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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상호간 신뢰 인정…병원간 주의의무는 달라 
의사상호간 신뢰 인정…병원간 주의의무는 달라 
  • 의사신문
  • 승인 2011.09.0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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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의 제 문제 〈9〉 - 응급환자에 대한 전원 시 주의 의무

■사실관계

갑은 복부 외상을 입고 의료법인 A병원에 입원하였는데, 갑은 초기에 혈색소 수치가 정상이었고 활력징후는 수액공급으로 정상화되었으며 특별한 출혈소견을 보이지 않았으나 내원 시 복부출혈과 소장 돌출을 보이고 있었다.

A병원의 일반외과 과장은 응급수술 준비를 지시하였다. 그런데 담당 의사 C는 갑이 초기의 혈색소 수치가 정상이고, 활력징후는 수액공급으로 정상화되었으며 특별한 출혈소견을 보이지 않자 즉각적인 응급개복술을 받아야 할 환자가 아닌 것으로 판단하여 즉각적인 응급개복술의 실시가 불가능한 B병원으로 전원을 시켰다.

전원 과정에서 A병원의 의사 C는 B병원의 일반외과 과장D가 “B병원은 즉각적인 응급개복술을 실시할 능력이 없다”며 갑의 상태를 묻자, “활력증후 상태는 130/100 정도로 안정되었다. 혈액 검사상 혈색소 수치 13.5가 나온다. 의식은 명료한 상태이고, 외관상 특별한 출혈소견은 보이지 않고 특별히 의심되는 소견이 없다. 수술이 급한 것 같지는 않다.”는 등의 대답만을 하고 응급실에서의 초기상황과 시행된 처치에 대한 반응 등에 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공하지 아니하였다.

결국 갑은 B병원에서 사망하게 되었고, 이에 유족들이 A병원과 B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고등법원의 판단
△A병원의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의 인정
고등법원은 A병원에서 B병원으로 전원 할 때 갑의 활력징후가 비교적 좋아 즉각적인 응급개복술 실시가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 하였다면 갑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의사 C가 갑의 상태를 잘못 판단하여 즉각적인 응급개복술이 불가능한 B병원으로 전원 시키고, 더욱이 전원과정에서 B병원의 외과 과장 D에게 A병원 응급실에서의 초기상황과 시행된 처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아니한 사실을 이유로 A병원의 전원상의 과실과 갑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였다.

△사망 결과에 대한 피해자 과실의 상계
그러나 갑이 A병원 내원 시 이미 복부에 자상을 입은 후 약 30분이 경과하여 상당 정도의 출혈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의사 C 등은 A병원의 중환자실에 빈 병상이 없어 갑을 다른 병원으로 전원 시켜야 했는데, 주위의 응급의료지정기관에도 중환자실에 빈 병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어 B병원이 아닌 원거리의 응급개복술을 실시할 수 있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 시켰다 하더라도 전원이 상당 시간 지연되었으리라는 점, 12시간 이내에 수술이 이루어진 복부둔상 환자에 대한 조사에 의하면 쇼크 후 1시간 이내에 응급개복술이 실시되어도 사망률이 17.1%에 이르고, 1시간이 경과되어 수술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41.8%에 이르는 점 등을 인정하여 A병원의 책임 비율을 40%로 제한한다고 판단하였다.

△B병원의 책임 일부 인정
또한 고등법원은 B병원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응급의료지정기관이 아니고 인력과 시설도 부족하여 즉각적인 응급개복술을 실시할 능력이 없었던 B병원의 일반외과 과장 D는 A병원의 의사 C로부터 복부자상 환자에 대한 전원요청을 받고서 B병원은 응급개복술을 실시할 능력이 없어 수술이 급하거나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수술이 곤란하다며 환자의 상태를 물었고, 의사 C는 환자의 생체징후나 혈색소 수치상 이상이 없고, 특별한 출혈소견은 보이지 않는다고 대답을 하였는데, 이에 추가적인 질문 없이 출혈이 심하지 않고 상태가 안정된 환자라면 B병원으로 전원을 하여도 좋다고 전원을 허락하였다.

