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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의 산 역사 - 전종휘
전염병의 산 역사 - 전종휘
  • 의사신문
  • 승인 2011.09.0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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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연구 기틀 마련 및 현대의학사·의학용어 정립

전종휘(全鍾暉)
전종휘(全鍾暉)는 1913년 함경북도 성진군(현재 김책시)에서 1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성진 독립만세사건에 앞장 선 아버지의 행방불명으로 어머니 밑에서 어려운 초년기를 보냈다. 큰누이의 도움으로 서울에 와서 보성(普成)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경성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하여, 1935년 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였다.

경성의학전문학교 졸업 후 선생은 백인제교수의 추천으로 경성부립 순화병원(順化病院)에 근무하였는데, 전염병 격리병사인 이 병원에서 세균학자인 시이바(椎葉)원장의 지도로 우리나라의 각종 전염병에 대한 많은 지식을 갖게 되었고, 또 실험실에서 세균학적 연구를 하였다. 그 과정에서 선생 자신도 발진티프스로 2개월 입원하였고 시이바 원장은 후에 이 병으로 사망하였다. 2년간 순화병원에 근무 후에 경성제대 의학부 내과에서 4년의 수련을 마치고, 학위를 위하여 병리학교실에서 4년간 연구를 하고 1945년 동 대학에서 의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43년 선생은 고향에 내려가서 개원을 하다가 광복을 맞아 서울대학교가 발족하면서 의과대학 내과학교실의 부교수로, 처음 개설된 전염병 내과를 맡아 진료와 연구를 시작하였다. 광복 후 창궐했던 장티푸스, 이질, 뇌염, 뇌척수막염 등 각종 전염병의 퇴치를 위하여 선생은 보사부의 방역보건위원, 육해공 3군의 방역자문교수, 서울시와 부산시의 방역위원, 육군 출혈열 연구반 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급성 전염병관리와 연구를 위해 불철주야 진력하였다.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하여 1950년 선생은 `한국급성전염병개관'이라는 귀중한 저서를 출간하였다.

1964년 선생은 서울의대를 사직하고 가톨릭의과대학에 가서 그곳 내과를 중흥시켰으며 1978년 정년퇴임까지 교육과 진료에 최선을 다하여 후학들을 감동시켰다. 1979년 백인제 교수와 인연이 깊은 인제의과대학의 초대학장으로 취임하여 5년간 수고하였고 이후 2년간 대학원장을 지내고 학교에서 물러났다. 1987년에는 정희영교수와 공저로 `감염질환'을 출간하였다. 퇴임 후에는 우리나라 의학을 조감하고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1987년에는 `우리나라 현대의학의 첫 세기', 1992년에는 `현대의학의 발전. 그 연대와 인물들', 그리고 1994년에는 `한국현대의학의료문화연표 (1975-1994)'를 각각 출간하였다.

그뿐 아니라 대한의학협회의 의학용어위원장으로 광복 후 우리말 의학용어가 혼돈상태에 있을 때 일본식 한자용어에서 벗어나 국적있는 의학용어를 정착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 선생은 대한의학협회가 발간한 의학용어집 제1집과 제2집의 편집에 관여하였다. 이것은 아직까지 이어져 의협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2008년에 제5판이 발간될 예정이다.

전종휘는 20세기 우리나라 서양의학의 여명기로부터 의학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21세기를 맞은 오늘날까지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에서 출발, 서울대학교의과대학 18년, 가톨릭의과대학 14년, 인제의과대학 14년 등 지난 48년간 교수직, 67년간의 의사생활을 하면서 우리나라 전염병관련 10여권의 저서와 수백편의 논문을 통해 이 나라 전염병연구의 기틀을 다진 우리나라 의학 역사의 산 증인이다.

집필 : 지제근(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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