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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선호감각에 집중하고 어울리는 소통법을 찾자
환자 선호감각에 집중하고 어울리는 소통법을 찾자
  • 의사신문
  • 승인 2011.06.1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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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실천 프로젝트 - `진료 잘 하는 의사 되기' 〈20〉

환자의 선호 감각에 맞춰 소통하기.

진료를 잘 보는 의사는 어떤 의사일까? 의술이 뛰어난 의사? 환자와 소통을 잘 하는 의사? 공감을 잘 해주는 따뜻한 의사? 다 맞는 말이다. 진정 진료를 잘 보는 의사는 의학적 실력도 있고 환자와 소통도 잘 하고 환자를 적절히 공감해줄 수 있는 마음 따뜻한 의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의학적 토대가 되는 의학적 이론은 의과대학 교육에서 습득하고 임상 실습은 인턴과 전공의 수련과정을 통해 어느 수준까지 익히게 되지만 환자와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기술은 체계적으로 교육받지 못한다.

물론 이것은 현재 의학교육의 불가피한 현실이기도 하다. 의과대학 커리큘럼을 보면 한정된 시간에 학생들이 습득해야 할 의학지식의 양이 방대함에 놀라게 된다. 결국 의학 교육 기간은 한정되어 있고 예비 의사들에게 알려주어야 할 전문 의학 지식의 양은 많다보니 의사로서 꼭 필요한 환자와의 소통, 관계 형성에 대한 교육이 불가피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다(다행히 최근 몇몇 의과대학에서는 의사들의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러한 교과목을 개설했다).

더군다나 언젠가 이야기했듯이 의대생들의 심리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의대생들은 직관적이거나 감정적이지 않고 매우 이성적이고 감정에 동요 없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유형들이 많다. 그것은 의사로서 질병의 원인을 찾아내고 진단하는 데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환자의 마음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데는 분명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의사가 진정 진료를 잘 보기 위해서는 환자라는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늘 강조하지만 인간과 소통하고 인간을 이해할 때 가장 효과적인 치료 곧 의사가 가진 의술 역시 가장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환자라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나 환자가 선호하는 감각 유형에 맞춰 환자와 소통하고 환자를 이해하면 효과적이다. 현대 심리학인 NLP(Neuro-Linguistic Programming)는 인간이 선호하는 감각의 유형을 시각형, 청각형, (신체)감각형으로 크게 분류 하고 있으며, 선호감각에 따라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과 표현하는 방식도 다름을 밝히고 있다. 상호간에 맞추어 나가는 과정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람들은 저마다 정보를 해석하고 반응하는 습관 즉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세계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1차적 경로는 오감이며, 개인별로 선호하는 감각이 패턴화 되어 있다. NLP는 인간의 우수성의 명확한 모델을 위한 목적으로, 언어학을 전공한 John Grinder와 수학과 게슈탈트 요법을 전공한 Richard Banbler가 창시했다. 오늘날 NLP는 의사소통과 변화에 대한 많은 접근법들의 핵심이 되었다. 안토니 로빈스와 존 브래드 쇼 그리고 그 외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대중의 인기를 얻게 되었다. 특히 NLP는 판매 훈련, 의사소통 세미나, 교실, 대화 등의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NLP는 인간의 마음과 행동이 일어나는 원리를 설명하고 어떻게 함으로써 효과적으로 마음과 행동을 변화 시킬 것인지를 다루는 자기 혁신 프로그램으로 인간을 하나의 체계로 보고 의식과 생리, 정신과 육체는 서로 별개인 이원적 구조가 아니라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하나의 단일 체계로 설명한다. 따라서 둘은 하나의 체계이기 때문에 상위 체계와 하위 체계 사이에서 상호영향을 주고받는다. 인간의 뇌가 언어 기능에 관하여 어떻게 작용하고, 언어 사용이 다른 뇌 기능에 어떻게 상호 작용하며 양 기능에 관한 지식이 인간이 자기의 행동양식 속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선택을 실현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어떻게 하여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둔다.


NLP, 인간이 선호하는 감각 유형을 `시각·청각·감각형'으로 분류
시각형, 정돈된 진료실 선호…청각형, 온화한 목소리·어휘 집중
감각형, 악수 등 스킨십 통해 따뜻한 느낌 공유·풍부한 감정 특징



N(Neuro·신경), L(Linguistic·언어), P(Programming·프로그램밍)로 나타낼 수 있는데 N(Neuro)은 인간 행동의 기본을 5가지의 감각(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으로 보고 오감을 통하여 인간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프로세스체계를 가진다고 본다. 쉽게 말해 인간의 모든 경험은 그것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5가지 감각을 통해 정보를 받아드리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L은 언어로 인간은 신경프로세스를 거쳐 얻은 정보를 코드화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사고나 행동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는데 언어를 사용한다. 또한 언어는 말 뿐 만 아니라 신체언어까지 포함한다. P는 프로그래밍으로 특정한 바람직한 목표와 성과를 달성하기 위하여 자유롭게 사고나 행동을 조직하는 모든 것으로 오감으로 받아들여진 정보가 언어화, 기호화되고 그것이 경험으로 뇌에 저장되며 다시 외적으로 표현되는 과정을 말한다.