2) 의사 D는 의사 C보다 임상적 경험이나 의학적 지식이 더 많은 의사이다.

3) 더욱이 복부자상 환자의 경우 수액투여로 혈압이 정상으로 유지될 수 있고, 출혈 초기에는 혈색소가 대부분 11g/㎗ 이상으로 정상으로 관찰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의사 C에게 복부자상 환자가 피고 A병원에 내원하였을 당시의 환자의 상황이나 시행한 조치, 그리고 혈압 등 환자의 생체징후가 수액투여로 정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특별한 출혈소견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 등에 대하여 구체적이고도 추가적인 질문을 하여 복부자상 환자인 망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음으로써 즉각적인 응급개복술이 필요한 환자인지 여부를 확인하여 즉각적인 응급개복술을 실시할 수 있는 B병원 이외의 다른 병원으로 전원 하도록 할 의무가 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 D는 의사 C로부터 갑이 안정적이라는 이야기만을 듣고 더 이상의 정확한 상태에 대하여 확인하지 아니한 채 B병원으로 전원 하도록 한 잘못이 있고, 이와 같은 잘못으로 갑에 대한 즉각적인 응급개복술의 실시가 지연되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B병원은 의사 D의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일부 부담하여야 한다.

응급수술 불필요 판단 수술 능력 없는 타병원으로 전원 후 사망
고법, 최초 병원의 과실 인정 및 전원 받은 병원에도 일부 부담
대법, “전원 받을때 구체적 상태 파악할 주의의무까지 필요없어”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A병원의 책임과 그 책임에 대한 제한에 대한 고등법원의 판단을 수긍하였으나, B병원의 책임에 대하여 고등법원과 결론을 달리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B병원의 일반외과 과장 D는 집에서 03:15경 의사 C로부터 복부자상 환자에 대한 전원요청을 받고 B병원은 응급개복술을 실시할 능력이 없어 수술이 급하거나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수술이 곤란하다면서 환자의 상태와 출혈 여부를 물었다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질문의 경위에 비추어 보면, 의사 D가 물은 환자의 상태와 출혈 여부는 결국 갑이 즉시 응급개복술이 필요한 환자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를 제공하여 달라는 취지로 보인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 C는 갑의 내원 당시의 혈압이나 갑에게 하트만 수액을 투여한 사실 등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아니한 채 “활력증후 상태는 130/100 정도로 안정되었다. 혈액 검사상 혈색소 수치 13.5가 나온다. 의식은 명료한 상태이고, 외관상 특별한 출혈소견은 보이지 않고 특별히 의심되는 소견이 없다. 수술이 급한 것 같지는 않다.”고 대답을 함으로써 의사 D로서는 즉시 응급개복술이 필요하지 않은 환자라고 판단하여 전원을 허락하게 된 것이다.

3) 의사 D로서는 같은 의사인 의사 C의 위와 같은 답변을 듣고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 후 전원을 허용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면 되는 것이지, 이에 더 나아가 의사 C에게 환자의 내원 당시의 상태나 시행한 조치, 혈압 등 환자의 생체징후가 수액투여로 정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특별히 출혈소견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 등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추가적인 질문을 하여 환자의 상태를 더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한 후에야 전원을 허용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4) 그러므로 이와 달리, B병원의 의사 D에게 전원을 허락한 과실이 있다고 한 고등법원의 판단에는 전원을 받는 의사의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정리 - 의사의 응급환자 전원에 대한 주의의무
응급환자의 전원 시에는 전원을 시키는 병원과 전원을 승낙하는 병원이 존재하게 되는데, 이 두 병원의 주의의무는 동일하지 않다.

응급환자를 받게 되는 병원은 환자의 기본적인 상황을 물으면 되는 것이지 `그렇게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 등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추가적인 질문을 하여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 후에야 전원을 허용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판단의 기초에는 의사 상호간의 수평적 신뢰관계가 존재한다는 `신뢰 보호의 원칙'의 취지도 깔려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5다16713 판결

이승우<법무법인 한중 변호사(여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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