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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직원이 행복해야 병원 찾는 환자들도 믿고 따라
내부직원이 행복해야 병원 찾는 환자들도 믿고 따라
  • 의사신문
  • 승인 2011.07.2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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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실천 프로젝트 - `진료 잘 하는 의사 되기'〈24〉

얼마 전 한 TV 다큐 프로그램에서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집중 조명하며 행복이라는 것이 매우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라고 이야기했다. 실제 안정된 직장과 사랑하는 가족, 건강한 신체를 지니고 있음에도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은 우리나라에 비해 북유럽 사람들은 직업을 막론하고 대다수가 자신의 삶에 만족해하며 삶이 행복하다고 이야기했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 경제력 역시 절대적 행복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며 경기도 한 신도시에 병원 밀집 지역을 보여주었다.

사거리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비슷한 진료를 보는 병원이 무려 열 개가 넘는 병원 밀집 지역이었다. 곧 우리나라 대표 전문직이라는 의사라는 직업을 갖고 자신의 병원을 개원하더라도 수많은 병원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삶 속에서 삶의 행복감을 느끼기 힘들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결국 행복은 사회적 조건보다는 자기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필자 역시 강의를 하며 부와 명예, 권력 등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어 보이는 대단한 분들을 많이 만났지만 돈이 많은 재벌이라고 해서 권력이 있는 정치가라고 해서 삶이 만족스럽고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을 관리하고 신경 써야 하니 누구보다 걱정이 많고 한숨 쉴 일이 많은 것이 그들의 모습이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스스로 `행복'을 영위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여러 심리학 연구들에 의하면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지금 가까이 있는 사람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곧 그 관계에 따라 현재 행복 지수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당장은 아내나 남편과의 관계, 부모나 자식과의 관계가 될 것이고 또한 매일 병원에서 얼굴 마주하는 간호사나 동료 의사와의 관계, 환자와의 관계 역시 의사의 행복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특별히 환자와의 관계는 늘 칼럼에서 강조하는 만큼 이번 칼럼에서는 간호사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과거 필자와 친분이 있는 한 선생님께서 이름만 대면 아는 대중적으로 유명한 A 선생님에게 커뮤니케이션을 개인적으로 코칭 해달라고 요청을 해오셨다. 필자는 의사 선생님이니까 당연히 진료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얘기한다고 생각했는데 교육을 요청하신 선생님께서는 환자와의 진료 커뮤니케이션 보다는 직원들과의 소통, 병원장 리더십 같은 교육을 원하셨다.

그리고는 “A선생님은 환자와의 관계는 아주 좋습니다. 친절하게 설명도 잘 해주시고 환자 의견을 매우 존중하니까요. 그런데 직원들과는 관계가 너무 좋지 않습니다. 1년을 버티고 나가는 간호사가 없으니까요. 간호사가 너무 자주 바뀌니까 환자들도 싫어하고 무엇보다 병원 운영상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A선생님은 환자들은 병원 매출을 올려주는 고마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귀하게 대하는 반면 간호사나 병원 직원들은 돈을 주고 고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선생님 마음대로 행동합니다. 마치 여왕이 신하한테 명령하듯 이야기하고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일도 많습니다”라고 털어 놓았다. 필자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병원 직원들도 힘들겠지만 A선생님 역시 많이 힘드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매일 같이 얼굴 마주하는 간호사나 직원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A선생님이 과연 행복할까?

특별히 병원을 운영하고 계신 선생님이라면 우리병원을 찾아 온 환자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간호사의 역할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환자들이 병원 입구에 들어서며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사람은 의사가 아닌 간호사다. 접수와 수납을 비롯해 의사에게 진료 받으며 궁금했거나 차마 물어보지 못했던 내용까지도 간호사에게 모두 꺼내놓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상황에서 의사가 간호사를 무시하거나 잘못을 꾸짖는 가운데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그 짜증은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달된다.


의사 친절해도 간호사 불친절하면 병원에 충성심 갖기 힘들어
꾸짖을 때도 인격적 무시 금물…칭찬과 섞어 잘못 지적해야
먼저 배려하고 상대가 성찰할 수 있는 자발적 동기부여 주길


실제 병원을 다녀보면 생각보다 많은 병원들이 의사 선생님은 친절한데 간호사가 불친절하거나 퉁명스러운 경우가 많다. 물론 간호사가 퉁명스럽거나 불친절하면 환자 역시 기분이 좋지 않게 되어 결국 진료실에서 만나는 의사나 병원에 대해서도 충성심을 갖기 힘들다. 잘 되는 병원 특히 오랜 충성환자가 많은 병원들은 의사와 간호사가 사이가 좋다. 이런 병원들은 기본적으로 간호사가 의사에 대한 자부심과 존경심을 갖고 있으며 그래서 “우리 선생님 진료 너무 잘 보세요”식의 이야기를 자주한다.