그러므로 환자가 선호하는 감각 유형 곧 선호 표상 체계를 통해 환자를 이해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감각을 사용하지만 그럼에도 특히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할 때에는 특정 감각 유형을 더 즐겨 사용한다고 한다. 환자들 역시 진료실에 들어와 의사 앞에 앉으면 긴장하기 마련이며 특정 감각에 더욱 치우칠 확률이 크다. 앞서 밝혔듯이 대표 유형인 시각, 청각, 신체감각으로 살펴 보겠다.

먼저 시각형(visual) 사람들은 깔끔하며 정돈된 느낌을 준다. 옷을 잘 입는 편이며 여성의 경우는 화장이나 헤어스타일, 액세서리 등에 특히 신경을 쓴다. 지저분한 것을 싫어하며 주변이 어지러우면 집중을 잘 못한다. 사람을 만날 때 외모에 신경을 쓰며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해서 외모나 기타 비주얼한 모습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시각형 환자들은 진료실에 책이 어지럽게 쌓여 있거나 진료 책상에 차트가 쌓여있는 등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지 않다면 나아가 의사가 청결해 보이지 않는 구겨진 가운을 입고 까치머리를 하고 있다면 호감을 주기 어렵다. 이들은 언어적 지시사항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주의사항이나 금기해야 할 음식도 직접 메모해서 주는 것이 좋다.

반면 청각형(Auditory) 사람들은 혼잣말을 하듯 독백을 즐겨 하며 소음에 매우 민감하다. 기본적으로 말 하는 것을 좋아하며 궁금한 것도 많다. 의사가 이야기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특히 이들은 목소리 특성(음의 고저, 음량, 음색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설령 의사가 불가피하게 아이컨택을 많이 못해주더라도 따뜻하고 온화한 목소리로 친절하게 이야기하면 호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 시각형 환자들과 달리 이들은 의사의 외모나 진료실 내부가 잘 정리되어 있는지 여부는 크게 중요치 않다. 설명을 듣는 것을 좋아하고 기억력도 좋은 편이므로 집에 가서 읽어보라고 주의사항을 메모지에 적어 주는 것보다는 중요사항은 직접 말로 설명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물론 어휘를 선택할 때는 말에 민감한 만큼 좀 더 신중히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신체감각형(Kinesthetic) 사람들은 크게 신체적 접촉과 느낌 또는 감정의 두 개의 차원으로 구분된다. 신체적 접촉은 스킨십을 이야기하는데 적절한 어깨 토닥임이나 악수 등은 이들에게 따뜻한 느낌을 준다. 특히 이들은 감정이 매우 풍부하며 직관이 발달 되어있다. 또한 기분 변화가 크며 감정 조절을 잘 못한다. 기분파이며 눈물이 많아서 진료 중에 웃다가 갑자기 울기도 한다. 불편한 상황을 잘 못 견디며 전체적인 모습이 주는 느낌을 중시한다. 그래서 의사의 외모나 진료실 내부의 정돈된 모습보다는 본인이 호감을 느끼느냐가 중요하다. 일례로 이들은 병원을 정할 때도 의사의 경력이나 평판보다는 병원의 이름이나 분위기 등을 보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촉각에 민감하기에 진료실 의자가 불편하거나 진료 시 의사와의 거리가 적절치 않다면 진료에 집중하기 힘들다. 또한 진료 전 대기실에서 오래 기다릴 경우 다른 유형보다 더욱 불만을 가진다. 그러므로 의사가 먼저 “너무 많이 기다리셨죠?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식으로 환자의 수고를 인정해주고 본격적인 문진 전에 환자의 안부를 물으며 라포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신체감각형 환자들에게는 환자가 자주 사용하는 언어를 기억했다가 적절히 사용해주면서 공감을 잘해주면 기대 이상의 호감을 줄 수 있다. 실제 감성이 풍부한 중년 여성들은 의사가 “아이고. 그 동안 많이 힘드셨군요”라고 이야기하며 손을 한 번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눈물을 글썽이며 고마워한다. 물론 이들은 우리 병원 충성환자가 될 확률이 높다.

이번 한주는 환자가 선호하는 감각에 좀 더 관심을 갖고 그에 맞춰 소통하길 바란다.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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