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송어〉A장조 작품번호 114 D.667
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송어〉A장조 작품번호 114 D.667
  • 의사신문
  • 승인 2011.06.2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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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차게 헤엄치는 `송어'의 생명력 느껴져

슈베르트는 1819년 당대 명 바리톤 가수 요한 포글과 함께 오스트리아 북서부 지역인 슈타일을 여행했다. 슈베르트는 아직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기 전인 22세 청년이었고 그보다 29세가 많은 포글은 이미 명성이 높은 성악가로서 슈베르트의 여러 가곡을 세상에 알리고 있었다. 슈베르트는 그런 그를 위해 많은 가곡을 작곡하였다.

당시 슈베르트를 이곳에 초청한 사람은 광산업자이자 아마추어 첼리스트였던 실베스터 파움가르트너였다. 파움가르트너는 슈베르트에게 그의 집에서 동료들과 모여 연주할 수 있는 실내악곡을 한 곡 써달라고 부탁했는데 이때 슈베르트가 떠올린 곡이 바로 가곡 〈송어〉이었다. 슈베르트는 가곡 〈송어〉의 주제 선율을 이 피아노 오중주의 제4악장에 인용하여 이를 주제로 한 변주곡을 완성하였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이 피아노 5중주 〈송어〉이다. 이 작품은 실내악으로는 슈베르트가 작곡한 최초의 걸작이다.

슈베르트와 포글은 `슈베르티아데'라는 슈베르트 후원모임을 통해 친분을 쌓았다. `슈베르티아데'에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인 슈파운을 비롯, 시인 마이어호퍼, 화가 슈빈트, 그리고 포글 등이 참여하고 있었다. 이들은 저녁마다 모여 슈베르트의 음악을 듣고 연주하며 춤을 추기도 하고 시를 읊고 문학을 논했다. 짧은 일생이었음에도 슈베르트는 `가곡의 황제'라고 불릴 정도로 600곡이 넘는 좋은 가곡을 많이 작곡했다. 그중에서도 가곡 〈송어〉는 물속에서 뛰노는 송어의 모습을 유쾌하고 즐겁게 그린 가곡으로 특히 인기가 많았으며 빈 궁정 가극장 가수였던 포글에 의해 `슈베르티아데'에서 초연되었다.

가곡 〈송어〉는 전반적으로 명랑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운 기분으로 가득한 건 아니다. 송어 떼가 시냇물을 힘차게 헤엄치며 즐겁고 명랑하게 지내는 모습으로 시작되지만, 낚시꾼이 나타나 위기를 맞이하면서 음악도 잠시 음산해진다. 하지만 이내 음악의 분위기가 다시 밝아지고 한 마리가 낚시에 잡힌 후 다른 송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유유히 헤엄친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략 가사를 보면 `맑은 시내에 송어가 화살처럼 헤엄치고 노는데, 낚시꾼이 낚시를 드리웠지만 물이 너무 맑아서 안 잡히었네. 물을 흐려놓고 송어를 잡았네. 낚시를 잡아당겼네. 그리고 나는 상태로 바라보았네. 속임수에 걸린 송어를…'

슈베르트는 가곡 〈송어〉의 즐겁고 유쾌한 테마를 바탕으로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라는 당시로써는 특이한 구성인 피아노 5중주곡을 만들었다. 곡 전반적으로 시원하고 높은 오스트리아 산 정상의 밝은 햇살을 받고 있는 한 여름의 시냇가를 연상시킨다. 상쾌함이 넘치는 이 곡은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여 설득력이 결여된 듯 보이기도 하지만 곡 구석구석에 젊은 슈베르트다운 싱싱한 생명감이 가득 차 있다.

△제1악장 Allegro vivace 아름다운 가요풍으로 피아노가 주제를 노래한 다음 다시 바이올린이 반복하면서 마치 두 주제로 화려한 태피스트리를 짜듯 풍성하고 다양한 색채로 수를 놓으며 밝고 청아한 선율이 청춘의 기쁨을 노래한다. △제2악장 Andante 천천히 조바꿈을 하면서 어느 부분은 모차르트처럼 어느 부분은 바흐를 연상시키는 듯 절묘한 효과를 연출하면서 고즈넉한 여름밤의 환상을 노래한다. △제3악장 Scherzo presto 분수가 치솟고 환희가 느껴지듯 시작한다. 피아노와 현악기들의 대화가 푸가형식의 노래로 마치 어린이들이 재잘거리듯 흥미롭다. △제4악장 Andantino 가곡 〈송어〉의 테마를 노래한다. 처음엔 느린 주제로 나오지만 곧 6개의 변주로 다양하게 표현된다. 가장 모범적인 변주 형식을 취하면서 주제와 쾌활한 성격의 변주들이 섞이면서 상당히 색다른 느낌을 준다. △제5악장 Allegro giusto 이 악장을 불완전한 소나타형식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경쾌하고 생기가 넘쳐흐르고 어딘지 모르게 헝가리 집시풍의 선율이 깔려있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 들을만한 음반 : 클리포드 커즌(피아노), 빈팔중주단멤버[Decca, 1957]; 알프레드 브렌델(피아노), 클리블랜드 사중주단[Philips, 1977];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피아노), 보로딘 사중주단(EMI, 1980); 외르그 데무스(피아노), 바릴리 사중주단[Westminster, 1950]; 바두라 스코다(피아노), 바릴리 사중주단[Westminster, 1958]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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