결국 의사의 행복을 위해서 나아가 병원의 성공을 위해서 의사-간호사의 관계 개선이 꼭 필요하다. 일차적으로는 꾸짖는 것만 잘해도 지금보다 관계가 원만해질 수 있다. 일례로 간호사가 자주 지각을 하거나 환자들에게 태도가 불친절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적절히 칭찬과 섞어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좋다. “김 간호사,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이 있지만 요즘 너무 자주 지각하는 것 같아. 앞으로 주의해주길 바래”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혹은 “윤 간호사, 윤 간호사가 우리 병원 얼굴이라는 것 알죠? 그 만큼 좀 더 표정에 신경 쓰고 환자들에게 밝은 목소리로 상냥하게 대했으면 해요”식으로 이야기하며 스스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싶게끔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이다.

특히 꾸짖는 상황에서 질문을 적절히 잘 사용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상대의 어떤 행동을 고치고 싶다고 너무 직접적으로 혹은 거친 표현을 쓰며 혼내기 보다는 상대의 사고를 자극해야 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깨닫게 될 때 가장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이렇게 매일 지각해서 되겠어?” 보다는 “더 이상 지각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식으로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생각해보도록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곧 병원에서 간호사나 직원들을 꾸짖을 때 상대를 먼저 인정해주면서 잘못한 부분, 곧 상대가 개선해야 할 점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그 부분만 보완되면 훨씬 좋을 것 같다고 긍정적인 결론으로 맺는 `샌드위치 꾸짖기'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본격적인 꾸짖기에 앞서 하는 칭찬은 상대의 평소 좋은 점들을 이야기하며 상대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때의 칭찬은 그저 혼내기 위해 분위기를 만드는 입바른 칭찬이 아닌 진심이 담겨 있어야 효과적이다. 그 다음 본격적인 꾸짖기는 상대가 고쳤으면 하는 부분, 앞으로 보완했으면 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특히 이 때는 상대의 과거 잘못까지 모두 들먹이며 그 동안 쌓아두었던 감정을 폭발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현재 가지고 있는 문제에만 집중해서 논리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또 상대가 잘못했다고 인격까지 무시한다거나 누가 들어도 자존심에 금이 갈 만한 어휘 등을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것은 상대에게 잘못을 반성하게 만들기는커녕 분노만 쌓이게 할 수 있다.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거나 본보기로 꾸짖는 것 역시 지양해야 한다. 본격적인 꾸짖기 후의 마지막 칭찬은 굳이 정확히 말하면 칭찬이 아니다. 그 부분만 보완하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결말을 그려 상대가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마음을 갖도록 자발적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샌드위치 꾸짖기를 행하는데 있어 질문은 상대의 마음을 읽어내며, 상대가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 볼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직원과의 소통에 매우 효과적이다.

아울러 꾸짖기는 자주하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할 때만 해야 그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원장의 꾸짖음이 지겨운 잔소리가 아니라 진정 귀담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소한 잘못들은 너그럽게 이해해주고 때로는 한 번씩 모르는 척해줄 필요도 있다. 또 잘못한 것이 있다면 ‘짧고 굵게’를 기억해야 한다.

사실 간호사나 직원들이 원장에게 꾸짖음을 받고 기분 상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작은 실수를 했거나 서로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어 오해를 하는 경우다. 특히 원장 입장에서는 간호사나 직원이 내 병원처럼 성실히 일한다는 느낌이 안 들 때 안타까움에 잔소리를 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아는 `해와 바람' 이야기에서 말해주듯이 결국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것은 거센 바람이 아닌 따뜻한 해였다. 곧 강하고 센 것 보다는 부드럽고 따뜻한 것이 이긴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병원 직원들이 내 병원처럼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길 원한다면 잔소리하며 꾸짖기 보다는 먼저 배려하며 동기부여를 해주자. 직원들이 원장에게 감동하고 진심으로 병원이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질 때 결국 잘 되는 병원을 넘어 웃음 넘치는 행복한 병원이 될 수 있다. 조직원이 행복할 때 그 조직을 이끄는 원장 역시 행복할 수 있다. 이번 한 주는 꾸짖는 것부터 센스 있게 바꿔보길 바란다.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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