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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내 의료진 간 배려하고 인정하는 모습 보여줘야
병원내 의료진 간 배려하고 인정하는 모습 보여줘야
  • 의사신문
  • 승인 2011.07.0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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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실천 프로젝트 - `진료 잘 하는 의사 되기' 〈22〉

얼마 전 아이가 아파서 서울의 한 종합병원 소아과 병동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그 동안 여러 종합병원에서 의사들에게 의료 커뮤니케이션을 교육했었고 아이가 입원했던 병원 역시 과거 그 병원 원장님 초청으로 필자가 의사 선생님들께 교육을 했던 병원이었다. 당시 참여하셨던 교수님들도 너무 좋으셨고 의사-환자 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으시리라 생각했기에 당연히 이 병원은 의료 커뮤니케이션 부분에서는 걱정할 것이 없을 것이라 기대했었다.

그러나 의료 커뮤니케이션을 교육하는 사람으로서 실제 입원 환자 보호자로 병원에서 먹고 자고 머무르면서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 내부적인 문제점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주로 외래 환자를 보는 진료실 안에서의 의료 커뮤니케이션과 입원환자를 보는 회진 커뮤니케이션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입원 환자에게는 진료를 받는 담당 교수님 못지않게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을 보는 주치의 역할이 매우 컸고 의료진 간의 일관된 설명이 더욱 중요하게 생각되었다. 또한 병원 내 의료진끼리 서로를 배려하고 인정하는 모습이 외래 때보다 더욱 부각되었다.

지금부터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가 경험했던 이야기를 환자 보호자가 아닌 의료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시각에서 이야기하고 몇 가지 문제점을 짚어보려고 한다.

필자의 아이가 입원한 첫 날, 경험이 많아 보이는 한 간호사가 아이 혈액 검사를 하면서 “아이가 통통해서 혈관 찾기가 힘드네요. 제가 했으니까 한 번에 했지 만약 인턴 선생님이 했으면 몇 번은 찔렀을 거예요”라며 마치 다행으로 생각하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물론 경험 많은 간호사가 지금 막 실습을 도는 인턴보다 임상에서 훨씬 노련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간호사가 직접 그 이야기를 하니 왠지 인턴한테 신뢰가 확 떨어졌다.

더군다나 실제 다른 환자 보호자에게 인턴이 혈관을 못 찾아 그 집 아이를 주사 바늘로 4번이나 찔렀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다시금 간호사의 이야기가 생각났고 인턴이 무슨 검사를 하러 오면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았다. 사실 필자가 그러한 이야기를 환자 보호자에게만 들었으면 그렇게까지 신뢰가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의료진이라고 생각되는 간호사에게 직접 들었기에 그 말이 진실로 여겨졌다.
 
곧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에게 서로를 어떻게 인식시키느냐에 따라 환자 입장에서는 전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의식중에라도 의사가 환자 앞에서 간호사를 무시한다면 환자는 간호사를 무시하게 되고 마찬가지로 간호사 역시 경험이 많다고 인턴이나 경험이 적은 의사가 서툴다는 것을 환자에게 알게 한다면 환자는 그 아무리 의사라 할지라도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한 상황은 담당 교수님과 주치의가 함께 회진을 돌 때도 마찬가지다. 교수님이 환자 앞에서 주치의를 공개적으로 혼내거나 그것도 모르냐며 훈계를 한다면 환자는 주치의가 잘 모르거나 틀리다고 생각되어 신뢰가 떨어지고 모든 일에서 교수님만을 찾게 된다. 물론 환자 병실에서 공개적으로 제자(주치의)를 혼내는 교수님에 대한 인상도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별로 좋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함께 일하는 의료진이라면 개인적으로는 서툴거나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환자 앞에서는 서로를 인정하고 높여주는 자세가 결국 의료진 더 나아가 그 병원에 대한 신뢰를 이끌어낸다는 것을 기억하자.

또한 의료진 간에 처치나 설명에 일관성이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환자의 상태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데 오전에 했던 이야기와 오후에 하는 이야기가 다르다거나(예측컨대 의료진 내부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었을 것) 주치의와 간호사의 설명이 다르다면 환자는 그 누구의 말도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실제로 필자의 아이를 담당했던 주치의 선생님 역시 처음에는 그 선생님 의견을 먼저 이야기하고 나중에 다시 교수님 의견을 전달하여 두 설명에 차이를 보였다. 그러므로 주치의라면 최소한 환자를 담당하는 교수님 의견을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에 환자에게 설명을 하여 일관성 있는 설명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소아과 병동에 보호자로 있다보니 커뮤니케이션 부재 잘 보여
인턴·주치의 등 무시하는 행동·발언으로 의료진 신뢰 무너져
의료진마다 설명에 일관성 없고 병동 스테이션 불친절도 아쉬워



특히 앞서 언급했듯이 입원 환자와 보호자가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은 회진 돌 때 잠깐 만나는 교수님보다 하루 종일 병동 스테이션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담당 주치의다. 그런 면에서 입원환자가 많은 종합병원이라면 병원 자체적으로 환자를 담당하는 주치의 선생님들 의료 커뮤니케이션 교육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그 동안 종합병원에서 강의했던 대상을 생각해봐도 대부분 병원장님을 포함한 과장급 선생님이다.

