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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리스트 〈순례의 해〉
프란츠 리스트 〈순례의 해〉
  • 의사신문
  • 승인 2011.08.2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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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갈등…풍요로운 여행의 감흥 음악에 담아

1833년 파리의 하우스콘서트에서 만난 마리 다구 백작부인과 사랑의 도피로 얻은 여행의 감흥을 리스트는 〈순례의 해〉라는 이름을 붙여 완성한다. 이 작품은 전 4집 26곡으로 구성된 리스트 최대의 피아노곡집이다. 스위스 제네바의 레만 호숫가, 코모 호숫가의 아름답고 풍요로운 풍경의 감흥과 베네치아, 로마, 나폴리를 거쳐, 피렌체까지의 여행에서 얻은 다양한 영감들이 담겨 있다.

제1년은 바이런의 시를 인용하며 리스트 자신에 관해서 얘기하고 있다. “나는 자기 안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둘러싼 것의 일부가 된다.” 제2년 `이탈리아'는 마리 다구 부인과의 사랑과 갈등,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의 조각들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제3년은 러시아 비트겐슈타인 후작부인과 결혼설이후 1860년 완성된 작품으로 리스트는 종교적인 분위기 곡을 작곡하게 되는데 과시를 위한 기교성은 사라지고 명상적인 차분함이 주를 이룬다. 마지막 제5∼7곡에서 `순례'를 조용히 마감한다.

제1년 `스위스' △제1곡. 윌리엄 텔 성당 윌리엄 텔을 모시는 성당에서 받은 감명을 바탕으로 쓴 곡으로 열정적이면서 내면적인 깊이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제2곡. 발렌슈타트의 호수에서 백작부인을 위해 쓴 곡으로 조용한 호수의 잔물결을 왼손이 표현하고 아름답고 고요한 선율이 반복되어 나온다. △제3곡. 전원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소곡으로 전원의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한 곡이다 △제4곡. 샘가에서 싱그러운 자연의 노래는 흐르는 시냇물에서 시작한다. 빛에 반사된 물의 반짝임을 묘사했고 후에 라벨의 〈물의 희롱〉에 영향을 주게 된다. △제5곡. 소나기 산속에서 만난 폭풍우의 풍경을 묘사했으며 격렬한 표현들이 일품이다. 제5번이지만 작곡은 가장 마지막에 했다. △제6곡. 오버만의 골짜기 표제음악적인 요소에 자유스러운 형식과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서사시적인 느낌을 감정의 큰 변화에서 느끼게 한다. △제7곡. 목가 동이 트는 고요한 시골 풍경을 그리고 있으며 스위스 목동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제8곡. 향수 시골 풍경에서 가끔 느낄 수 있는 이유 없는 슬프고 정겨운 분위기를 그리고 있다. △제9곡. 제네바의 종 리스트의 딸 블랑딘이 이 도시에서 태어난 것을 기념하면서 딸에게 헌정한 야상곡.

제2년 `이탈리아' 마리 다구부인과 딸 블랑딘을 동반한 리스트는 1837년 여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잠시 머문 뒤 베를라지오에서 지내면서 딸 코지마가 태어난다. 이 곡은 리스트가 이곳에서 접한 르네상스 거장들의 예술작품들에서 받은 감명을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제1곡. 혼례 라파엘로의 명작 〈혼례〉에서 받은 인상을 음악으로 표현하였다. △제2곡. 명상에 잠긴 사람 미켈란젤로의 〈새벽〉, 〈황혼〉에서 영감을 얻어서 작곡하였다. △제3곡. 살바토레 로자의 칸초네타 이탈리아 화가이며 시인인 `로자'의 노래에 곡을 붙였다. △제4∼6곡.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단테와 쌍벽을 이루는 페트라르카의 서정시집에서 47, 104, 123번 시 3개를 뽑아 만든 곡이다. △제7곡. 단테를 읽고 소나타풍의 판타지로서 단테의 〈신곡〉을 읽고 썼다. 제2년 베네치아와 나폴리 △제1곡 곤돌라를 젓는 여인 칸초네타〈작은 곤돌라 위의 블론드 처녀〉에서 딴 선율을 인용하여 작곡. △제2곡. 칸초네 롯시니 오페라 〈오델로〉중 곤돌라를 저으며 노래하는 〈큰 고독의 한숨〉을 주제로 하여 작곡했다. △제3곡. 타란텔라 나폴리 춤곡으로 기교와 음악성이 잘 어우러져 있다.

제3년 `스위스' △제1곡. 안젤루스 리스트가 손녀딸을 위해 작곡한 아름다운 소곡. △제2∼3곡. 에스테장의 녹색 삼나무 별장의 `사이프러스'를 보며 작곡하였다. △제4곡. 에스테장의 분수 이 곡은 라벨의 〈물의 희롱〉과 드뷔시의 〈물의 반영〉에 영향을 준 곡이다. △제5곡. 애처롭도다 한스 폰 뷜로에게 헌정한 곡으로 고풍스런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제6곡. 장송행진곡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요제프의 동생으로 멕시코 왕이 된 막시밀리안1세의 서거를 회상하며 작곡하였다. △제7곡. 마음을 정결하게 리스트의 의식세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돌아보면서 막을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라자르 베르만(피아노)[DG, 1977]; 알도 치콜리니(EMI, 1979); 조지 볼레트[Decca, 1983]; 에노 얀도(피아노)[Naxos, 1991]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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