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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과 서술의 남성언어와 느낌이 내포된 여성언어
설명과 서술의 남성언어와 느낌이 내포된 여성언어
  • 의사신문
  • 승인 2011.08.0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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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실천 프로젝트 - `진료 잘 하는 의사 되기'〈25〉

 ■남녀의 대화법 차이

과거에 비해 사회 전반적으로 서비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병원을 찾을 때도 나에게 맞는 곳, 소통 잘 되는 곳을 찾기 마련이다. 특히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이나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경험하는 감기 몸살, 소화불량 등은 의사의 학력이나 병원 크기, 인테리어 같은 외적인 부분 보다는 이해하기 쉽게 설명 잘 해주면서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곳을 찾게 된다.

그래서 오늘은 성별에 따른 소통 방법에 대해 설명하려고 한다. 물론 이러한 남녀 대화법의 차이를 기억한다면 단순히 환자와의 대화를 넘어 성이 다른 의사 간호사 간의 소통이나 가정에서 부부간의 대화에서 역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화창한 봄 날, 한 부부가 드라이브를 하고 있었다. 아내가 차창 밖으로 보이는 멋진 카페를 발견하고는 “여보, 커피 마시고 싶지 않아요?”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남편은 곧바로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 다음부터 아내는 굳은 표정으로 침묵했고 남편은 어렵게 시간 내어 바람 쐬러 나왔는데 시큰둥한 아내를 보고 화가 치밀었다. 결국 두 부부는 아무 것도 아닌 문제로 언성을 높이게 되고 결국 부부는 차를 돌려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여기서 아내가 왜 굳은 표정으로 침묵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 남녀의 대화법 차이를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아내가 왜 기분이 좋지 않을까? 아내가 “커피 마시고 싶지 않아요?”라고 물어 본 것은 남편이 커피마시고 싶은지 궁금해서 이야기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여보, 나 저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싶어요.”라는 바람을 질문으로 바꿔서 이야기한 것.

과거 베스트셀러였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남녀 간에 드러나는 극명한 차이점을 부각시킨 책이다. 남녀간에 DNA는 같지만, 남자나 여자는 전혀 다른 곳으로부터 와서 지구라는 공간에서 현재라는 시간을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로 간에 생각하는 바가 틀리며, 생리작용 면으로도 상당히 틀린 점이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실제 여자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하자”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드물다.

상대에 대한 배려 때문인지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우회적으로 돌려 “∼하고 싶지 않아?”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여자들끼리는 “얘, 시원한 팥빙수 먹고 싶지 않니?”라고 이야기하면 “오늘 날씨가 많이 덥지? 팥빙수 먹고 싶니? 그래. 내가 맛있는 곳 알아.”식으로 서로가 곧바로 속마음을 읽어내고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

그럼 그대로 병원으로 눈을 돌려 병원에서 환자와의 대화를 생각해보자. 남자 의사는 여자 환자와의 대화를, 여자 의사는 남자 환자와의 대화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선생님, ∼∼하면 어떨까요? 주변 사람들이 ∼∼치료가 좋다고 하던데…”라는 말은 표면적으로는 의사에게 환자가 어떤 치료에 대해 유용성을 물어보는 것 같지만 실상은 대부분 “선생님, ∼∼치료가 좋다고 하는데 저도 받고 싶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다. 그 속마음을 몰라주고 의사가 바로 “∼∼치료요? 별로에요.”라고 딱 잘라 이야기한다면 환자는 순간 섭섭한 마음과 그 치료에 대한 아쉬움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그런 상황에서는 “∼∼치료요? 주변 분들이 만족도가 높으신가 봐요. 환자 분들이 그 치료도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환자 분은 피부가 많이 얇으셔서 그 치료보다 지금 받고 계신 치료가 훨씬 잘 맞으실 거예요.”식으로 환자가 그 치료를 원하고 있다는 마음을 읽어주면서 논리적으로 설명 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남자의 대화는 주로 설명과 서술로 이뤄진 반면, 여자의 대화는 느낌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남자가 길가에 꽃을 발견한다면, 어디에 어떤 꽃이 있음을 설명해주면서 그 꽃은 어떤 종류인지를 설명하는 대화가 될 것이다. 반면에 여자의 대화에서는 발견한 꽃의 색깔과 향기에 대한 느낌을 말하며 꽃의 아름다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될 것이다. 곧 남자의 표현은 꽃에 관한 정보가 담겨있는 대화인 반면, 여자의 표현은 꽃에 대한 느낌이 포함된 대화라는 것이다. 특히 여자는 꽃을 보는 순간의 느낌에 충실하게 된다. 남자들에게는 느낌보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여성은 직접적으로 `하자'라는 말하기 보단 권유화법 주로 사용
남자는 사실적 정보에 여자는 순간의 느낌과 분위기 중시 여겨
여성의 `괜찮아요'는 실제론 섭섭함 있는 경우 많으니 신경써야


