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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보건을 개척한 - 최영태
산업보건을 개척한 - 최영태
  • 의사신문
  • 승인 2011.08.1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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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폐증 환자 보호 앞장선 산업보건협회 초대회장

최영태(崔永泰)
뿌리 없는 나무는 태어나지도 자랄 수도 없다. 뿌리 깊은 나무가 줄기 키워 가지내리고 잎 돋아 꽃피우게 한다. 우리 주위에 끊임없이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 근거 없이 일어나지 않는다. 누군가에 의해 씨 뿌려지고 가꾸며 정성이 다 해질 때 수려한 모습을 들어나게 한다.

지금은 미국 뉴욕에 곤히 잠든 최영태(崔永泰). 그는 1992년에 83세를 일기로 작고하였다.

조국이 아닌 남의 나라이긴 하지만 바다건너 이 나라 산업보건의 발전된 모습을 대하면서 그는 어렵고 외로웠던 지난날을 회상하며 기쁨의 미소를 짓고 있으리라.

최영태는 1909년 전라북도 옥구군에서 부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1930년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같은 해 경성제국대학 의학부 미생물학교실 전공생(기초의학교실 조교)으로 재직하면서 일본 오사카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1940부터는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 미생물학교실 교수로 재직하였다.

1942년 세계2차대전이 한창이던 무렵 만주에 페스트가 창궐하였다. 조선 총독부에서는 이곳에 파견할 방역팀을 조직하였는데, 최영태는 부단장으로, 현재 영남의료재단 이사장 서정익 등 한국인 5명, 일본인 10명 모두 15명이 페스트 발생지역인 만주신경(新京)에 파견되었다.

당시의 방역은 쥐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페스트가 발생한 집 주위를 참석으로 가리고 불을 질러 집을 태웠다는 경험을 후학들에게 남겼다.

1948년에는 미국 미네소타주립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 석사학위(MPH)를 취득하였고, 1949년에는 보사부 방역국장으로 재임하면서 우리나라 전염병 예방에 역량을 발휘하였다. 이 무렵까지만 해도 최영태는 산업보건과 거리가 먼 분야에 종사하였으나, 1952년 대한석탄공사 보건관리실장으로 일하면서부터 산업보건 특히 광산근로자에서 발생하는 진폐증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대한석탄공사 산하 장성광업소, 함백광업, 그리고 영월광업소 근로자를 대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규폐증(진폐증의 일종)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1956년 `石炭' 2호에 발표하였다. 이는 진폐증에 관해서 뿐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보건 분야의 첫 논문으로 인정되고 있다.

1969년부터 1975년까지 노동청 산업보건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특히 진폐증 환자의 보호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진폐증의 국제분류법 활용, 진폐증의 장해등급 판정, 합병증 그리고 단일광산에서 일하지 않고 여러 광산에 종사한 근로자에서 발생한 진폐증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한계 등이 그의 재직 중에 이루어진 일이다. 진폐증과 그 합병증으로 입원대상으로 판정된 환자들을 노동청으로부터 위임받고 가톨릭의과대학 성모병원에 직업병 클리닉을 개설, 진폐증 환자의 임상적 관리를 처음으로 시작하였는데, 이는 1965년의 일이었으며 진폐증환자 치료의 시작이었다.

한편 1963년 보건사회부에서 주관한 보건관리자 직무교육에 참가한 사업장 보건관리자와 보건관리요원 그리고 강의를 담당한 강사진 등 38명이 같은 해 보건연수원에 모여 대한산업보건협회 창립총회를 가졌는데, 최영태가 초대 회장으로 선임되었다. 결코 화려하지 못했던 우리나라 산업보건의 첫 거름이었다.

그 후 1980년 회장 직을 사임할 때까지 17년간 회장을 연임한 것만 보아도 그가 산업보건에 얼마나 큰 관심과 열의를 가졌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대한예방의학회장, 아시아 산업보건학회 수석부회장과 회장을 역임하면서 1970년대 아시아 산업보건학회를 서울에 유치한바 있는데, 이는 당시 우리나라 사정으로 흔치 않은 일이었다. 지금도 여러 면에서 소외된 느낌을 씻지 못하면서도 우리나라 산업보건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초창기의 어려움과 잡초처럼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해온 지난날 그리고 최영태의 산업보건에 대한 열정을 되새기면서 근로자 건강관리에 온힘을 다하고 있다.

집필: 윤임중(가톨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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