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안전성에 대하여
충돌 안전성에 대하여
  • 의사신문
  • 승인 2011.07.2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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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충돌 안전성 대한 인식 확산 큰 영향

지난번에 이야기한 오프셋 충돌은 차의 안전성에서 일종의 큰 진보다. 그 이전 크럼플존의 발명은 벤츠가 자신만의 디자인을 갖지도 않을 시기에 이루어졌다.

벤츠는 구형의 차체만을 만들다가 2차대전 후 미국차의 디자인을 차용하여 차체를 만들던 1950년대 초반에 크럼플존을 만든 것이다. 1960년이 지난 지금도 크럼플존의 아이디어는 변한 것이 없다. 그러니까 차체에서 변형이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의 충격을 흡수하면서 변해야하고 사람이 탑승한 공간에는 변형이 없어야 한다. 나중에 오프셋 충격에 대한 문제를 해결한 다음에도 이 근본적인 주제는 변한 것이 없다. 사람이 타고 있는 탑승공간은 안전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엔진이나 변속기가 밀리거나 다른 부분의 커다란 변형이 일어나도 탑승공간이 뒤틀려 버리거나 변형이 일어나면 안 된다. 탑승객이 제일 소중한 것이다.

◇W124의 차체 모습.
물론 크럼플존이 변형되는 한계는 분명히 있다. 100km 이상의 충격같은 것은 견디지 못한다. 그러나 40Km에서 60Km 정도에서 탑승객이 밀려나온 엔진같은 것에 다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 정도에서는 살아남아야하고 결정적인 대미지를 받으면 안 되는 것은 분명하다.

W124가 오프셋 충돌에 대한 충격 분산에 크로스멤버를 사용한 것은 분명 커다란 장점이었다. 그러나 크로스멤버만 튼튼해서는 안 된다. 캐빈의 강성도 분명히 강해야 했다. 그래서 여러가지 개량이 가해졌는데 차체의 설계상 다른 차들의 교과서가 됐다.

제일 중요한 요소는 운전석의 앞부분과 뒷 시트의 후면에 일종의 용골(keel)을 설치하는 것을 비롯해서 캐빈의 강성을 올리는 것이었다. 무게가 너무 늘어나면 안되니 고장력 강판 같은 것을 사용해서 일종의 H-빔 같이 생겼지만 가볍고 강도가 큰 구조물을 설치했다. 앞뒤의 충격에 대한 방어막인 셈인데 덕분에 차의 강성은 크게 증가했다. 앞뒤의 충격만 막아주는 것이 아니라 측면 추돌에서도 막강한 방어가 된 셈이다. 그 다음의 차들이 이 구조를 모두 따라하기 한 것은 아니지만 무시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적어도 고장력 강판을 필요한 장소에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선구적인 설계라는 것은 분명했다.

랠리카나 경주에 나가는 차들의 탑승공간은 고장력 강판보다 더 강한 구조물로 만든다. 냉간인발강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특수강으로 새장처럼 만든다. 밀려들어올 만한 부분에는 아예 굵은 파이프를 차체에 용접하고 차체 안에는 새장처럼 만든 케이지를 집어넣고 차체와 볼트로 조인다. 하지만 크로스멤버나 다른 구조물들은 설치하거나 첨가하는 일이 구조상 불가능할 수도 있다. 탑승공간의 강도는 증가하나 크럼플존이나 오프셋 충돌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벤츠의 설계는 상당히 현실적이고 탁월했다고 볼 수 있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안전한 차체를 만든 것이다.

사진은 W124의 차체를 보여주고 있다. 그 다음에 나온 W202나 다른 벤츠의 차체도 당분간은 이 기본 설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거의 비슷한 구조의 차체는 W140에도 채용됐다. 벤츠와 맞상대할 모델은 별로 없었다. 잘나가던 시절의 벤츠 E클래스와 S클래스는 선금을 내고 기다려야 했을 정도다. 소비자들로서도 이렇게 안전하다면 비싸거나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외면할 이유는 없었다.

당시에는 벤츠를 타고가다 사고가 나도 운전자가 멀쩡하게 걸어 나오는 에피소드들이 상당히 많았다. 모두가 다 살아남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차들보다 안전하다는 것은 분명했다.

다이애너 황태자비는 W140을 타고 85마일로 달리다 터널 기둥과 부딪힌 사고로 사망했다. 이 사고로 인해 W140의 안전성에 대해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차의 충격은 사방으로 분산되었고 차체는 시속 140킬로의 고속 충돌에서도 구겨지지는 않았다. 140Km라면 40Km의 운동에너지의 10배 정도다. 게다가 당시 차들의 에어백 시스템은 요즘처럼 좋지도 않았고 사고당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도 않았다.

140Km은 아니라도 일상적 속도의 충돌에서 거의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선택할 이유는 충분하다. 회사의 간부나 경영자라면 자신이 다치거나 사망하면 안 된다는 이유가 확실하고, 돈이 많다면 오래 건강하게 살아야 할 이유도 확실하다.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메이커들이 벤츠의 아이디어를 따라할 뿐만 아니라 더 발전시킬 이유는 충분하다. 실제로 그렇게 실행한 결과 벤츠를 사지 않더라도 당시에 만든 기준을 통과하는 차들을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적어도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충족할 수밖에 없으니까. 세월이 흐르자 가격은 더 저렴하지만 벤츠보다 안전성 테스트에서 더 높은 점수를 따는 차들도 나타났고 획기적인 안전설계로 경합금과 복합재료를 쓴 차량도 많아져서 안전성이 벤츠만의 것이라는 생각은 희석됐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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