같은 사건을 두고 남녀 모두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그 내용에는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흔히 남녀가 함께 음식점을 다녀와도 남자는 그 레스토랑에 관한 사실적 정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여자는 그 레스토랑의 분위기나 본인 느낌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사이버 상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방문해보면 확연히 구분된다. 자신이 다녀온 여행지나 음식점 등에 관해 소개한 글을 보면 그 블로그 주인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그 만큼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서 사실적 정보를 추구하는 남자에 비해 그 순간의 느낌, 분위기를 중시하는 여자는 병원에서도 진료실 분위기나 의사가 풍기는 느낌이 매우 중요하다.

일례로 남자 의사가 침묵을 지키고 있다면 여자 환자들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불안해 할 확률이 크며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면 남자 환자들에 비해 의사에 대한 느낌이 더욱 좋지 않다는 것이다. 남자 환자가 “의사가 친절하지 않군.” 혹은 “의사가 엄청 바쁜가 보네.”정도로 생각한다면 여자 환자들은 “의사가 나를 쳐다보지도 않네. 혹시 나를 무시하는 건가? 내가 오늘 아프다고 너무 대충 차려입고 왔나?”로 까지 생각의 꼬리를 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특히 감정의 폭이 큰 중년 여성이나 자기애적 특성을 가진 여성 환자의 경우에는 사소한 의사 언행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반면 남자 의사가 여자 환자를 진료할 때 역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진단을 위해 필요한 사실적 정보를 얻어내길 원하는 의사에게 대다수 여자 환자들이 주관적인 자기 느낌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여자 환자들은 의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감정과 느낌에 맞는 답변을 해주길 원한다. 그래서 이를 제대로 알아차리고 눈치 있는 대화를 이끌어가는 의사들은 여자 환자들에게 `진료 잘 보는 의사' `내 마음을 빨리빨리 알아차리는 의사'로 각광받는다. 실제 환자가 많은 개원 병원들 중에는 이러한 능력이 뛰어난 의사들이 많다. 한 유명 성형외과 원장님은 환자가 우회적으로 돌려 이야기해도 바로 환자가 그 이야기를 왜 했는지 파악하고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원장님은 누나만 여럿 있는 가정에서 자라서 여자들의 대화 스타일을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여자라고 해서 혹은 남자라고 해서 무조건 어떤 소통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여자라도 남자처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며 사실적 정보를 원하는 사람이 있고 남자라도 간접적으로 돌려 이야기하거나 자신의 느낌 등을 가득 담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비율적으로 볼 때 남자는 직접적인 화법과 사실적 정보를 중시하고 여자는 간접적인 화법과 본인의 느낌을 중시하는 만큼 진료 시 적절히 참고한다면 소통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남자와 여자는 표면적으로 같은 답변일지라도 의미에는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말이 “괜찮아”이다. 곧 남자는 대부분 상황에서 정말 괜찮을 때 “괜찮아”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여자는 대부분 상황에서 괜찮지 않은데도 그냥 “괜찮아”라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상대는 정말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지만 여자의 마음에는 섭섭함이나 앙금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병원에서 만나는 여자 환자도 마찬가지다. 의사에게 섭섭한 것이 있거나 병원에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표면적으로는 “괜찮아요.”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다보니 의사나 간호사는 환자가 정말 괜찮다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그러나 그 환자는 집에 와서 가족이나 동네 사람들에게 병원이나 의사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거나 적극적인 환자인 경우 인터넷에 병원을 비방하는 글을 올리기도 한다. 물론 의사는 그 환자가 병원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환자나 보호자가 “괜찮아요.”라고 이야기하더라도 바로 넘어가기 보다는 공감적 대화를 하면서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으시더라도 원하시는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식으로 배려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면 환자는 그제야 자신의 속마음을 내비칠 것이다.

이번 한 주는 남녀의 소통 방식 차이를 기억하면서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개별 맞춤 진료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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