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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고그라드(스탈린그라드)를 다녀와서 〈상〉
볼고그라드(스탈린그라드)를 다녀와서 〈상〉
  • 의사신문
  • 승인 2011.08.0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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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의협 남북의료협력위원회 고문) - 러시아 고려인 진료봉사와 의료실태

김인호 고문
출발 18시간만에 볼고그라드 도착하니 녹초...

장마속의 인천 공항은 붐비고 복잡했다.
모스코바행 러시아 비행기 탑승 수속은 길고도 까다로웠다.

지난 7월6일에서 12일까지의 일정 속에 고려인 진료봉사가 있었는데, 준비해 간 약품 뭉치 세 박스에다 농사에 필수품인 차양비닐 뭉치 두 박스를 KAL과 달리 화물운임을 추가시켜 부담을 주었다.

그런데 이들이 또 모스코바 국제공항 입국 통과과정에서도 마치 마약 밀수품 다루듯 별도 심사하여 동행했던 팀들의 간담을 써늘하게 하였다.

13시간의 비행, 모스코바 공항에서 5시간 체류, 밤 10시10분발 볼고그라드행 국내선으로 갈아탈 때까지 석양 햇살이 시내 빌딩 사이에 걸려 있어 백야를 실감했다. 2시간 후 자정쯤 볼고그라드 공항에 도착하여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이봄철 부장의 안내로 숙소인 아파트에 도착하니 현지시간 1시였다. 무려 18시간에 걸쳐 도착한 볼고그라드는 열풍에 휩싸여 있었고 한국시간 아침 6시에 모두 녹초가 되어 정신없이 잠에 빠져 들었다.

우리 일행은 5명으로 구성되었다. 남북의료협력위원회의 해외동포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볼고그라드 이주동포 고려인 진료봉사'와 `의료실태 조사팀'은 필자(고문)와 팀장 전재기(부위원장), 위원 임세영(개성병원장), 위원 장성준(협회 실무처장)과 김순한(우리민족돕기 해외사업부장)으로 의협의 대외 이미지를 러시아지역에 심어 줄 미션에 차질이 없도록 그 동안 쌓아 온 각자의 경험을 최대한 발휘하기로 설정했다.

재정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우리들의 숙소도 3박5일간 18평 정도의 아파트를 렌트하였다. 방 2개, 거실 부엌 화장실 구조의 소형 아파트였는데 전재기 팀장이 거실바닥에, 장 위원이 소파에서 취침하기로 하여 필자와 임 원장은 코골이 민폐없이 침실에서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조석 식사도 마련해 간 한국산으로 해결하도록 준비하였다.

부엌 냉장고에 보관 한 햇반, 김, 김치, 깻잎, 무말랭이, 멸치볶음, 햄, 소시지, 컵라면에다 현지 러시아제 흑빵과 계란으로 조합한 식단은 끼니마다 장성준 위원의 평소 자취생활 요리솜씨에 힘입어 훌륭한 성찬이었다. 설거지와 커피 후식은 김순한 부장이 마무리 해 주었다. 고물가의 러시아 호텔에 비해 일인당 절반 이상 절약되었지만, 셀프이므로 오히려 마음 편하고 비용대비 효율적 스케줄이라고 여겨졌다.

“즈드라스 부이쩨(안녕하세요)” “오친 쁘리야뜨너(만나서 반갑습니다)”로 시작된 첫 방문지는 볼고그라드 주립 심혈관센터. 출발 전 의협 명의의 협조 공문 효과로 아침 10시 병원 정문에서 호스트로 원장 아나톨리비치(Chesnokov Andrei Anatolyevich/주립의과대학 국제교류팀장) 미하일로비치(Lopatin Yury Mikhailovich /심장전문의) 마리나(Zeckchalenko Marina/ 볼고그라드주 보건국 부국장) 세분이 반갑게 맞이하여 주었다.

이곳은 남부 러시아 최고의 심혈관계 질환 전문병원으로 병상수 300개, 하루 외래환자 500여명 규모의 3차 진료기관 으로 CT, MRI, 3차원 초음파 등 의료 장비와 교수급 의사 9명, 임상의사와 전공의 10명의 의료진이 진료에 임하고 활발한 국제교류 특히 한국과 의학적 교류를 바란다며 심장센터를 홍보하였다.

◇의료실태 간담회 후 볼고그라드 심장센터 스텝과 함께
의료기기 및 스턴트 등 재료는 지멘스 등 외국산 완제품이 대부분이었다. 보험과 의료전달체제, 의료자원과 경영관리, 시설과 장비는 주정부 보건국 부국장이, 진단 과정과 스턴트 삽입시술 및 수술과정, 마취실과 회복실 중환자실 병실 등은 심장전문의가 자세히 설명하고 안내해 주었다. 그리고 간담회를 통해 한국과 볼고그라드의 질병 통계실태와 의료체계에 대한 정보를 상호교환 하였는데 한국의 의료 발전상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국민으로 등록된 환자는 비록 고급 의료는 아닐지라도 전액무료라는 혜택이 역시 사회주의 의료의 강점을 보여 주었다.

최근 무상의료 바람이 이는 한국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 성향이 러시아 공산체계처럼 공공의료의 규격제공에 만족할 수 있을까 우려됐다.


