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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 활력·환자에게 웃음주는 `펀 경영'의 힘
조직에 활력·환자에게 웃음주는 `펀 경영'의 힘
  • 의사신문
  • 승인 2011.09.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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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실천 프로젝트 - `진료 잘 하는 의사 되기' 〈29〉

며칠 전 필자가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의 한 병원에 의사 선생님들 교육을 갔다가 병원장님을 뵙고는 배꼽을 잡았다. 머리숱이 전혀 없으신 60대 후반의 원장님이 머리숱이 풍성한 40대 아저씨로 변해 계셨기 때문이다.

원장님께서 며칠 전부터 가발을 착용하기 시작하신 것이다. 그 이유는 환자들에게 좀 더 젊게 보이고 이미 원장님을 아는 환자들에게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간호 부장의 이야기로는 원장님이 가발을 쓰고 회진을 본 첫 날, 병실마다 웃음소리가 가득했다고 한다.

몇 몇 할머니 환자는 처음에 원장님을 못 알아 봤다고 하니 환자들에게는 분명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물론 할머니 환자들 역시 원장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한참동안 배꼽을 잡았다고 하니 이 병원 환자들이 원장님의 가발 착용으로 웃음 치료가 된 것은 확실하다.

이미 잘 아시겠지만 의식적으로라도 웃으면 우리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원장님 덕분에 자연스럽게 그것도 한참을 웃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요즘은 사회 전반적으로 유머가 대세다.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이 웃음을 통해 서로의 벽을 허물고 좀 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무 심각하고 딱딱한 것보다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것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마케팅의 한 종류인 펀 마케팅(Fun Marketing)은 재미있는 이벤트와 유머로 고객을 모으고, 그로 인해 매출을 향상시키는 마케팅 기법이다. 펀 마케팅의 강세는 감성마케팅의 중요성이 부각됨과 함께 키덜트(Kidult, Kid+Adult)의 영향도 크게 받고 있다. 기존의 사회통념을 깨는 파격적인 디자인과 색상의 제품들도 고객들에게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펀놀로지(Funology, Fun+technology)는 효율성보다 고객에게 재미를 주는 상품이 소비를 발생 시킨다는 개념에서 나온 말이다. 넘쳐나는 소비재 속에서 향후 소비 선택의 중요한 방향은 재미를 유발하는 제품 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소비의 의사결정에 있어서 필요나 기능성 등 이성적인 기준으로 설명할 수 있는 선택이 늘고 있으며, `즐거움과 재미의 제공'이 중요한 소비결정요인이 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병원에서 진료를 보는 의사 역시 논리적으로 설명해주는 능력과 유머러스함이 겸비된다면 금상첨화다. 예민해져 있는 환자들에게 유머러스한 의사는 긴장감을 낮추어주고 편안함을 선사한다. 앞서 소개한 가발 착용 원장님 역시 진료가 논리로만 접근하는 것보다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고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진료실에 환자가 들어왔을 때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식으로 안부를 물으며 환자의 동향을 기억해주는 것도 고마운 일이고 환자와의 라포 형성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의사가 환자를 맞이하며 안부 인사를 겸해 “아이고, 이게 누구세요? 너무 젊어지셔서 아드님이 들어오는 줄 알았어요. 잘 지내셨어요?”식으로 가벼운 농담을 건넨다면 환자는 긴장된 마음을 추스르며 한 결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물론 딱딱했던 얼굴 표정은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좋지 않은 검사 결과나 기타 나쁜 소식들을 전하는 순간에 환자나 보호자의 긴장을 풀어주겠다고 농담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므로 평소 진료 시에는 적절히 유머를 사용하면서 나쁜 소식을 전할 때나 중요한 설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진중한 의사의 모습을 지키면서 논리적으로 설명해주어야 한다. 특히 의사의 유머가 빛을 발하는 순간은 환자가 시술이나 수술 등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을 때이다.

콩닥콩닥 심장이 뛸 만큼 떨리고 긴장되는 순간 의사의 가벼운 농담은 환자의 긴장을 눈 녹듯이 녹여줄 수 있다. 필자 역시 과거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데 수술실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전신마취를 시행하기 전까지 너무나 떨리고 긴장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사시나무 떨리듯 떨고 있는 필자에게 마취과 선생님이 재미있는 농담을 던져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졌고 웃다가 마취가 되어 편안한 마음으로 수술을 받았다. 곧 신체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힘든 환자일지라도 의사가 시기적절하게 유머를 잘 사용하면 긍정적인 기운을 넣어주고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유머, 환자의 긴장감 낮추고 편안함 주는 감성마케팅 제 1요소
미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성공은 차별화된 `펀 마케팅'에서 시작
웃음의 일터는 직원 주인의식 고취·환자 신뢰 동반상승 기억을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패티 아담스'라는 영화는 사람을 사랑하는 진짜 의사의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다. 실존 인물인 진정한 용기와 꿈을 실현하는 의사 패치는 현재 미국 일리노이주에 있는 무료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희어진 머리를 길러서 묶고 머리 반쪽은 파랗게 염색하고 약간은 광대 같은 모습으로 진료를 보지만 환자들을 철저히 존중하며 그들에게 엄청난 웃음으로 치유를 시작한다. 환자의 병명으로 부르기보다 먼저 환자의 이름을 불러주고, 소아환자들이 두려워하는 치료물품을 유머러스하고 친근하게 만들어주고, 치료를 거부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환자를 변하게 한다.

