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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 피아노협주곡 제1번 Eb장조 작품번호 124
리스트 피아노협주곡 제1번 Eb장조 작품번호 124
  • 의사신문
  • 승인 2011.09.0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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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를 압도하는 피아노의 카리스마

당시 피아노라는 악기가 급속히 개량되고 있었는데 19세기 최고의 기교파 피아니스트이자 당대의 가장 급진적인 작곡가였던 리스트는 피아노협주곡 제1번에서 그 기능의 한계점을 시험이라도 하듯 피아노의 기능을 최고도로 발휘하고자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곡에서는 피아노가 오케스트라와 충분히 맞설 수 있을 뿐 아니라 때론 완전히 압도하기도 한다. 피아노는 마치 오케스트라와 같은 다채로운 효과를 내뿜고 있다. 고금의 피아노협주곡을 통틀어서 이처럼 피아노라는 악기를 찬연하게 빛나게 하는 작품은 드물다.

`피아노의 마법사', `피아노의 왕자', `건반위의 파가니니'로 불렸던 리스트가 피아노협주곡을 세 곡 밖에 쓰지 않았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그중 제1번과 제2번이 발표되고 제3번은 그가 죽은 후에 발견되었다. 이밖에도 습작으로 몇 곡을 작곡하였다고 전해지지만 현재는 두 곡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리스트는 75세라는 생애동안 너무도 많은 활동을 하였던 정력적이면서도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다수의 피아노곡과 오페라, 교향곡, 교향시, 그리고 적지 않은 가곡의 편곡과 베토벤 전곡을 피아노버전으로 편곡하였으며 수많은 당대 피아니스트와 작곡가들을 길러낸 19세기 최고의 교육자로 활동하였다. 또한 사제로서의 생활, 그리고 수많은 양의 편지들을 엮은 저서 등 참으로 초인적인 삶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양음악사에서 그는 작곡가로서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선구자 역할이었다. 게다가 그는 음악 뿐 아니라 미술, 문학 등에 걸쳐 당대 유럽의 문화계를 장악한 인물이었다.

두 피아노 협주곡도 거의 같은 시기에 완성되었지만 제1번은 실제 그의 나이 19세에 스케치를 하였고, 19년이 지난 1849년 바이마르 궁정악단의 시절에 완성되었다. 리스트가 카롤리네 비트겐슈타인 공작부인과 사랑에 빠진 뒤 그녀의 권고에 따라 화려한 피아니스트의 연주생활을 그만 둔 후 바이마르 궁정악단의 지휘자 겸 작곡가로 봉직하였는데 이 기간은 그가 점차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던 시기였다. 이 협주곡이 완성된 뒤 6년 동안은 공개적으로 한 번도 연주되지 않았으며 그 뒤 1851년, 1853년에 가필 수정된 후에야 발표된다. 리스트가 이 곡을 발표하면서 얼마나 신중을 기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협주곡은 리스트 특유의 화려한 낭만적 악상과 현란한 피아노 기교가 유감없이 발휘된 독창적이고 획기적인 피아노협주곡의 걸작으로서 이전의 고전적 협주곡 스타일의 형식을 완전히 깨뜨리는 특색을 몇 가지 지니고 있다. 첫째, 전체는 네 개의 악장으로 되어 있지만 각 부분은 쉼 없이 연주되므로 마치 교향시와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둘째, 베를리오즈가 〈환상 교향곡〉에서 사용한 것과 같은 고정악상처럼 서두에 나타나는 특징적인 동기가 곡 전체를 통해 주요한 부분에 등장하고 있어 곡을 통일감 있게 전개해 나간다. 셋째, 협주곡으로는 드물게 제3악장에 스케르초를 두고 있으며 또한 당시로서는 오케스트라에서 잘 사용 안 하는 트라이앵글을 이용하여 산뜻하면서도 특이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제1악장 Allegro maestoso 서두에 나타나는 특징적인 웅대하면서 장려한 기교의 주제가 전체를 통해 주요한 부분에 등장하게 되어 곡을 실로 잇듯이 전개해 나간다. △제2악장 Qua si adagio 서정적인 애수를 띤 매력적인 선율이 황홀감에 빠져들게 한다. △제3악장 Allegretto vivace - Allegro animato - Scherzo 특이하게 트라이앵글이 경쾌하게 나오면서 화려하게 멋진 그림을 그리고 있다. 비평가 핸릭스는 이 악장을 듣고 `트라이앵글 협주곡'이라 폄하하기도 하였다. △제4악장 Allegro marciale animato 현란한 피아노의 연주는 오케스트라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싱싱한 힘과 기교가 반짝이면서 곡 전반을 이끌어 간다. 

■들을만한 음반 :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피아노), 키릴 콘드라신(지휘), 런던 심포니[Philips, 1961]; 조르주 치프라(피아노),  죄르지 레헬(지휘), 부다페스트 심포니[Hungaroton, 1956]; 마르타 아르게리히(피아노),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런던 심포니[DG, 1968]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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