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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의 오프셋 안전성 이야기
벤츠의 오프셋 안전성 이야기
  • 의사신문
  • 승인 2011.07.1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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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하중의 분산 현실화…안전기준 새 역사

◇체어맨과 w124의 오프셋 충돌시 프론트멤버 변형 모습.
우리가 차량의 일반적인 가격에 프리미엄을 더하는 차들의 존재이유 가운데 하나는 안전성에 있다. 역사적으로는 이런 안전성의 기준 그 자체를 만든 회사가 벤츠였다. 지난번에 적었던 크럼플존 차체를 벤츠에서 특허를 낸지가 60년이 되었다. 다른 메이커들이 라이센스를 받아 크럼플존을 만들자 크럼플존은 이제 당연한 것이 되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오래 안전하게 살고 싶을 것이고 어떤 차가 아주 안전하다고 하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살 것이며 성능이 최고가 아니더라도 구입할 것이다. 벤츠는 이런 환상을 만족시켰다. 많은 연구비를 들여서 안전성에 대한 시험을 하고 그 결과를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벤츠의 프리미엄은 안전성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필자가 부자이고 오래 안전하게 사는 것이 소원이라면 이런 캐치프레이즈에 넘어가고 말았을 것이다. 우선순위를 말하자면 1번이 안전성이다. 벤츠의 프리미엄은 엔진이나 성능보다(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안전성이 먼저였던 것이다. 성능이 더 좋은 차들은 다른 회사에도 많았다.

차의 안전성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적극적인 안전성으로 충돌이나 사고 상황을 회피하도록 만드는 것으로 ABS나 요즘에 이름도 알 수 없을 만큼의 안전장치들이 해당한다. 간단히 말하면 운전자가 사고를 피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원래의 오스틴 미니를 설계한 이시고니스는 미니처럼 작은 차의 안전성은 가벼운 차체와 조작성으로 사고를 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미니는 사고가 나기 전 핸들링으로 피하거나 제동을 함으로서 사고가 나지 말아야 했다. 사고가 나면 그 다음 고민인 수동적 안전성으로 안전벨트와 에어백 차체의 안전성 같은 것들이 해당된다.

W124라는 차종이 처음 나왔을 때 이번에는 오프셋 충돌이라는 화두를 들고 나왔다. 차량이 물체와 충돌할 때 항상 벽에 균일하게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 오프셋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전에는 콘크리트 벽에 충돌을 시켜 전면추돌시험(Frontal-impact tests)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벤츠는 현실에서는 비대칭적인 충돌이 많다고 생각했다. 자동차가 충돌할 때 물체와 수직이 아니면 전면부 전체가 우그러지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전봇대나 나무를 들이 받을 수도 있고 이때는 운전석이나 조수석이 더 많은 변형을 받게 된다. 그래서 차를 콘크리트 벽의 일부에 충돌시켜서 생존율을 조사했다. 요즘은 아무리 싸구려 차라도 검사기관에서 오프셋 충돌에 대한 안전성을 발표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과감한 적용은 벤츠가 선구자였다(1980년대는 물론이고 1990년대를 전후해 안전성에 있어서 w140과 w124는 최강의 안전성을 보였다).

오프셋 충돌에 대한 벤츠의 대책은 차체 앞부분의 구조를 개량하는 것이었다. 맨앞의 Front Cross Member에 전달된 충돌하중에 의해 Front의 양쪽 Side Member가 받게되는 응력에 의한 최종변형을 나타낸 모습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충돌하중이 양쪽의 사이드멤버에 의해 차량하부, 차량 중심 그리고 차량측면으로 전달된다. 앞측 사이드멤버의 후면부에서 상부에는 평면적인 여러 가지 방향으로 하중을 분산한다. 대부분의 충격과 변형을 사이드멤버의 하부에서 다시 갈라져 차체바닥(Floor Pannel)의 측면부로 효과적으로 분산할 수 있는 구조다. 결국 차체의 측면, 중간, 상부, 하부 모든 부분에서 효과적으로 충돌하중을 분산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엄청난 변화였다. 원래 강성이 좋은 차체와 운전석 캐빈의 앞에서 충격을 사방으로 분산하는 새로운 크럼플 존의 개념이 나타난 것이다. 그냥 힘없이 찌그러지는 것이 아니라 그 분산하는 정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그 이전에는 오프셋 충돌이 났을 경우에 생존율은 그날의 운세에 따라 달랐다. 크럼플존이 있어도 하중을 적극적으로 분산하는 기술, 그것도 계산에 따라 분산하는 기술은 구체화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어떤 충격에는 다치지 않기도 했으나 때로는 황당하게 부서지거나 다치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다. 사망통계나 테스트는 오프셋의 우월성을 입증했다.

차의 안전성에 대한 구조설계에는 크럼플존 이후 다시 한 번 도약이 일어났다. 컴퓨터들은 늘어난 유한 요소 해석을 위해 바쁘게 계산을 해야 했고 디자이너들은 차체의 변형을 고려한 바디를 다시 그려내야 했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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