환자를 환자로 보지 않고 한 인간으로 대하고 그들의 삶과 꿈에 대해 물으며 그들을 이해하고 아픈 상처를 치유해 준다. 패치는 환자를 더욱 잘 치료해주기 위해 유머를 사용한 것이다.

아울러 경영학이나 마케팅에서 `펀 경영'을 이야기할 때는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미국 내 많은 사람들이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를 '싸고 안전하고 지정좌석이 없으며, 항상 정시에 이륙하고 짐을 잃어버릴 염려가 없는 항공사, 유머가 풍부한 승무원들이 제공하는 파격적인 쇼를 즐기며 실컷 웃을 수 있는 항공사'라고 기억한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1973년 이후로 지금까지 매년 이익을 창출하는 유일한 기업으로 국제노선 없이 미국 내 59개 대도시만 운항하는 미국 내 4∼5위권의 항공사다. 설립 이래 32년간 흑자를 내고 있는 기업이며 창업 이래 노사분규 역시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fortune)'이 선정한 2003년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2위로 선정된바 있고 일하기 좋은 기업(GWP Great Work Place)에 연속으로 선정될 정도로 미국 항공사의 대표적인 성공신화로 꼽힌다. 이렇게 사우스웨스트항공이 미 유나이티드 항공처럼 큰 대기업이 아닌 데도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차별화된 펀 마케팅 때문이다.

실제 사우스웨스트 항공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Time flies when you're having fun!(웃다 보면 어느새 도착합니다!)라는 글귀가 나온다. 사우스 웨스트를 창립하고 2001년까지 최고 경영자의 자리에 있었던 허브 캘러허(Herb Kelleher)는 `펀(fun) 경영'으로 기업을 이끌었다. 그래서 사우스 웨스트 항공을 이용했던 승객들은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무뚝뚝한 미국 항공사들의 승무원들과 비교해 본다면, 사우스웨스트 직원들의 유머러스한 모습은 더욱 빛을 발했을 것이다.

“담배를 피우실 분들은 날개 위에서 마음껏 피우시기 바랍니다. 흡연하면서 감상하실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입니다.”처럼 위트 있는 안내방송으로 유명하고, 승무원이 짐칸에 숨어 있다가 나와 고객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기내에서는 금연입니다.” “기내에서는 핸드폰 전원을 반드시 꺼주시기 바랍니다.”식으로 주의나 금지사항을 늘어놓는 기내 방송에서 이러한 유머 멘트는 승객들에게 웃음과 함께 메시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각인시키게 되는 것이다. 결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펀 마케팅은 원가절감으로 인한 공백을 매우고, 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창출하였으며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여 다시 찾고 싶은 기업으로 만들어 주었다. 이들은 단순한 항공서비스가 아닌 재미있는 여행을 판 것이다. 나아가 그를 가능하게 한 것은 `사람중심'의 경영철학과, 재미있고 즐겁게 일하는 펀 경영을 통한 직원들의 주인의식의 성장이었다.

펀 마케팅은 펀 경영(management by fun)에서부터 비롯된다. 외부인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당장 우리 조직의 조직원부터 행복해져야 한다는 것. 직장 내 활기와 즐거움이 넘치게 함으로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펀 경영이다. 경직된 구조를 허물고 마음의 벽이 막힌 직원들 간의 소통을 꾀하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다. 그에 따라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향상되고, 구성원간의 소통이 원활해지고, 창의력이 향상되고, 자신감 역시 증진되어, 전반적으로 직원들의 작업에 추진력과 성취도를 향상시킬 수 있게 된다. 웃음은 예산, 도구, 장소 등의 물리적 조건과 관계없이 파급효과가 가장 큰 마케팅 기법이다. 앞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병원 문화 역시 `웃음'과 멀지 않다. 웃음을 통하여 병원 조직의 창의성과 생산성을 제고하고,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함으로써 경직된 병원의 밝은 미래를 기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한 주는 우리 병원 환자들에게 기분 좋은 농담을 건네며 조금 더 인간적이고 유머러스한 의사가 되어보면 어떨까.

이혜범(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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