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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극복기<6> 한정호 충북대병원 교수
암 극복기<6> 한정호 충북대병원 교수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1.06.27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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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불현듯 찾아오지 않아…몸의 신호 귀기울여야”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의 `악몽'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히고 여기저기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가족·연인과 함께 하기 위해 1분1초의 시간도 아까운 듯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단 한사람만 제외한 채.

크리스마스를 16일 앞둔 2005년 겨울, 한정호 교수에겐 `암'이라는 불량친구가 불연 듯 찾아왔다. 아니 어쩌면 몸에서 계속 빨간 등을 켜며 신호를 보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긴 탓일 지도 모른다. 한 교수의 오른쪽 고환에서 `암' 세포가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레지던트 4년차에 전문의 시험을 앞둔, 의사로서 가장 바쁘고 중요한 시점에 `고환암 1기'라는 판정을 받았다. 한 교수의 충격은 더욱 컸다.

한 교수는 당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내 시계만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아내와 5살과 3살이 된 어린 두 딸의 얼굴이 시야에 아른 거리면서 불안감에 휩싸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로, `암' 앞에서 불안해하며 나약해 지면 암과의 싸움에서 질 거 같았다. 그리고 그는 암과 싸워 이기기에 충분히 젊은 나이인 30대 초반이었다.

한 교수는 “최선을 다해 `암'과 대결해 보기로 하고 항암치료는 물론 암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며 “항암치료가 그렇듯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바쁜 레지던트 생활…불편감 있었지만 `무시'

당시 한 교수는 충북대병원 내과 레지던트 4년차였다. 잠은 물론 식사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낼 때이다. 여기에 전문의 시험을 앞두고 있던 터라 몸의 피로는 2배가 넘었다. 암은 수면부족과 만성피로로 쇠약해 질대로 약해진 한 교수의 몸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한 교수는 “3∼4개월 전부터 우측 고환에 작은 통증이 느껴지면서 불편함이 있었지만 병원일이 바쁘다 보니 시간을 내기 어려워 진료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별거 아니겠지'라며 당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그는 의사라는 직업으로 매일 병원에 있지만 정작 자신의 건강을 위한 진료는 한번도 받아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의 이유로 말이다.

그러던 어느날, 크리스마스이브를 16일 앞두고 그의 몸에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다른날과 달리 그날은 우측 고환이 부으면서 통증이 심하게 느껴졌다. 한 교수는 몸의 변화에 이상을 느끼며 검진을 받았다. 결과는 `고환암 1기 후반'이었다. 한 교수는 검진 결과를 받고도 수술하기 전까지 `무서웠다'고 당시의 심정을 표현했다. 이는 수술을 하기 전까지는 병기를 알 수 없어 1기가 아닌 3∼4기가 될 수도 있다는 심리적 불안감 때문이다. 한 교수는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한 것이 `암'을 키워낸 결과였던 것 같다고 했다.

■크리스마스이브 `수술'…죽음의 `공포' 엄습

한 교수의 수술은 `크리스마스 이브' 날 진행됐다. 다행히 수술을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한 교수는 `암'이라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모든 암이 그렇듯이 `재발율'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환암의 경우 다른 암에 비해 완치율이 높은 반면 재발율도 높은 암에 속한다. 

한 교수는 “모든 암 환자가 그렇듯이 암 판정을 받게 되면 우선 죽는다는 생각이 앞서는 것과 동시에 얼마 살지 못한다는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수술이 성공적이었다고 해도 환자들은 침착해 질 수 없다”고. 이런 심정은 의사라고 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수술이 성공적이었어도 항암치료를 어떻게 치료하고 잘 관리를 하느냐에 따라 삶과 죽음이 갈라질 수 있다”며 “또 한 번의 고비의 문턱을 잘 넘겨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보니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한 교수는 고환암 1기 후반이었기에 항암치료는 3번(3달)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항암치료를 통해 나타나는 고통은 같았다. 당시 한 교수는 항암치료제중 가장 독한 성분을 가지고 있는 `시스플라틴'을 사용했다.

한 교수는 기본적으로 체중이 10kg 감량된 것은 물론 머리카락과 눈썹은 다 빠져 `사람'의 형상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참옥했다고. 거기에 30대라고 하기엔 믿기기 어려울 만큼 검은 피부와 해골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또, 입안은 염증으로 가득했고 음식 냄새만 맡아도 구토가 밀려와 물과 음료수 만으로만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당시 `걷는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그때 처음 느꼈다고 했다.

한 교수는 최신의학과 주치의의 처방에 따른 치료이외 보조식품이나 대체의학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과 마음, 균형잡힌 식사와 운동을 중심으로 암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일례 행사이다.

 

전문의 시험 앞두고 가장 바쁘던 레지던트 4년차때 고환암 선고
다행히 항암 치료 3번에 끝났지만 독한 성분에 불면증 휴유증
주치의 처방만 믿고 따르며 균형 잡힌 식사·운동으로 건강 회복

 

■놓을 수 없는 수면제…`매일 밤' 악몽

한 교수는 `암' 판정 이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가지게 됐다고 한다. 고환암 판정을 받고 치료를 마친지 올해로 6년이 됐지만 아직도 `죽음'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매일 저녁,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현재 한 교수는 불면증으로 인해 수면제를 매일 복용할 정도라고. 여기에 매일 `암'에 대한 꿈을 반복적으로 꾸고 있다고 했다.

한 교수는 “매일 밤 `암 판정'을 받는 꿈, 항암치료를 받다 죽는 꿈, CT를 찍었는데 암이 재발하는 꿈 등 매일 지속적으로 암과 연관된 꿈 때문에 힘들다”고 말했다. 여기에 항암제 치료 시 피부를 긁을 경우 착색이 되는 것을 몰랐다며 몸의 상처 때문에 수영장 가기도 어렵다며 항암제 부작용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음식과 암은 `무관'…과도한 무리가 `암'을 부른다

그는 암은 불연 듯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음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고 한다. 즉, 어느날 갑자기 몸이 아파 검사를 했더니 말기(?)였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교수는 “몇 달 전부터 신체 어딘가에 통증의 증세가 나타났을 텐데 무시하고 병원을 찾지 않아 손을 쓸 수 없게 되는 상황까지 만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음식이 암 유발의 가장 큰 요인을 한다고들 하지만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음식의 영향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스트레스'와 `과도한 업무로 인한 무리'가 `암'을 친구로 맞이하는 상황을 만들게 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교수는 `조기검진'이 암을 키우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암을 키우는 환자들을 보면, 병원을 찾기 보단 자가진단을 통해 일반의약품에 의지를 많이 하게 되는데 이것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명제천과 과유불급 정신으로 `행복하게 살기'

한 교수는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더 오래살기 위해, 좋은 음식을 먹는다던지 무리한 운동을 하지는 않는다.

한 교수는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있다는 `인명제천'의 뜻에 따라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이나 오래 살고 못 살고 하는 것이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며 살 수 있는 시간만큼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생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병원에선 환자 진료와 연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의료계를 위해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가족들과도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여행도 자주가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을 좋아한다며 지나치게 몸에 좋다는 음식을 챙겨 먹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항암치료를 할 때도 물과 음료수 이외 건강회복을 위해 챙겨먹은 음식은 없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한 교수는 “모든 만물이 `적당히' 그리고 `균형 있게'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이것만 잘 지키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홍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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