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이야기 - 차의 제조 품질 <상>
벤츠 이야기 - 차의 제조 품질 <상>
  • 의사신문
  • 승인 2011.08.0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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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내구성 자랑…오버엔지니어닝으로 비싸져

예전에 차들이 아주 비쌌던 시절이 있었다. 차는 소모품이라기보다는 반영구적인 내구재에 속했다. 요즘도 차의 가격은 상당히 비싸서 소비자가 6개월 또는 그 이상의 소득을 차에 투자한다는 사실을 통계로 알고 있다. 자본주의의 신비한 메카니즘은 그 정도의 소득을 차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한 암시 정도가 아니라 명령을 하는 셈이다. 어떤 사람들은 1년치 정도의 소득을 차에 투자하는데 사실 개인적으로 보면 큰 부담을 하는 셈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체면같은 것이 분명히 있고 잡지나 매체들의 광고가 돈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세뇌를 하고 있다. 또한 여러 가지 스펙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옷을 너무 싼 옷으로 입는 것이 조금 걸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개인 사업자나 비즈니스맨은 차에도 어느 정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2000만원대의 소나타를 타는 선생님들은 6개월치 소득보다 적은 금액으로 차를 구입한다고 볼 수 있고 기업의 측면에서 본다면 평균보다 돈을 적게 쓰는 고객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 업체가 조금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집에 차가 1대 또는 그 이상이라서 결국 AS나 다른 경로를 통해 소비가 늘 것이라는 예측 정도다. 차는 기름이 아니라 돈으로 굴러간다고 생각될 만큼 모든 부품과 장치는 소모품이다. 폐차가 되는 날까지 차는 돈을 퍼먹는다. 차의 부품들은 반드시 고장이 조금씩 나게 되어 있다. 메이커들이 차량의 부품이나 유지 소모품이 늘어나는 것을 싫어할 리는 없지만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차의 호감도가 떨어진다. 유지비 중에 차를 고치는 비용은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이다. 그리고 고치는 기간만큼 시간의 손해가 막심하다. 비싼 차를 타는 사람의 시간은 돈보다 더 비쌀 수도 있다. 경제학과 논리는 고장이 조금 나는 저렴한 차와 고장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비싼 차 사이에서 마구 흔들린다.

메이커들의 고민 가운데 하나는 이 고장률을 낮추는 것이었다. 고장률을 떨어뜨리는 쉬운 방법은 탁월한 설계를 하거나 부품의 제조 품질을 높이는 것이다. 탁월한 설계는 바램이지만 제조품질을 높이는 것은 현실적인 도전에 해당한다.

한편으로는 좋은 재료와 우수한 부품업체를 필요로 한다(메이커는 1만여개가 넘는 부품의 품질을 관리해야 한다).

다른 경쟁사의 눈치를 보며 가격을 유지해야 하고 품질도 유지하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고장 나지 않고 오래 쓰려면 부품의 제조품질이 좋아야 하는데 결국 비싸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묘한 등식이 만들어지며 아마도 `좋은 부품 = 비싼 부품'이다.

실제로 획기적이고 탁월한 설계가 나오지 않는 한 사실이다. 차를 직접 고치기도 하고 부품을 직접 사보기도 했던 필자의 직접적인 경험이다.

지금보다 차가 더 비쌌고 경제가 조금은 덜 초현실적이던 1980년대와 1990년대 초 에는 차의 개념이 지금과는 달랐다. 차들의 고장률은 아직 상당히 높았고 차들은 비쌌기 때문에 차들을 오래 탈 것으로 예상했다. 차들의 엔진제어와 가공기술이 좋아지는 시점도 이 당시에 맞물려 있었다. 메이커들은 차들이 긴 거리를 달리고 중요한 고장이 없기를 바랐다. 프리미엄 차종들은 일부 스포츠 성향이 강한 기종을 제외하고는 특히 이런 경향이 강했다.

일반적으로 벤츠는 내구성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었고 큰 고장이나 작은 고장을 포함해서 고장이 나지 않기를 바랐다. 차체의 페인트나 시트를 포함해서 차를 타는 도중에는 손을 보지 않기를 바랐다. 벤츠는 이 시점까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면 좋겠다가 아니라 실제로 이렇게 만들려고 애를 썼으며 결국 차의 가격은 높아졌다. 아주 많이 높아진 것이다. 엔지니어들의 이상을 따르다보니 아주 비싼 회사가 아주 비싼 차들을 만들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벤츠의 차들이 W201, W124, W140이었다. W201은 190E 시리즈라고 불렀고 C클래스의 직접적인 조상이며 W124는 E클래스 시리즈를 확립했고 S클래스인 W140은 잘 만들려고 애쓰다보니 긴 개발기간, 어마어마한 개발비, 그리고 아마도 물가기준으로 매우 비싼 가격이라는 기록을 갖게 되었다.

쉽게 말하면 세 차종이 모두 비쌌다. 엔지니어들이 생각하는 높은 제조품질 기준은 현실과 어느 정도는 충돌한다. 다행히도 세 가지 차종의 기술혁신은 안전성과 혁신적 구조에 대해 성공적이어서 판매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였다) 나중에는 문제에 봉착했다. 결국 벤츠는 오버엔지니어링(필요 이상으로 잘 만드는 노력)을 포기했고 요즘의 벤츠는 일반적인 차량들보다는 높은 제조품질을 갖지만 과거처럼 오버엔지니어링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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