물론 과장님들에게도 환자 지적 수준에 맞게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등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지만 입원 환자에게는 주치의 선생님의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회진 자체가 길지 않은 시간이기에 교수님에게는 오랜 시간 궁금한 것을 물어보거나 자세한 설명을 듣기 보다는 잠시 진찰을 받고 경과를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주치의가 친절하게 설명을 잘 해주고 교수님의 의견을 신속히 전달해주며 교수님이 시간 관계상 못해주신 역할을 한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크게 불만을 갖지 않을 확률이 높다. 반면 교수님은 친절하고 좋으신데 하루에 몇 번씩 만나는 주치의가 불친절하거나 설명을 못해서 미심쩍고 답답한 생각이 들면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크게 쌓인다.

그 만큼 입원 환자(보호자)에게는 주치의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요즘 대다수의 환자들은 나이 많은 과장님조차 자신을 가르치듯 이야기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데 자신의 동생이나 아들 정도로 보이는 젊은 레지던트나 인턴이 와서 아이를 가르치듯 이야기하면 그야말로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어 불쾌하다. 그러므로 최소한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환자나 보호자에게는 예의를 갖춰 대하고 반말을 하거나 훈계하듯이 이야기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끝으로 병동 스테이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스테이션은 의사나 간호사에게는 사무를 보고 정보를 교환하는 곳인 반면 환자나 보호자에게는 언제든 달려가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고마운 곳이다. 그것은 스테이션이 개인 공간인 동시에 공적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스테이션에서 후배 의사나 간호사를 큰 목소리로 혼내는 등 긴장감을 조성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또 자신이 담당하는 환자가 아닐지라도 일단 환자나 보호자가 궁금한 것이 있어 스테이션에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반응해주고 담당자에게 전달해주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실제 필자가 의국 앞을 지나는데 한 환자 보호자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상황을 잠시 지켜보니 낮에 주치의가 환자에게 검사 결과에 대해 알려주었는데 환자가 그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여 저녁에 병원에 온 환자 보호자가 다시 결과에 대해 물어보려고 스테이션을 찾은 것이었다. 그러나 스테이션에 그 환자 담당 주치의와 간호사가 없었는지 누구도 “무슨 일이세요?”라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 보호자가 “000 선생님 안 계세요?”라고 물어보니 얼굴도 돌리지 않은 채 “안 계시네요”라는 한 마디 답변을 해주었다. 보호자가 “검사 결과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데 어디에 물어봐야 하죠?”라는 질문을 하니 거기 있는 의사나 간호사들이 모두 못 들은 것처럼 답하지 않았다.

물론 다들 바쁘고 담당하는 환자가 있으니까 담당하지 않는 다른 환자에게까지 관심을 갖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스테이션이란 공간은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용건이 있을 때 찾아오는 공간인 만큼 담당하는 환자가 아닐지라도 반응하고 도움을 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기서 도움이라는 것은 함부로 처방을 내리거나 답을 주라는 것이 아니라 “몇 호 환자 보호자세요? 000 선생님 오시면 전달해드리겠습니다”식으로 관심을 보이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자. 방문 목적은 다르겠지만 우리가 어느 곳에 도움을 요청하려고 갔는데 그 일을 담당하는 사람이 없다고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 우두커니 서 있다가 나왔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그 회사 전체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을 것이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특히 종합병원은 수많은 부서가 있고 업무가 매우 전문화, 세분화 되어 있다. 그러나 환자 입장에서는 일단 그 병원 명찰을 하고 있는 의료진이면 다 그 병원 사람으로 생각된다. 즉 내 환자가 아니어도 내가 근무하는 병원을 찾은 환자인 만큼 환자에게 좀 더 애정을 갖고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한 주는 종합병원은 물론 우리 병원이 외래만 보는 병원일지라도 의사와 간호사가 서로를 더욱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환자에게 일관된 설명을 하도록 서로 간의 소통에 힘쓰자.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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