장암 선고를 받고 죽음 앞에서 마지막 강의를 했던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의 랜디 포시교수는 그의 마지막 강의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당신이 어린 시절 꿈은 무엇입니까?”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잃어버렸던 어린 시절의 소중한 꿈을 되찾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재의 삶에 안주하고 배움에 대한 열정을 잃어버리는 순간 사람은 권태기가 찾아오고 빨리 늙는다. 특히 의사라는 직업은 비교적 안정된 전문직종이다 보니 젊은 시절에는 밤낮없이 일하고 배움에 최선을 다하지만 중년 이후 진료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고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면 현재의 삶에 안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의사 역시 배움에는 끝이 없다. 다양한 환자들에게 더욱 만족스러운 진료를 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부터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을 사용하는 것, 웃음치료라든가 보완요법 등에 관심을 갖고 배우는 것, 당장 본인이 소속되어 있는 의료 학회 보수교육이나 연수 교육 등에 열심히 참석하는 것 등도 모두 배움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결국 의사가 환자를 공감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기에 이러한 배움이 더욱 중요한 것은 아닐까. 우리가 종교를 열심히 믿는 데는 기본 지식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 왜 감사해야 하는지 왜 순종해야 하는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환자를 이해하는데도 그렇다.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으면 환자가 까다롭게 굴어도 클레임을 걸어도 이해하는 마음이 점점 커지게 된다. 물론 중장년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보내는 방법 역시도 무엇인가를 찾아 끊임없이 배우는 것이다. 배우겠다는 열정을 가진 의사의 삶은 열정이 있고 행복하다.

이번 한 주는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한 수 배운다는 자세로 진료를 보면 어떨까.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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