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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태도·말 한마디에 환자는 `천당과 지옥' 오가
의사의 태도·말 한마디에 환자는 `천당과 지옥' 오가
  • 의사신문
  • 승인 2011.06.2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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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의 마음을 아시나요?
“의사 선생님에게 바라는 점은 같은 모습의 많은 환자들이 같은 질문을 던져 귀찮으시겠지만 환자는 나 하나이기 때문에 아픔과 후유증의 궁금증을 더 친절하게 간단히라도 설명해 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의사 선생님의 부드럽고 관심 있는 말 한마디가 환자들에게는 환희와 기쁨입니다. 환자를 대할 때 인간으로서의 이해와 더불어 편안함으로 여유롭게 대하면 더욱 치유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유방암 완치 판정을 받은 분들에게 그 동안 치료를 받으며 의사에게 느꼈던 생각이나 고마움, 아쉬움 나아가 암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 등에 관해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분들이라서 치료받았던 병원이나 담당 의사의 특성에 따라 의사-환자 간의 소통 정도나 의사의 설명에 대한 이해도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환자를 대할 때 인간으로서의 이해와 구체적인 설명을 원하고 있었다. 또한 환자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 한 마디가 치료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에 만장일치를 보였다.

그래서 오늘 칼럼에서는 의사의 관점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환자들이 직접 경험한 환자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며 의사-환자 간의 소통의 중요성과 환자들이 원하는 의사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물론 병원의 규모가 크고 환자가 많으면 환자들의 목소리를 현실적으로 반영하기 힘든 부분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환자들 역시 종합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바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오히려 바쁜 선생님들의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곧 환자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히 진료 시간을 늘려주는 것이 아닌 그 동안 필자가 칼럼에서 강조했듯이 2∼3분의 진료라도 그 시간만큼은 환자를 인간적으로 대해주고 귀찮은 말투가 아닌 배려하는 말투를 사용해 달라는 것이라 생각한다.

먼저 필자가 만난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의사 선생님이 가장 고맙게 느껴졌을 때는 긴장된 마음으로 진료 받으러 들어갔는데 선생님이 온화한 미소를 지어주어 한결 마음이 편해졌을 때,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며 잘 설명해주고 위로해줄 때, (유방) 절제 수술 후 복원하면 괜찮다고 희망을 줄 때, 유방암 환자가 의외로 많으니 우울해하지 말라고 긍정적으로 이야기해 줄 때라고 했다. 특히 부정적인 결과(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마음을 못 잡고 있을 때 친절하게 설명해주면서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주는 의사 선생님에게는 잊지 못할 고마움을 갖고 있었다. 또한 정신적인 위안과 함께 적극적인 태도로 환자를 이끌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주는 의사 선생님은 실제 환자들이 힘든 치료를 이겨내는데 큰 힘이 되었다.

실제 한 환자는 타 기관(개인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뒤 종합병원 첫 외래 방문을 했는데 이것저것 치료 방향에 대해 의사 선생님이 설명해주시고 마지막으로 두 손 꼭 붙잡아 주시며 잘 치료해보자고 지지해 주셨을 때 눈물이 날 만큼 고마웠다고 했다. 물론 필자가 만난 환자들은 이미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기에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치료가 잘 되어 지금까지 건강히 살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사 선생님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환자들 중에는 “저는 7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당시 그 의사 선생님이 했던 말이 너무 화가 납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었고 “제 병에 대하여 의사 선생님이 사무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것이 너무 섭섭합니다”라고 당시의 섭섭함을 잊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필자가 생각했을 때 의사와 환자의 관점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다고 생각되었던 부분은 환자입장에서 자신의 생사가 달린 암을 의사가 감기처럼 대수롭지 않게 취급할 때 섭섭함을 느꼈다는 부분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암 환자들을 만나는 의사에게는 지금 내 앞에 앉은 환자 역시 그 중에 한 명이지만 그 환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환자는 의사를 만나는 시간만 기다리고 있고 의사의 사소한 말 한 마디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한 환자는 수술 후 첫 진료 시 궁금한 게 많아 이런 저런 질문을 했는데 의사가 혼잣말로 “뭐 이렇게 궁금한 게 많아?”라고 하는 것을 듣고는 많이 섭섭했다고 한다. 의사에게는 당연하거나 별로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은 것일지라도 환자에게는 너무나 궁금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가능한 한도 내에서는 인내심을 갖고 환자의 궁금한 부분에 관심을 갖자. 어떤 환자는 궁금한 것이 있어 질문을 했는데 “그건 내 파트가 아니다”라고 딱 잘라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의사가 참 냉정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의사에겐 수많은 환자 중 한 명…환자에겐 내 생명 책임진 한 명
사무적인 태도 피하고, 따뜻한 말과 눈빛으로 배려하며 설명하길
질병 치료하는 기술자 아닌 의료인으로 소명의식 보여주길 원해


