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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 가곡집 `백조의 노래' 작품번호 957
슈베르트 가곡집 `백조의 노래' 작품번호 957
  • 의사신문
  • 승인 2011.07.1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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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네 `노래의 책' 서정적 선율로 표현

유럽 전설에 의하면 백조는 보통 때는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호수 위를 우아하게 노닐다가 죽을 때가 되면 꼭 한 번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생애를 마친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으로 많은 작가들의 절필이나 예술가들이 마지막으로 쏟아내는 걸작을 `백조의 노래'라 한다.

1827년 3월 26일 베토벤이 운명하였을 때 그를 존경하던 슈베르트는 친구들과 함께 베토벤의 관을 들고 무덤으로 향했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뒤 그의 생애 첫 작품발표회가 빈 악우협회에서 열려 그의 밝은 미래가 약속되는 듯 하였다. 이 당시 그는 `겨울 나그네' 후반부 12곡, 교향곡 제9번, 현악사중주, 피아노 삼중주 2곡 등 굵직한 걸작들을 토해낸다. 그러나 그로부터 7개월 후 슈베르트는 31세의 아까운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죽음에 임박한 슈베르트는 1828년 8월 렐슈타프의 시 7개와 하이네의 시 6개에 곡을 붙인 13곡과 같은 해 10월 자이들의 시 `우편 비둘기' 1곡을 추가하여 총 14곡을 묶었다. 이 곡들은 출판업자 하즐링거에 의해 슈베르트 사망 후 6개월이 지난 이듬해 5월 출판되었다. 그런 배경으로 연가곡이 아닌 가곡집 형태로 출판되었으며 이 가곡집을 `백조의 노래'라 붙였다. `백조의 노래'는 연가곡처럼 내용의 일관된 특색은 없지만 곡 하나하나가 슈베르트가 평생 작곡한 600여 가곡의 결산이라고 할 정도로 대단한 걸작들로 구성되어 있다.

렐슈타프의 시는 원래 만년의 베토벤에게 작곡을 의뢰하였지만 틈 없이 바빴던 베토벤은 슈베르트에게 넘겨주었다. 시상은 각 다른 주제로 구성되어 있어 곡의 분위기도 모두 다르다. 슈베르트가 시인 하이네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친구 쇼버의 집에서 모임이 있었을 때 그의 시집 `노래의 책'을 낭송한 후부터이다. `백조의 노래'에 쓰인 그의 시는 `노래의 책'에 수록된 시 중 `귀향'편에서 6편을 발췌한 것이다. 하이네의 시는 주인공이 겪는 고통과 번뇌가 나름대로 논리적인 흐름을 이루고 있는데 그 흐름을 따라 슈베르트는 지극히 서정적인 악상과 선율로 노래하고 있다.

△제1곡 사랑의 전갈 피아노 반주가 유절 가곡의 특징을 빠른 움직임으로 그려내면서 주인공의 설레는 사랑의 마음을 그리고 있다. △제2곡 병사의 예감 전투 중 잠이 든 병사가 꿈속에서 만난 환영과 현실의 비애를 어두운 선율로 노래하고 있다. 시상과 음률의 뛰어난 조화를 선보이고 있다. △제3곡 봄의 동경 피아노의 경쾌한 리듬이 봄의 설렘과 함께 주인공의 마음을 아름다운 선율로 노래하면서 낭만파의 회화를 보는 듯 매우 묘사적이다. △제4곡 세레나데 가장 유명한 곡으로 유절과 통절형식을 혼합한 슈베르트만의 독특한 가곡 형식으로 훗날 슈만과 볼프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제5곡 안식처 갈 곳 없는 방랑자의 고독을 어둡게 그리고 있다.

△제6곡 먼 곳에서 어디 가나 이방인, 고향도 잊고, 친구도 버리고, 이 세상 모두 다 버리고… △제7곡 작별 고향을 떠나며 희망에 찬 출발로서 반주가 역동하는 기분을 가슴 뛰는 소리로 노래하는 밝은 분위기의 노래이다. △제8곡 아틀라스 머리 위에 세상을 떠받들고 있는 운명을 지닌 아틀라스를 고음의 외침과 피아노 반주의 격렬한 타건으로 그리고 있다. △제9곡 님의 초상 잊혀진 연인의 초상화에 대한 작가의 마음을 그린 시로서 서정적이면서 우울하고 어두운 선율이 그려지고 있다. △제10곡 어부의 딸 그대의 마음속의 진주가 있네. 내 마음 바다처럼 거칠게 밀리네.

△제11곡 도시 반음계적인 전주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마치 윌리엄 터너의 회화처럼 저녁 안개에 싸인 도시를 통해 심리적인 깊이를 그리고 있다. △제12곡 바닷가에서 슈베르트의 모든 가곡 가운데 가장 서정미가 뛰어난 곡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13곡 그림자 자신의 분신인 그림자와 잊혀진 연인이 오버랩 된다. △제14곡 비둘기 전령 자이들의 시로 경쾌하고 밝은 멜로디에서 변화무쌍한 조바꿈으로 다채로운 선율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 들을만한 음반 :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바리톤), 제럴드 무어(피아노)[DG, 1972]; 헤르만 프라이(바리톤), 제럴드 무어(피아노)[Philips, 1978]; 마티아스 괴르네(바리톤), 알프레드 브렌델(피아노)[Decca, 2005]; 토마스 콰스토프(바리톤), 유스투스 자이엔(피아노)[DG, 2001]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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