남북의료협력위 해외동포지원 일환으로 볼고그라드 찾아
첫 방문지 주립 심혈관 센터서 한-러 의료체계 정보 교환
러시아, 전액 무료 공공성 강점 있지만 의료환경 열악한 편



여기서 페레스트로이카 전후 러시아 의료와 운영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소비에트 사회주의공화국연방(USSR)에서 1991년 8월 일부 국가들이 분리, 독립하여 독립국가 연합(Commomwealth of Independent States; CIS)을 형성하였다.

러시아연방은 CIS내의 독립공화국이고 러시아내의 또 다른 자치국들이 있어 러시아연방공화국이라고 한다. 총인구는 1억4730만5569명(1997년 7월 통계)이며 최근 인구 성장율은 -0.29%로 세계적 추이처럼 감소하고 있다. 구소련연방이 무너지고 나서 민족의식이 대두되기 시작하여 타타르와 체첸, 두 공화국은 완전독립과 CIS정회원의 자격을 요구, 이 공화국들은 1992년 3월 각각 독립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여 독립을 선포하고 같은 해 3월 체결된 신연방조약의 서명을 거부하자 체첸에 대해서 옐친 대통령은 1994년 무력개입을 단행하였으나 체첸 정부의 완강한 저항으로 많은 손실을 입었다.

모든 의료비 지원은(95%) 중앙 정부로부터 직접 오며 세수에서 나온다. 그러나 1991년에 건강보험에 관한 법이 통과되어 자의적 건강보험이 허용되고 1993년 시민의 건강증진에 관한 연방의 기본법이 통과, 의료비는 전액 국고 부담이었지만 고용자 부담(직장의보)에 의한 건강보험제도가 시행되었다.

러시아 연방은 훈련을 받은 풍부한 의사의 종합의원, 병원을 가진 Health Care System의 개혁을 진행 중이지만, 지원 자금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1990년대 초의 경제 침체로 많은 health care institute 조직을 위기로 몰고 갔으며, 주요 개혁의 시행을 극도로 어렵게 만들었다. 일반 대중은 악화 일로에 있는 공적 제도를 계속 주로 의지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법은 연방의 88개 도 재정의 이행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의무적 건강 보험 체계를 제도화했다.

의사 수는 많아서 인구 1000명당 4.7명이며(1992) 유럽 평균의 두 배 이상으로 대부분 여성으로 구성되었으나 최근 보건부와 대학교, 연구소 및 병원의 주요 직책은 남자 의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의사의 지위는 평범한 전문직에 중산층으로 사회적 명예는 누리고 있다. 의사의 길은 고등학교 졸업 후 7년 동안의 의과 대학 과정을 마쳐야 한다. 입학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고 고등학교에서도 좋은 성적을 달성해야 입학할 수 있다. 일단 입학이 허가되면 의학교육은 대부분 무료이며 약간의 생활비도 보조해 준다.3차 병원과 연구소 체계내의 가장 권위있는 의사업무는 연구를 하는 것이며, 이에는 특별한 훈련과정을 마친 사람들에 한해서 이루어진다. 연구와 훈련과정은 모스크바에서 최고의 의사들에게 그 기회가 주어진다.

전문의의 치료 범위는 좁은 경향이 있다. 예컨데 GY부인과 의사는 외래 환자 상담만 하고 해산과 수술은 병원 OB부인과 의사가 한다. 일반의와 병원 staff은 신의료에 접근성이 없어도 잘 발달된 진단기술과 의료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약사들은 clinic과 병원에서 의사의 지시 하에 조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의사와 마찬가지로 낮은 임금과 제한된 기회 때문에 개인적으로 약물을 구입하려고 하는 환자들에게 비공식 거래를 통하여 돈을 벌고 있다. 항생제가 부족하고 수술은 마취제가 부족하여 종종 연기되곤 하지만 특권층은 예외적으로 모든 부문에서 우선순위이다.

일반 개원의 Polyclinics에 대한 할당은 전적으로 등록된 환자의 숫자 및 직원 숫자에 근거하여 의사와 직원은 모두 봉급을 받는다. 의사는 현재 합법적으로 Polyclinics에 근무하면서 사적인 진료도 할 수 있다. 그리고 환자입장에서 돈이 있는 개인은 더 나은 의사 및 질적으로 우수한 종합 의원의 서비스를 확보할 수 있다.

일류 개업 의사는 그만큼 생활상의 특별한 편의와 같은 다양한 혜택에 접근할 수 있고 개인적 지불능력 가능한 사람들은 점점 최상의 의사와 병원으로부터 Health Care를 확보할 수 있다.

병원의 경우 대략 70%의 health care 예산을 병원비용으로 계속 사용되고 있고 병원 시설은 대부분 지역 차원에 따라 정부 예산에서 자금이 지원된다.

의료보험의 흔한 지불 방법은 질과 양에 대한 표준을 부가한 것 외에는 전통적인 체계의 총액 예산(global budget)에 의한 지불이다. 퇴직 근로자의 보험료는, 주요 소득원을 상실하지만 최초 5년 직장근무를 하였다면 그 후의 보험혜택은 무상이다.

김인호<의협 남북의료협력위원회 고문, 서울시의사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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