사실 의사 입장에서는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니라고 환자에게 정확히 이야기한 것 일수도 있다. 그러나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이 있듯이 환자들은 그러한 태도로 인해 의사가 사무적이고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같은 말이라도 환자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질문을 했다면 “내 파트가 아니다”라고 딱 자르는 것 보다는 “네. 많이 걱정되셨겠네요. 일단 그 부분은 갑상선을 전문적으로 보시는 선생님께서 정확히 봐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각자 전문적으로 보는 암이 있어서 제가 답변 드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식으로 결과적으로 같은 이야기할지라도 환자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헤아리며 좀 더 배려 있는 답변을 주어야 한다. 환자가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할지라도 의사가 그 말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전혀 다르게 들릴 수 있다.

아울러 환자들은 “나에게는 큰 아픔인 증상들을 의사는 모든 사람들이 호소하는 것이라 그런지 귀담아 듣지 않고 아예 관심 자체를 갖지 않았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수술했으니까 아프지” “원래 그래요” “항암치료가 원래 힘들어요”라고 이야기하는 것에 환자를 위하는 마음보다는 사무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므로 의사가 볼 때 환자의 통증이 당연한 증상일지라도 “많이 힘드시죠? 그렇게 힘드셔서 어쩌죠. 조금만 참고 이겨내시면 좋아질 겁니다”라고 따뜻한 눈빛으로 다정하게 이야기해주길 바란다.

환자들은 치료 과정에서 힘든 순간을 극복하는데 있어 자신을 지지해주는 가족들과 함께 의료진에 대한 믿음이 절대적이었다. 한 환자는 이렇게 말했다. “치료 과정에서는 그야말로 의사 선생님이 신처럼 생각됩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 것을 의사 선생님께 맡겼고 하라는 것은 다 했습니다. 덕분에 암이 꽤 많이 진전되었을 때 치료를 시작했음에도 치료가 성공적으로 잘 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선생님께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곧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가 자신을 신처럼 생각하는 것에 심적인 부담감을 갖을 수도 있고 “나는 사람이지 신이 아니다. 그래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최선을 다할 뿐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들, 특히 생명을 담보로 하는 암 환자의 경우에는 절대적으로 의사에게 의지한다는 것, 그리고 치료 과정에서 의사를 믿고 따라오는 환자들이 치료 결과 역시 좋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필자가 만난 환자들은 모두 규모가 큰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서인지 의사 선생님이 바쁜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러한 상황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선생님도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환자들은 잔뜩 밀려 있고 비슷한 증상의 환자들이 계속 같은 질문을 한다면 짜증도 나시겠지요”라며 의사에 비해 환자 수가 많은 현실이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그래도 감정이 있는 사람인지라 기왕이면 의사가 말 한 마디라도 환자를 인간적으로 배려해주길 원했고 사무적인 태도가 아닌 의료인으로서 소명의식을 갖고 환자에 대한 애정을 갖길 원했다.

또한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했던 것은 치료 후 남자 의사 선생님들과의 공감대 형성에 어려움을 느꼈다는 것이다. 유방암은 절제 후에 여성으로서의 자존감 문제나 부부 관계 기피 등으로 우울한 경우가 많은데 수술을 집도한 선생님들 대부분이 남자이다 보니 이런 부분에 있어 환자들의 힘든 마음을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의사 입장에서는 암 환자가 수술이 잘 되어 치료가 되었는데 더 이상 무엇을 원하느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들은 치료를 넘어 환자를 질병이 아닌 인간으로 바라보는 의사, 환자의 정서적인 부분까지 관심을 갖는 의사를 원한다.

따스한 봄바람이 부는 5월, 이번 한 주는 환자의 정서적인 부분까지 관심을 갖는 배려 있는 의사가 되어 보길 바란다.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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